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했던 일 가능해지니 날마다 꿈꾸는 아이

2022.05.02 최신호 보기

▶물리치료

푸르메재단 의료지원으로 장애 극복하는 어린이들
이윤수(가명·18) 군은 태어날 때 뇌 손상으로 하지가 마비돼 뇌병변장애를 가지고 있다. 근육이 뼈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무릎이 구부러지면서 몸 곳곳의 통증이 심해져 수술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중학교 입학을 1년 미룬 채 무릎의 관절을 펴는 수술을 받은 윤수 군은 2018년 4월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푸르메 어린이재활병원)에 입원했다.
매일 1시간 30분씩 받는 집중운동치료는 매일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이었다. 양팔을 쓰다가 ‘낯선’ 다리를 움직여야 하니 처음에는 중심을 잃고 넘어지지 않을까 두려워했지만 손과 발 떼기, 보행기(워커)로 이동하기, 계단 오르기 등 강도 높은 훈련으로 차츰 변화가 나타났다. 몸의 중심을 잡고 서 있는 것은 물론 걷는 게 가능해졌다.
윤수 군은 “무릎이 펴지고 걸음을 떼는 게 신기했다. 초반에는 치료 도구가 추가되면 이걸 또 어떻게 하나 하고 복잡하게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어떤 시도를 해도 기대됐다. 내 의지가 두려움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어머니 고은화 씨는 “우리 아이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했던 운동기구를 타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벅차다. 불가능했던 일이 가능해지니 날마다 꿈을 꾸는 것 같다”며 “아이에게 자신의 몸을 신뢰하도록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고 몸 전체를 잘 관리해야 통증 없이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알려준 의료진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워킹레일을 활용한 걷기 재활치료

용기 내어 두 발로 교문 넘어
집중운동치료를 받는 동안 윤수 군의 몸을 지탱해주는 보조 기구는 휠체어에서 보행기로, 보행기에서 지팡이로 바뀌었다.
사람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휠체어를 탈 때는 사람들이 혀를 차며 ‘어쩌다 그랬니’ 하고 안쓰러워했고 보행기를 탈 때는 신기한 눈으로 ‘열심히 해라, 빠른 쾌유를 빈다’며 응원했다. 지팡이를 짚을 때는 사람들이 그냥 지나간다. 사람들을 올려다보지 않고 눈을 마주치면서 대화할 수 있어 좋다”고 윤수 군은 말했다.
윤수 군은 현재도 병원에서 치료를 진행 중이며 고등학교에 진학해 동시통역사를 꿈꾸며 치료와 학교생활을 병행하고 있다.
박수현(가명·15) 양은 2019년 1월 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푸르메 어린이재활병원을 찾았다. 당시 상태는 어머니나 활동보조사의 도움 없이는 휠체어에서 일반 의자나 화장실 양변기로 옮겨 앉기도 어려웠다. 보행기를 잡고 5~6발자국을 겨우 움직일 수 있는 정도였다.
수현 양은 수술 뒤 오랫동안 석고붕대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관절을 풀어주는 치료부터 시작했다. 초기에는 고관절을 돌리는 데도 통증을 호소하고 힘들어했지만 점차 치료에 적응하면서 상태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관절 상태가 호전되면서 근력 강화 훈련, 체중 지지 훈련, 다양한 자세로 이동 훈련 등을 이어갔다.
수현 양은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는데 치료를 받으면서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물리치료사 선생님과 작업치료사 선생님이 잘해주셔서 오히려 재미있게 보냈다”고 말했다.
수현 양은 집중적인 치료 덕분에 보조 기구 없이 홀로 50발자국 이상 걸을 수 있고 보행기를 이용해 실외 보도도 할 수 있게 되자 2019년 8월 물리치료사와 함께 학교를 방문했다. 그동안 휠체어를 이용해 등하교를 했는데 처음 보조 기구 도움 없이 걸어서 등교한 것이다. 박수현 양은 두려움이 앞섰지만 용기를 내어 두 발로 교문을 넘어섰다. 당시 방학이어서 교실은 텅 비어 있었지만 완주를 했다는 기쁨으로 가득 찼다.

