‘국민 단백질’로 기운내는 일상회복

2022.05.23 최신호 보기

▶동파육

▶삼겹살

삼/겹/살
일상회복이 본격 시작된 2022년 5월, 미뤄놓은 봄날의 소풍이 다시 펼쳐지고 있다. 야외 바비큐나 캠핑, 각종 모임 자리에서 모락모락 아지랑이가 피어난다. 삼겹살 굽는 연기다. 황사와 미세먼지를 생각해도 정육점 삼겹살 팩에 눈이 간다. 먼지와 삼겹살의 상관관계는 희박하다지만 쇠고기보다 10배나 더 함유한 필수 아미노산과 비타민 B1 등이 춘곤증 등 환절기 피로를 풀고 활력을 찾는데 좋다고 한다.
삼겹살을 빼고 현대 한식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아무튼 삼겹살이다. 고작 가축의 특정 정육이 어쩜 우리 삶 속에 이토록 깊이 녹아들 수 있었을까?
무엇보다 삼겹살은 주로 함께 어울려 먹는 메뉴이다 보니 코로나19 대유행 시대에 쌓인 우울함을 달래고 일상회복 시대에 시작할 교류에 딱 좋다.
‘도야지고기의 맛으로 말하면 소와 같이 부위(部位)가 만치아니하나 뒤넙적다리와 배 사이에 있는 세겹살(三枚라하는)이 第一맛이 잇다하고 ’(동아일보 1934년 11월3일자 6면 게재 기사 ‘조선요리-3’)
일제강점기 처음 신문에 언급된 세겹살이 현재 이름으로 바뀐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1959년부터 등장하지만 1970년대 후반에 들어서 갑자기 삼겹살이란 단어가 대유행했다. 1980년대엔 ‘공포의 삼겹살’ 코미디언 고 김형곤이 이 생소한 이름을 널리 알렸다. 로스구이라 부르던 것이 삼겹살로 굳었다. 가히 폭발적 인기가 시작됐고 여전히 유효하다.
1970년대만 해도 용인자연농원(현재 에버랜드)도 돼지를 길러 수출하던 대단위 양돈사업장이었다. 수출하던 돼지고기가 오히려 내수용으로 부족해졌다. 경제성장에 힘입어 식생활이 개선되니 너도나도 고기를 찾기 시작했다. 소고기는 비싸니 돼지고기가 주였다. 대만으로부터 돼지고기를 수입할 지경에 이른다.
희석식 소주와 삼겹살(로스구이)이 동시에 유행하기 시작한 탓이다. 별반 안줏거리가 딱히 필요없던 막걸리와는 달리 소주에는 배를 채우고 위벽을 발라놓을 기름진 것이 필요했는데 삼겹살이 딱이었다. 이때 ‘막걸리에 파전’, ‘맥주에 노가리’, ‘소주와 삼겹살’란 공식이 생겨났다.
1980년대 중반 쯤엔 거의 모든 식당에서 삼겹살을 팔았다. 호프집이고 선술집, 심지어 그냥 상점에서도 삼겹살과 소주를 팔았다. 메뉴에는 없어도 냉동칸에는 늘 삼겹살이 있었고 주문하면 바로 프라이팬에 구워줬다.
편의성도 좋았다. 그냥 사다 구우면 되니 어디서나 간편했다. 미리 재워야하는 불고기는 뒷전에 밀렸다. 양돈 산업 현대화와 품종개량이 함께 이뤄진 덕에 특유의 구린내가 사라져 기름장만 가지고도 먹기 좋았다.
지금껏 수많은 삼겹살집이 명멸하며 다양한 방식이 등장했다. 냉동 일색이다가 얇은 대패 삼겹살이 등장했고 두꺼운 생삼겹까지 왔다. 와인숙성, 저온숙성, 제주흑돼지 등 계속 다채로운 삼겹살이 등장하고 있다. 고기를 굽는 방식도 변화했다. 프라이팬에 굽던 것이, 석쇠, 알루미늄 포일, 돌판, 맥반석 철판, 솥뚜껑, 심지어 대형 삽날도 등장했다.
계곡이나 산에서 취사가 허용되던 시절 야외에선 넓적한 돌맹이에도 구웠다. 어이없는 일이지만 1급 발암물질 석면이 잔뜩 든 슬레이트 지붕 파편에 구워먹는 것도 유행했다.
유행은 돌고돌아 냉동삼겹살이 젊은 층으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장년 층엔 추억의 음식이지만 생고기만 먹어온 젊은 소비자들에게 바삭하고 기름이 쫙 빠지는 ‘냉삼’은 특별한 음식이다. 게다가 한입 크기라 잘라내기 번거롭지도 않다. ‘국민 단백질’로 불리는 삼겹살은 깔깔한 봄날의 입맛을 책임지며 재개된 일상의 회복과 함께하고 있다.

전국의 삼겹살 맛집



★천이오겹살
돌아온 ‘냉삼’ 인기의 최대 수혜자다. 젊은 층이 모이는 합정동에 위치한 집인데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고소한 삼겹살 기름에 김치, 무생채를 지져 먹다보면 그 궁합이 일품이다. 미처 느끼함을 알아차릴 새가 없다. 여기다 기본 제공되는 어리굴젓을 곁들여 먹어도 좋고, 한입크기로 내온 초밥에 고기를 올려먹으면 식사로도 든든하다.



★대원집
도심 한복판 다동 기왓집에서 냉동삼겹살을 팔아온 고깃집 노포다. 가게 분위기도 메뉴도 모두 옛것이라 타임머신이 따로 없다. 선홍색 ‘냉삼’의 양쪽을 바삭하게 구워내면 씹을수록 바삭하고 고소한 맛이 입에 감돈다. 곰삭은 김치까지 곁들여 함께 쌈을 싸면 삼합이 따로 없다. 매콤한 양념육이 당긴다면 제육볶음도 맛이 좋으니 곁들이면 된다.



★금돼지식당
미슐랭 가이드북에 등재된 삼겹살집이다. 냉삼은 아니다. 이른바 본 삼겹. 독특하게 큼지막한 갈빗대가 붙어 있다. 돼지갈비와 삼겹살을 함께 맛보는 셈이다. 두꺼운 고기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구운 다음 다시 한입 크기로 썰어낸다. 뼈에 붙은 고기가 고소하고 맛좋다. 특유의 진한 맛이 착착 붙는다.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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