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어린이 해설가(키즈 도슨트)’로 나선 정민규, 최홍원, 김한나, 지은률(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어린이. 이들은 영화제에서 자신만의 시각과 느낌을 담아 영화 해설자로 나선다.
어린이 영화 해설가들이 말하는 아름다운 세상
30년 넘게 방앗간에서 떡을 만들어온 제임순 할머니. 오랜 세월 속에 방앗간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지만 딸마저 외면한다. 이제 끝이구나 생각했던 순간, 할머니에게 떡을 배우던 인도 청년 제임슨이 방앗간 살리기에 나선다. 비슷한 이름 외엔 나이도 출신도 무척이나 다른 이들의 우연한 만남은 방앗간을 지키기 위한 순수한 우정으로 이어지는데….
“제임슨이 떡을 먹고 맛있어서 놀라는 표정이 재미있어요.”, “할머니가 나이가 들어 돌아가시는 모습이 슬펐어요.”, “아저씨가 제임슨에게 방앗간을 물려주라고 하는 장면이 재미있으면서도 감동적이에요.”
영화 <제씨 이야기>를 보고 난 어린이들이 앞다퉈 저마다 느낀 점을 이야기한다. 이하은 감독이 연출한 19분짜리 이 영화는 6월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에서 상영을 앞두고 있다. 영화 이야기에 신난 네 명의 어린이는 영화제의 어린이 해설가(키즈 도슨트)다. 이들은 영화 상영 전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약 15분간 영화 해설자로 나선다. 영화제 사무국은 “대부분의 영화가 성인 감독·배우·평론가 등 어른들의 입장에서 진행되는 데 따라 어린이영화를 어린이가 직접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어린이 해설가가 작성한 해설 자료 | 곽윤섭 기자
“어린이·어른 생각 달라, 내 느낌대로 전할 것”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는 전 세계의 다양한 어린이영화를 소개해 어린이 콘텐츠의 다양성을 제고하고 주류 산업에서 소외된 어린이영화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사단법인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서울시·구로구·영화진흥위원회 후원)가 2013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생인 지은률(이하 지), 4학년생인 김한나·정민규·최홍원(이하 김·정·최) 어린이는 2022년 처음 마련된 어린이 해설가 프로그램에 선발됐다. 네 명의 어린이 해설가는 <제씨 이야기>를 비롯해 <양궁소녀>, <핸드폰>, <새엄마> 등 네 편의 영화 중 각각 한 편씩 해설을 맡는다. 평소 영화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가진 어린이들은 어른들이 설명해주는 어려운 해설 대신 자신만의 방식으로 영화를 이야기하겠단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김)어른이랑 어린이는 생각이나 감정이 다르잖아요. 텔레비전에서 어른들이 해주는 설명은 너무 어려워요. 하지만 어린이도 깊이 있게 설명할 수 있어요. 내가 느낀 재밌는 장면, 영화에 숨은 진실 등을 관객의 관심을 끌 수 있게 말할 거예요.”
“(지)영화를 주의 깊게 보면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어요. 그것과 제 느낌을 대본으로 써서 설명할 거예요.”
어린이 해설가들의 진지한 담론이 이어지는 중에 정 군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알리’로 널리 이름을 알린 <제씨 이야기>의 아누팜(‘제임스’ 역)을 흉내 내며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한편 어린이들은 극장이나 텔레비전에서 어린이가 볼 수 있는 영화가 많지 않다는 아쉬움과 함께 각자가 바라는 어린이영화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했다.
▶2021년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에 참여한 어린이 배우들
▶2021년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키즈챌린지’ 부문에서 수상한 어린이 감독들
영화 통해 어린이들 경험의 폭 넓혀
“(정)로맨스 영화 싫어요. 어른들이 입맞춤 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김)어른들 영화에는 욕이 너무 많이 나와요. 그걸 보고 배운 애들이 놀이터에서 욕하는 걸 봤어요.”
“(최)공포영화는 너무 무섭지만 재난영화는 좋아요. 학교에서 재난이 일어나 학생들이 극복해나가는 내용의 영화를 보고 싶어요.”
“(지)요즘 친구들이 외계인, 좀비 이런 데 관심이 많아요. 이걸 소재로 한 어린이 영화가 나오면 좋겠어요.”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사무국은 어린이와 관련한 사회문제를 다룬 작품이나 전통 보전, 환경, 노동 등 어린이 담론에 포함해야 하는 영화를 발굴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또 영화제 출품작 중 일부를 어린이들이 심사하도록 하고 어린이 감독 영화 공모전 ‘키즈 챌린지’를 진행하는 등 영화를 통해 어린이들의 경험의 폭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황혜연 영화제 사무국 기획팀장은 “<그레타 툰베리(2021년 개막작)>, <태일이>는 각각 환경과 노동문제를 다룬 작품이지만 이는 곧 어린이 세대로 향하는 것이란 점에서 상영작으로 선정했다”면서 “어린이영화제에 와야만 볼 수 있는 작품, 기존 문법을 따르지 않은 어린이 감독들의 작품 등을 통해 어린이들이 영화를 더욱 가깝게 느끼길 바란다”고 전했다.
