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형 스페이스X’를 육성하기 위한 신규 사업에 착수한다. 스페이스X는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우주기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민간 주도 소형발사체 산업 육성을 위해 ‘소형발사체 개발역량 지원 사업’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민간기업 주도의 경제적 우주개발 활성화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소형위성을 군집으로 운용하는 위성개발 방식이 활성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형 위성에 적합하고 경제성·적시성 측면에서 중대형 발사체보다 강점이 큰 소형발사체에 대한 수요가 지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국내에도 소형 위성의 발사수요는 증가하고 있으나 소형발사체의 부재로 해외 중대형 위성의 발사일정에 따라 우리 위성의 발사일정이 정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미국항공우주국(나사·NASA)이 스페이스X를 혁신적 우주기업으로 육성한 것처럼 경제성을 갖춘 소형발사체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이번 사업을 기획했다.
2027년까지 6년간 총 278억 5000만 원을 투입하는 이 사업을 통해 소형발사체의 상단용 엔진을 개발하고 누리호의 75톤 엔진을 1단으로 하는 2단형 발사체로 확장할 계획이다.
미국 ‘GPS’ 대체할 국산 ‘KPS’ 개발 추진
지원대상은 대한민국 국적으로 소형발사체 개발을 희망하는 우주산업체이며 산학연 연합체(컨소시엄)를 구성해 지원할 수도 있다. 3개 기업(연합체)을 선정해 소형발사체의 상단(2단) 엔진을 설계·제작하고 두 차례의 단계평가를 통해 최종 1개 업체를 선정해 설계·제작한 엔진의 성능시험을 진행한다.
이번 사업은 상단 엔진의 기획부터 설계까지 민간기업 주도로 수행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추진한다. 추진제(연료)의 종류, 엔진 구조 등을 모두 참여기업이 주관해 선정하고 필요 시 1단부(누리호 75톤 엔진)의 설계를 일부 개선하거나 자체 개발·보유한 엔진·기술도 1단부에 활용이 가능하다.
각 단계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참여기업에 기술 자문을 지원하며 각 단계 종료 시 한국연구재단의 단계평가를 통해 후속단계 개발을 지원할 기업을 선정한다. 4월 중 사업 계획에 대한 평가를 진행해 3개 기업을 선정, 본격 연구를 개시할 예정이다.
권현준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전 세계적으로 소형발사체 중심으로 변화하는 민간 우주시장 패러다임에 대응하고 2030년까지 예정된 공공위성 170기 발사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서는 경제성 있는 소형발사체 개발이 필수”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소형발사체 개발 역량지원 사업을 통해 산업체의 우주개발 역량을 높이고 국내 우주발사체 기업이 스페이스X 같은 혁신적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2022년 하반기 다목적 실용위성(아리랑) 6호와 차세대 중형위성 2호 발사를 앞두고 한국형 정밀 위성항법시스템 개발 사업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설계부터 본체 개발, 총조립 및 시험, 지상국 등을 모두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수행한 다목적실용위성 6호는 서브미터급 영상레이더를 탑재해 날씨와 낮밤의 구분 없이 지상을 관측할 수 있다. 정밀관측을 통해 다양한 공공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국내 산업체가 주도해 개발한 최초 위성인 차세대 중형위성 2호 역시 발사 후 재난·재해 대응 및 국가 공간정보 활용 서비스 등 다양한 공공 영상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흔히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로 알려진 위성항법시스템은 위성을 통해 위치와 항법, 시각 정보를 제공해주는 구실을 한다. 이는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평가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미국의 상용 GPS 신호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산업 인프라로 이를 곧장 활용하기 어렵고 신호장애나 국가 간 이해관계 등으로 GPS가 단절될 경우 사회 시스템이 마비되는 상황에 처할 우려도 있다. 이에 정부는 당장 우리 지형과 환경에 맞는 위성항법시스템(KPS) 개발에 나서 2035년까지 이를 완전히 구축할 계획이다.
6월 ‘누리호’ 2차, 8월 달 궤도선 발사
우리나라 첫 무인 달 탐사선인 시험용 달 궤도선(KPLO·Korea Pathfinder Lunar Orbiter)도 2022년 8월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사 최초로 지구 궤도를 벗어나는 우주 탐사 사업이다. 무게 약 678kg, 길이 6m(태양 전지판을 펼쳤을 때)의 KPLO는 약 4개월간 최대 600만km의 비행을 거쳐 2022년 12월 고도 100km에 이르게 된다.
그뒤 1년 동안 하루 12번씩 달의 북극과 남극을 지나는 궤도를 돌며 달 표면을 관찰한다. 향후 달 착륙 후보지를 탐색하고 달 극지방의 영구 음영(그늘) 지역 내 물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목적이다. 더불어 심우주 탐사용 우주인터넷 시험, 달 생성 원인 연구, 달 표면 자원 탐사 등의 임무도 떠안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이 달 탐사에 주목하는 이유는 달의 부존자원을 확보와 화성 등 심우주 탐사를 위한 중간 기착지로 활용 가능성 때문이다. 달 궤도선 발사가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세계 7번째 달 탐사 국가로서 우주탐사 역사에 첫발을 내딛게 된다.
정부는 처음 시도하는 우주탐사 사업인 만큼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나사와 협력을 기반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항우연이 시스템, 본체, 지상국을 총괄하고 국내 6개 연구기관과 나사가 협력하는 형태다. 정부는 나사의 탑재체인 ‘쉐도우캠’을 우리 달 궤도선에 수용하고 미국은 나사의 심우주통신네트워크를 사용한 궤도선 추적, 통신 및 심우주항법 서비스를 지원한다.
정부는 달 궤도선을 발사한 뒤 2030년까지 달 착륙선을 발사해 본격적인 달 탐사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권현준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세계 각국은 우주 영토 개척 및 우주자원의 산업적 이용 가능성을 연구하기 위해 달 탐사를 포함한 우주탐사를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달 착륙선을 개발해 자력 발사, 심우주 항행, 달 착륙 및 탐사까지 독자적 우주탐사 역량을 확보하여 우주강국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2021년 첫 비행에 나섰던 누리호의 2차 발사 예정일이 2022년 6월 15일 (발사 예비일은 6월 16일~23일)로 잠정 결정됐다. 아파트 15층 높이 47.2m의 누리호는 2021년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로 엔진 설계에서부터 제작, 시험, 발사 운용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완성돼 우리나라 우주과학기술의 결정체로 불린다.
이석원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연구정책과 서기관은 “우주발사체 개발 기술은 국가 간 기술이전이 엄격히 제한되는 분야로 우주개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과학기술·경제·안보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자체 위성 발사능력이 없다면 과학·상업·군사 위성을 해외에 계속 의존해야 해 국가 자주권 확립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조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