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한국 신용등급 ‘Aa2, 안정적’ 유지
개인이나 기업과 마찬가지로 국가도 신용을 평가한다. 국가신용등급(sovereign credit rating)은 국가가 채무를 이행할 능력과 의사를 등급으로 표시한 것으로 해당 국가의 경제적, 정치적 위험도를 반영한다. 신용등급은 국제금융 시장에서 정부가 발행하거나 보증하는 채권에 대한 금리를 결정하는 기본요소가 된다. 또 해외 투자자들이 해당 국가에 대한 투자 의사를 결정하는 지침으로 작용한다.
세계 3대 국제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Moody's)가 최근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Aa2, 안정적’으로 평가했다. Aa2는 무디스 평가에서 Aaa, Aa1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등급이다. 무디스는 “한국 경제가 세계경기 둔화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 속에서도 반도체 호조, 민간소비 회복 등에 힘입어 완만하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무디스는 “국가채무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재정부담은 관리 가능한 수준일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또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은 다른 선진국 대비 낮은 수준이고 향후 재정준칙 시행은 부채의 지속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우리 경제 긍정적 시각 여전히 유효
기획재정부는 “무디스의 이번 평가를 통해 지난 2년간 우리 경제가 보여준 견고한 기초 체력과 강한 회복력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 여전히 유효함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사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우리 경제의 회복 성과 및 정책 방향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수 있는 요인으로 대내외 충격에 따른 잠재성장의 구조적 훼손, 정부 재정의 중대한 악화,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를 꼽았다.
무디스의 후한 평가는 반가운 일이다.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피치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는 그동안 선진국과 신흥국을 차별적으로 평가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우리나라도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그룹에 속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로 국가브랜드가 높아지긴 했지만 그동안 신용평가사들은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G20 가운데 중위권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에서는 중하위권으로 평가해왔다. 아시아 국가보다는 유럽과 북미 국가에 후하게 등급을 부여하는 경향이 있는데다 북한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강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제신용평가사가 좋은 평가를 내렸다고 해서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및 원자재 공급난으로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 공포에 떨고 있다. 고물가·저성장 국면에서는 정부의 정책이 잘 먹히지 않는다. 이창용 한국은행 신임 총재가 4월 21일 취임식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한층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 회복세가 기존 전망보다 약화 될 것”이라며 “성장과 물가 간 상충관계가 통화정책 운용을 더욱 제약하고 있는 상황이라 정교하게 균형을 잡아가며 정책을 운용해야 한다”고 말한 이유다.
이 총재는 “단기적으로 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예상보다 빠른 통화정책 정상화,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중국의 경기둔화 가능성 등이 통화정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환의 기로에 선 우리 경제
그는 우리 경제가 대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며 장기 저성장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위기 이후 뉴노멀(새로운 기준) 전환 과정의 도전을 이겨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지, 아니면 고령화와 생산성 저하 추세가 이어지면서 장기 저성장 국면으로 빠져들게 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시기에 놓여 있다고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4월 24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2년 물가 상승 압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또 다른 악재를 맞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2022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는 4.0%로 아시아 선진국 8개국 평균인 2.4%와 1.6%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IMF는 전 세계 약 40개국을 선진국 대열로 분류하는데 아시아 국가 중에선 우리나라와 일본, 대만, 호주, 싱가포르, 홍콩, 뉴질랜드, 마카오 등 8개국이 포함돼 있다. 우리보다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높은 나라는 뉴질랜드(5.9%)뿐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권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지만 우리나라는 대외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이춘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