▶2021년 서울 국제어린이영화제 어린이 관객을 위한 오감체험 부스|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가장 바라는 건 ‘코로나 없는 깨끗한 세상’
네 명의 어린이는 곧 다가올 어린이날엔 놀이동산이나 축제에 가고 싶다고 했다.
“(정)할아버지랑 자주 등산을 했는데 할아버지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식사도 잘 못 하고 산에도 못 가서 아쉬워요. 어린이날엔 가족들과 놀이공원에 가고 싶어요.”
“(최)코로나19에 걸려 학교에도 못 가고 집에서 원격수업을 듣느라 힘들었어요. 마스크 때문에 귀도 너무 아파요. 얼른 가족, 친구들과 캠핑을 떠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마스크를 쓴 채 대화를 나눠야 하는 답답한 현실 속에서도 어린이들은 반짝이는 눈으로 서로를 쳐다보며 각자가 꿈꾸는 세상에 대해 상상의 보따리를 펼쳐 보였다. 그 미래를 위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현실적인 실천 방안도 빼놓지 않고 말하는 모습엔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서 자부심도 느껴졌다.
“(정)사랑이 가득한 세상에 살고 싶어요. 사람들이 결혼해서 애를 많이 낳아야 해요.”
“(최)코로나19가 없어져도 또 다른 바이러스가 올 수 있어요. 바이러스 없는 세상에 살고 싶어요. 그러려면 환경을 보호해야죠.”
“(지)모든 사람이 초능력을 가지면 좋겠어요.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위험한 일을 해서 남을 도와줄 수 있잖아요. 아, 그리고 서로 싸우면 안 돼요!”
“(김)깨끗한 환경에 살고 싶어요. 북극곰이 죽고 있대요. 쓰레기를 만들지 말고 에너지를 절약해야 해요.”
마지막으로 네 명의 어린이 해설가는 영화제에 많이 참여해달라고 입을 모았다. 무척 걱정된다고 말하는 무구한 얼굴은 동시에 설렘으로 가득했다. 2022년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슬로건은 ‘어린이를 듣다(All Ears to the Children)’다. 어린이들의 이야기 속엔 더 나은 미래가 담겼다.
조윤 기자
▶2022년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개막작 <울야는 못말려> |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6월 15일 개막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가 6월 15일부터 6월 22일까지 신도림역 일대에서 개최된다. 열두 살 소녀 ‘울야’가 동유럽을 가로질러 소행성의 충돌을 보러 떠나는 모험을 그린 개막작 <울야는 못 말려>를 시작으로 49개국에서 출품한 총 157편(장편 43편, 단편 114편)의 어린이영화가 관객을 찾아갈 예정이다.
이 밖에 전태일 열사의 이야기를 다룬 <태일이>, 인도의 신화를 바탕으로 소년의 성장기를 그린 <핸드폰>, 새엄마와 자녀가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다룬 <새엄마>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장르와 국내 미개봉작, 해외 영화제 수상작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어린이날 100주년과 영화제 10주년을 함께 기념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영화감독과 배우가 함께하는 관객과 대화(GV)를 비롯해 영화 속 아동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씩씩한 토크’, 부모와 자녀 간의 세대 갈등을 공유하는 라운드 테이블 ‘어른들은 몰라요’, 영화 <태일이>를 본 뒤 어린이 관객이 직접 인권 선언문을 써보는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행사와 오감 체험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
영화제 사무국은 “영화제 기간만큼은 코로나19로 위축된 어린이들의 놀 권리가 지켜졌으면 좋겠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신나게 일상을 회복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영화제에 대한 자세한 일정은 누리집(www.movie-guro.or.kr)을 통해 안내될 예정이다.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 특별 상영
▶ <해리포터> 특별전
6월 17일부터 19일까지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상영
씨네큐 신도림(날짜별 상영시간 및 상영작 다름)
▶ 야외 상영 ‘기찻길 옆 극장’
6월 17일 <쁘띠마망>
6월 18일 <나소흑전기: 첫 만남 편>
신도림역 1번 출구 기찻길 옆 극장(문화철도 959 야외테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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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