▶작업치료

“실생활에서 자신감 가질 수 있도록”
푸르메 어린이재활병원의 ‘학교복귀 프로그램’은 재활치료 뒤 퇴원한 아이들이 일상생활에서 자신감을 갖고 생활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실제로 퇴원한 아이와 부모들은 “치료실에서는 잘했는데 집이나 학교에서는 못 하거나 안 한다”는 어려움을 자주 토로하는 형편이다.
치료실은 재활치료를 받는 아이들을 위해 만든 공간이지만 생활환경은 그렇지 않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에 두려움을 호소하거나 자신감을 잃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이를 방지하고 재활치료를 통해 훈련했던 것을 일상생활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홍지연 푸르메 어린이재활병원 부원장은 “수현이처럼 집중운동을 통해 태어나서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경험을 하는 아이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이 아이들이 실생활에서도 자신감을 갖고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학교복귀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준호(가명·7) 군이 2017년 푸르메 어린이재활병원에 입원했을 때 몸무게는 겨우 6~7㎏에 불과했다. 사물을 구분하지 못하고 스스로 앉을 수도 없어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태어나자마자 신생아중환자실에 들어가서 생후 9개월에 퇴원한 준호 군은 어린이재활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으며 몰라보게 호전됐다. 병원에서 이른둥이 조기 개입 ‘우쑥우쑥’을 비롯해 물리치료와 작업치료를 받으면서 몸 사용법을 배웠고 사물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연하(음식물을 입에 넣고 삼키는 과정) 치료를 하면서 섭식장애가 점점 나아지고 키도 자라고 몸무게도 늘었다. 병원 지원으로 언어치료도 받았다.
준호 군 어머니는 “아예 몸을 쓸 줄 모르던 아이였다. 누워만 있던 아이가 손잡고 걷고 수용 인지가 좋아지니 다들 놀라워했다”고 말했다.
다른 신체 기능도 순차적으로 좋아졌다. 혼자 앉고, 엄마와 손잡고 걷더니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늘어나며 밝은 미소를 잃지 않은 아이로 성장했다. 준호 군은 현재 어린이재활병원에서 치료를 마치고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하는 모아애착 증진 치료 

▶상지로봇을 활용한 상체 재활치료 

▶미술을 통한 정서행동치료

해마다 15만여 명 장애 어린이 치료받아
국내 최초 어린이 전문 재활병원인 푸르메 어린이재활병원은 2016년 시민 1만여 명의 기부를 중심으로 건립됐다. 500여 기업이 참여했고 정부와 서울 마포구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특히 고 김정주 넥슨 창업주가 총 건립비 430억 원 중 200억 원을 기부했다. 고 김정주 넥슨 창업주는 이후에도 매년 3억~5억 원의 개인 기부금을 내는 등 큰 관심을 기울였다.
2022년 4월 28일로 개원 6주년을 맞은 푸르메 어린이재활병원에서는 매일 500여 명, 매년 15만여 명의 장애 어린이가 치료를 받고 있다.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소아청소년과, 통합치과진료센터 등 4개 진료과가 긴밀한 협진으로 장애를 조기 진단하며 장애 어린이가 제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신체·인지·정서 영역에서 다양하고 체계적인 생애주기별 통합 재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발달클리닉, 이른둥이 조기중재지원사업, 우리 아기 첫 놀이교실, 방학집중운동 프로그램, 장애인 전신마취 치과 진료 등 최신 치료 기법의 프로그램도 지속적으로 개발·운영하고 있다.
김윤태 푸르메 어린이재활병원 원장은 “이제 한발 더 나아가 장애 어린이의 꿈을 실현하고 가족의 삶을 돌보며 공공성을 더욱 강화해 지역사회와 통합을 이루는 병원으로 나아가고자 한다”며 국민의 많은 지지를 부탁했다.

글 이찬영 기자, 사진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나도 장애 어린이 후원 동참해볼까?
푸르메재단은 장애인들의 재활과 자립을 돕기 위해 2005년 설립된 비영리재단이다. 2016년 서울 마포구에 국내 최초로 어린이재활병원을 세웠으며 2020년 장애 청년들의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자 경기도 여주에 푸르메소셜팜을 짓기 시작했다.
푸르메재단의 뜻에 동참해 기부하려면 누리집(purme.org)이나 모바일 또는 전화(02-6395-7008)를 이용하면 된다. 푸르메재단을 직접 방문하거나 모금 행사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다.
기부자가 직접 사용처를 지정할 수 있는데 푸르메소셜팜 건립지원, 의료지원, 자립지원, 각종 캠페인 참여 등의 방법이 있으며 특별히 사용처를 지정하지 않고 가장 긴급한 곳에 우선 지원하도록 재단에 맡기는 방법도 있다.
푸르메소셜팜은 발달장애 청년들에게 행복한 일자리를 제공하려는 것으로 온도·습도 등이 버튼 하나로 조절되는 첨단 스마트팜과 교육장, 카페, 상점 등 부대시설 건립 비용 지원에 쓰인다. 의료지원은 장애 어린이들이 꾸준히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진료와 치료사업 전반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고 자립지원은 교육, 사회적응 훈련, 직업훈련 등을 제공해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지원한다.
이 밖에 ‘날아라! 어린이 꿈’, ‘미라클데이’, ‘행복챌린지’, ‘션과 함께하는 만원의 기적’ 등 기부 운동(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으며 ARS(060-700-1002)를 통해 한 통에 2000원씩 기부하는 방법도 있다.
푸르메재단의 자금 운영은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다. 매월 수입과 지출의 세부 내역을 누리집을 통해 100% 공개하고 연 1회 연차보고서를 발간해 진행된 사업의 결과를 보고한다. 해당 보고서는 매년 6월 우편으로 발송한다.
기부금은 연말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푸르메재단이 기획재정부 지정 ‘지정기부금단체’이기 때문이다. 주민등록번호를 푸르메재단에 등록하면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에 자동 입력돼 쉽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정기적으로 소식지나 뉴스레터도 받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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