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이 경기도어린이박물관 특별전시 <두 개의 DMZ> 체험을 하고 있다. 대형 화면에 펼쳐진 비무장지대(DMZ)를 태블릿PC로 비추며 퀴즈를 풀고 임무를 완수하면 DMZ엔 철조망이 사라지고 평화가 찾아온다.
경기도어린이박물관에 가다
“비무장지대(DMZ)는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는 비밀의 숲! 그 안엔 여전히 총알이나 지뢰와 같은 전쟁의 흔적이 남아 있지만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우리 주변에서는 볼 수 없는 동식물 친구들을 만날 수 있기도 해요. 이렇게 두 가지 모습을 지닌 DMZ로 떠나볼까요?”
가상의 DMZ로 모험을 떠난 어린이들의 눈망울이 호기심과 설렘으로 반짝인다. 전시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발길을 옮긴 전시장엔 벽면과 바닥까지 넓게 펼쳐진 대형 화면으로 DMZ의 모습이 펼쳐진다. 폭 4km, 길이 248km의 실제 DMZ의 모습이 압축돼 묘사됐다.
고라니, 금강초롱꽃, 두루미, 깽깽이풀, 저어새 등 낯설지만 아름다운 동식물, 이와는 어울리지 않게 곳곳에 널브러진 회색빛 콘크리트 장벽, 지뢰와 총알…. 어린이들은 자유롭게 가상의 DMZ를 누비며 각자 전달받은 태블릿PC로 화면을 비춰 퀴즈를 풀고 ‘희망의 씨앗’을 모은다.
“지금부터 어린이들이 모은 희망의 씨앗을 모두 DMZ로 날려주세요! 와~ 철조망이 사라지고 숲이 꽃으로 가득 찼어요. 전쟁의 흔적이 싹 사라졌죠? 자, 손을 흔들면 동물 친구들이 몰려와요. 이렇게 우리가 노력하면 남과 북에 평화가 찾아올 거예요.”
<두 개의 DMZ>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2020 공립박물관 실감콘텐츠 제작 및 활용사업’을 통해 실감 영상, 증강현실(AR) 기술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개발된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이다.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은 2021년 개관 11주년을 맞아 이 같은 기획전시를 마련했다. 최진실 경기도어린이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어린이들은 DMZ를 평화의 공간으로 바꿀 수 있는 미래 주역이라는 점에서 이를 기획했다. 단순 감상·체험을 넘어 어린이들이 부모, 친구들과 함께 미션을 수행하며 상호작용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가족과 함께 박물관을 찾은 방도윤 어린이는 “DMZ에 대해 학교에서 배운 적이 있는데 멸종위기동물이 이렇게 많이 살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며 “이런 소중한 생명들이 살고 있는 DMZ를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어린이들이 경기도어린이박물관 특별전시 <두 개의 DMZ> 체험을 하고 있다. 대형 화면에 펼쳐진 비무장지대(DMZ)를 태블릿PC로 비추며 퀴즈를 풀고 임무를 완수하면 DMZ엔 철조망이 사라지고 평화가 찾아온다.
일회성 ‘체험’ 아닌 가슴 울리는 ‘경험’ 중점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은 독자 건물 형태로 지어진 최초의 공립 어린이박물관으로 2011년 용인시에 문을 열었다. 전국의 어린이박물관 가운데 규모 면에서 국내 최대로 지상 세 개 층에 아홉 개의 상설전시장, 한 개의 기획전시장, 세 개의 틈새전시장을 갖췄다.
특히 과학·사회·문화·체육 등 전 분야에 걸쳐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전시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체험식 박물관’을 표방한다. 박혜린 학예연구사는 “단순히 보고 만지는 데서 끝나는 일회성 체험이 아니라 기억 속에 오래 남아 가슴을 울리는 경험이 될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박물관이라고 하면 유리관 속 정갈하게 진열된 전시물 주위를 어린이들이 조심스레 걸으며 관찰하는 풍경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곳에선 전시물을 직접 만지고 뛰노는 아이들의 왁자한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상설전시 <바람의 나라>를 찾은 어린이들은 풍력발전기를 돌려 그 에너지로 식물에 빛을 켜주고 전시장에 누워 망원경으로 경기도의 모습을 내려다보며 한 마리의 새가 돼보기도 한다.
