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친화도시 서포터즈들이 서울 도봉구 쌍문동 모람길을 여성안심거리로 바꾸는데 앞장섰다.
여성친화도시 서울 도봉구 시민 서포터즈
육아와 관련된 홍보물에는 왜 항상 여성이 등장하는 걸까? 군대와 관련된 홍보물에는 왜 꼭 남성이 모델로 나와야 하는 걸까? 시대와 가치관이 변했고 생활 속 많은 부분에서 양성평등을 외치고 있지만 우리의 오래된 고정관념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에 여성가족부는 지역의 정책 수립 및 집행 과정에서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게 참여하면서 여성의 역량을 강화하고 돌봄 지원 확대 및 안전한 도시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여성친화도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여성친화도시는 희망 시·군·구를 대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계획서를 평가해 선정하며 2009년 2개 지역으로 시작해 2021년 95개 지역이 지정됐다.
2021년 여성친화도시 유공 지자체 정부포상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서울시 도봉구에서 여성친화도시를 만들기 위해 열정을 쏟고 있는 시민 서포터즈(실무협의단)의 활동을 취재했다.
▶서포터즈들은 도봉구의 역사적 인물인 덕성여대 설립자 차미리사 여사를 기리는 ‘차미리사길’을 명예 도로로 지정하는 사업도 진행했다.
여성친화도시 도봉구 시민 서포터즈 정태은 씨
“내가 직접 우리 지역의 여성과 노약자, 아이들을 위해 도움이 된다는 게 정말 보람되고 뿌듯합니다. 주민의 입장에서 문제를 찾아 의견을 냈는데 그게 정책으로 연결되는 모습을 보니 정말 감격스러웠어요.”
도봉구에서 4년째 여성친화도시 서포터즈로 활동하는 정태은(63) 씨의 소감이다. 정 씨는 도봉구에 살면서 9년 동안 동네 어르신들과 함께 ‘걷기운동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걷기운동지도자 겸 방과후교사다. 항상 사람들과 어울려 소통하는 것을 삶의 행복으로 여기는 정 씨에게 도봉구 여성친화도시 서포터즈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여성친화도시 서포터즈는 도봉구에 거주하는 주민 30여 명(2년 임기, 무보수 명예직)으로 구성돼 있으며 주기적으로 모여 지역의 발전에 도움이 될 문제를 발굴·토론하며 문제 해결 방안을 고민한다. 이 과정에서 도봉구청은 서포터즈의 의견과 요구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실현 가능한 정책들을 추진한다.
“처음 서포터즈를 시작할 때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잘 몰랐는데 교육을 받다 보니 우리 여성도 지역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활동해보니 도봉구 내에서도 할 일이 무척 많더라고요.”
서포터즈는 일상생활 속에서 여성과 가족들의 욕구를 찾아내고 불편한 점을 점검하며 여성친화도시 관련 모니터링(검토), 여성친화도시 만들기 사업 추진과 홍보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 도봉구의 눈과 귀가 돼준다.
정 씨가 서포터즈로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도봉구 쌍문동 인근 주택가를 ‘여성안심테마거리’로 조성한 것이다. 모람길이라고 불리는 쌍문동 덕성여대 인근 주택가는 밤에 골목길이 어두컴컴해 여성과 아이들이 혼자 다니기 불안한 곳이었다.
▶도봉구 여성친화도시 3기 서포터즈 위촉식
“우리 지역에 도움이 돼 보람되고 뿌듯해”
“걷기운동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동네 구석구석을 많이 가봤어요. 다른 서포터즈들과 쌍문동 모람길을 가보고 이곳을 안전하게 바꿔달라는 의견을 도봉구청과 서울시에 전했는데 그게 받아들여졌죠.”
서포터즈의 제안으로 쌍문동 모람길에는 ‘안심하고 귀가하세요’란 로고젝터(길바닥에 문구를 투영시키는 프로젝터)와 야간 방범용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비상벨이 설치됐다. 또 전신주에 밝은색 시트지를 붙여 골목을 경쾌한 분위기로 바꿨고 여성 1인 가구가 많은 빌라 출입문과 주차장 입구에는 낯선 사람이 뒤따라오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형 미러시트지(반사필름)를 설치했다. 덕분에 칙칙하고 어두웠던 동네는 밝고 환하게 바뀌었으며 지역 주민의 반응은 무척 뜨거웠다.
“주민들이 엄청 좋아하죠. 으슥한 골목길을 다니는 게 무서웠는데 골목길이 밝아지니까 안심되고 기분이 좋아진다고요. 특히 여성과 아이들은 골목길이 더 안전해졌다고 느끼죠. 나중에 들었는데 실제로 범죄도 줄어들었다고 해요. 정말 뿌듯하고 보람 있었죠.”
이 밖에 서포터즈는 공공 화장실에 몰래카메라가 설치돼 있는지 기계를 동원해 일일이 확인하며 시민들의 안전을 확인했고 도봉구의 역사적 인물인 덕성여대(덕성학원) 설립자 차미리사(독립유공자) 여사를 기리는 ‘차미리사길’을 명예 도로로 지정하는 사업도 진행했다.