<도전! 어린이 건축가>에선 건축가가 돼 돌, 철, 나무 등 갖가지 재료로 직접 건축물을 지어보고 전시장 곳곳에 부착된 정보무늬(QR코드)를 휴대전화로 비춰 세계의 멋진 건축과 건축가의 인터뷰 영상을 증상현실로 감상했다. 플라스틱 장난감에 익숙해진 이들은 <에코 아틀리이에>에서 촉촉하고 말랑한 흙으로 직접 동물 친구를 만들었다.
네 살배기 자녀와 함께 이곳을 찾은 성유진 씨는 “키즈 카페(어린이 놀이방) 한번 가려면 비용이 만만찮은데 이곳은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어 좋다”며 “우리가 어릴 적 골목에서 뛰놀던 것처럼 이곳에서 다양한 놀이를 할 수 있어 아이가 무척 좋아한다”고 전했다.
박물관에선 사회 변화에 따른 전시 내용과 방향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최 학예연구사는 시대와 관점의 전환, 디지털 기기의 보편화, 코로나19 등을 주목해야 할 열쇳말로 꼽는다.
“다문화 가정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라는 상설전시가 있는데 이제 다문화가정을 특별히 취급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시대가 돼 이를 어떻게 보완해 꾸릴지 고심 중이에요.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여럿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은 소수 집중형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전시는 개인 전자기기를 활용할 수 있도록 바꾸고 있죠. 더불어 어린이들이 디지털 환경에 과도하게 노출되지 않도록 아날로그적인 체험 프로그램도 균형 있게 마련할 계획입니다.”
▶어린이들이 흙으로 빚은 놀잇감이 그림자 작품으로 탄생한 <에코 아틀리에>
▶<바람의 나라> 전시실에서 바람길에 천을 흘려보내고 있는 어린이들
“‘경청’은 어린이 인권 존중의 첫걸음”
한편 박물관은 전시뿐 아니라 어린이 인권 신장을 위한 다양한 운동(캠페인)도 지속하고 있다. 2021년엔 개관 10주년을 맞아 ‘어린이를 높이자’와 ‘어린이를 듣자’ 캠페인을 진행했다. 어른과 똑같은 동등한 인격체로서 어린이에게 존댓말을 사용하자는 ‘어린이를 높이자’는 박물관 전 직원이 모든 어린이 관람객에게 존댓말을 사용하는 것으로 먼저 실천하고 있다.
‘어린이를 듣자’는 코로나19로 힘든 점, 하고 싶은 일 등을 어린이들에게 직접 들어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더운데 마스크까지 써서 불타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많이 아파서 걱정이에요”, “워터파크(물놀이 공원)를 못 간 지 자그마치 1년 5개월이나 됐어요”, “엄마, 아빠, 할머니, 동생이랑 중국 여행 가고 싶어요” 등 어린이들의 다양한 고민과 바람을 담은 글과 그림은 200여 쪽에 달하는 <2021년 어린이 코로나 백서(‘나는, 요즘 이렇다’)>로 발간됐다.
표문승 관장은 “코로나19로 학교에 못 가고 친구도 못 만나는 어린이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게 바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거라고 생각했다”라면서 경청은 어린이 인권 존중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옆에 있는 어린이에게 물어보세요. ‘코로나19 때문에 뭐가 힘들어요? 뭐가 하고 싶어요?’라고요. 그리고 엄마, 아빠의 고민도 들려주세요. 뾰족한 해결책이 없더라도 마스크 뒤에 닫힌 입을 열고 대화를 나누는 건 가장 쉽고 효과가 큰 코로나19 극복 처방이에요. 어린이의 말을 듣기 위해선 자세를 낮추고 몸을 기울여야 해요. 그렇게 경청할 때 어린이의 인권도 우리 모두의 삶도 한결 나아질 겁니다.”
글 조윤 기자, 사진 경기도어린이박물관
경기도어린이박물관 현황
주소 경기 용인시 기흥구 상갈로 6
운영시간 1회차 10:00~12:00, 2회차 13:00~15:00, 3회차 15:30~17:30(매주 월요일 휴관, 100% 온라인 예매)
문의 031-270-8601, gcj.ggcf.kr
어린이날 특별 프로그램 <열려라, 경기도어린이박물관(놀잇감 만들기 체험)> 5월 1일부터 8일까지
유튜브 채널 <어박TV>
만들기·체조·낭독 콘텐츠 및 온라인 음악회, 미술 전시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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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