“우리 서포터즈는 문제를 찾아 의견을 제시하고 도봉구청은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했어요.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를 위한 일이니까 서로 호흡이 척척 잘 맞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우리 지역에 기여하는 서포터즈로 활동하고 싶어요.”
▶도봉여성센터 대강당에서 열린 ‘지역사회 젠더폭력 현황과 과제’ 정책포럼
젠더전문관 채용으로 양성평등 앞장서
“도봉구의 여성친화도시 정책으로 여성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는 일도 많아졌고 커뮤니티(공동체)센터 등을 통해 여성의 활동 공간도 더 넓어졌습니다. 집 안에 있던 여성들이 사회에 나와 주체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해요.”
양성평등 정책과 여성친화도시 사업에 앞장서고 있는 서민순 도봉구 여성가족과 여성정책팀 젠더전문관(양성평등전문관)은 10여 년에 걸친 도봉구의 여성친화도시 정책 덕분에 여성의 삶이 많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도대체 무엇이 얼마나 어떻게 바뀌었을까?
2011년 12월 처음 여성친화도시로 선정된 도봉구는 여성과 남성의 균형과 조화로 모두가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양성평등 사업을 펼쳤다. 정은경 도봉구 여성가족과 여성정책팀 팀장은 “도봉구가 서울의 다른 자치구와 다른 점은 최초로 ‘젠더전문관’을 채용해 성평등 관점에서 정책 자문을 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와 함께 여성 취업 및 창업 활성화와 여성 고용안정 확대’, ‘성평등 건강도시 조성’ 등에 대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젠더전문관은 도봉구의 주요 사업에 대해 ‘성인지적 관점 모니터링’, ‘법령·사업·계획에 대한 성별 영향 평가’, ‘주요 정책 성별 분리 통계 작성’, ‘공무원 및 일반인 대상 성평등·성 인지성 개선 교육’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또한 도봉구는 지역사회의 ‘여성 역사 인물길 발굴·확산 사업’, ‘성평등 활동가 양성과 성평등 문화 확산’, ‘의료 취약지역 여성들의 공공의료 접근성 향상 및 건강권 확보’ 등의 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여성친화도시를 만들기 위한 모든 활동은 도봉구의 시민 서포터즈와 함께 진행했다. 서민순 젠더전문관은 “시민 서포터즈는 단순한 친목 모임에서 벗어나 지역에 도움이 되는 일을 자발적으로 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바꾸고 주민의 삶을 바꾸는 일에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그들 모두 기쁨을 느낀다”며 “20년 전부터 여성문제에 관심을 갖고 일했는데 요즘 시대는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척 많다. 여성이 용기를 내어 적극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글 김민주 기자, 사진 도봉구청
여성친화도시 지자체 8곳 신규 지정
“양성평등 가치 뿌리내리는 희망의 도시”
여성가족부는 1월 25일 여성친화도시로 새로 지정된 8개 지방자치단체, 재지정된 21개 지자체와 여성친화도시 조성 협약을 맺고 2021년 최우수·우수도시로 선정된 3개 지자체에 정부포상을 수여했다.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된 충남 아산시는 대통령 표창을 받았고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충북 제천시와 서울시 도봉구는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충남 아산시는 도시재생사업 추진 과정에서 여성 친화적 관점이 반영되도록 여가부와 함께 사업을 추진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여성의 다양한 사회 활동을 지원하는 공동체 센터, 여성인권 자료저장소 등을 포함하는 양성평등거리를 조성한 공을 인정받았다.
충북 제천시는 각 부서와 읍면동 업무의 여성친화도시 성과평가제도 운영을 통해 성평등 정책 추진 기반을 강화했다. 또 여성의 계속 일하기와 경제활동 활성화를 위해 창업지원사업, 다양한 동아리 육성 등으로 지역사회의 변화를 촉진한 노력을 인정받았다.
서울시 도봉구는 젠더전문관(양성평등전문관)을 두고 있으며 시민 서포터즈(실무협의단) 활동을 통해 1인 가구 밀집 지역을 대상으로 방범 장치 설치를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한 공을 인정받았다.
강원 태백시 등 8개 지자체가 여성친화도시로 새로 지정되고 여성친화도시 지정 후 협약기간(5년)이 지난 충북 증평군 등 16개 지자체가 2단계로 재지정돼 앞으로 5년간 여성친화도시로서 사업을 추진한다. 여성친화도시 지정 후 10년이 지난 5개 지차체는 3단계로 재지정됐다.
김종미 여가부 여성정책국장은 “여성친화도시는 여성만을 위한 도시가 아니라 지역 주민 모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하는 양성평등 가치가 뿌리내리는 희망의 도시”라며 “앞으로도 지역의 양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적극 협력해나가겠다”고 밝혔다.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