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책나눔위원회가 매달 일곱 권의 책을 추천합니다. ▲문학 ▲인문예술 ▲사회과학 ▲자연과학 ▲실용일반 ▲그림책·동화 ▲청소년 분야의 추천 도서는 여러분의 독서 욕구와 지적 호기심을 샘솟게 할 것입니다. <공감>은 책나눔위원회의 추천 도서를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똥의 인문학: 생태와 순환의 감각을 깨우다
김성원 외 8인 지음 | 역사비평사
제목이 말해주듯이 이 책은 똥이라는 점잖지 못한(?) 주제에 관한 8명의 인문학자들의 고찰을 담고 있다. 그 고찰이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똥을 매개로 해서 근대 산업 문명의 한계와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8편의 글은 필자들 각자의 관심에 따라 똥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근대 문명의 반(反)생태적이고 비순환적인 면모를 고발하고 있다. 프랑수아 라블레의 작품을 통해 르네상스 민중문화에서 똥과 오줌의 이미지가 어떻게 그려져 있는가를 고찰하는 글이 있는가 하면 6·25전쟁 이후 산업화 시기 한국에서 분뇨처리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분석하는 역사학자의 글과 식민지 시기 조선에서 똥과 화학비료가 경쟁하고 교체되어가는 과정을 문학작품들을 통해 다루는 평론가의 글도 실려 있다. 아울러 정신분석의 관점에서 배설의 문제를 고찰하는 두 편의 글도 흥미롭다.
진태원(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
#젠더_소설: 해시태그 문학선
김지은·이광호 엮음 | 문학과지성사
입시를 앞둔 청소년들이 옆에 가까이 있다면 그들이 자발적으로 독서할 틈을 내기 쉽지 않다는 점을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입시에도 도움이 되고,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데 도움이 될만한 국내 문학이 지금보다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참에 이 ‘해시태그’ 문학선 시리즈들을 접하게 되었다. #해시태그 문학선은 “우리시대 가장 강력한 주제어와 연관된 문학작품들을 선별해” 독자와 나누겠다는 취지로 구성된 듯하다. 현재 출간된 주제어는 젠더와 생태. 각각 그 주제어와 관련된, 엄선해서 선택했을 국내 시·단편소설들이 수록되었다. 그중 이 책 <#젠더 해시태그 문학선 소설>은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작가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박완서, 오정희, 최윤, 한강, 배수아, 김애란 그리고 “여성적 글쓰기를 수행한 문제적 작품”의 시초를 쓴 작가라고 표현할 수 있는 백신애 단편 <적빈(赤貧)>까지 소개돼 있다.
조경란(소설가)
여자도 군대 가라는 말
김엘리 지음 | 동녘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자신의 뜻을 타인에게 강제할 수 있는 마지막 힘은 결국 무력이라는 뜻이다. 1961년 쿠데타 이후 한국사회는 군대 조직을 모형 삼아 짜여졌다. 국가안보와 경제개발은 동전의 양면이었다. 1987년 민주화 이전 한국의 근대는 ‘군사주의에 갇힌 근대’였다. 그러나 1987년 민주화 이후 여성운동이 등장하고 호주제 폐지 등 양성평등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지금 젊은 세대는 일상에서 ‘뜨거운 젠더 전쟁’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툭 튀어나온 말이 “여자도 군대 가라”는 말이다. 이 책은 ‘남성=군대, 여성=출산’이라는 관습적 도식을 넘어서 군대와 젠더의 관계를 되묻는다. 거기에 답하기 위해 군대는 물론 가정과 일터를 비롯한 여타 사회 제도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를 곰곰이 생각하게 만든다.
정수복(사회학자·작가)
빛이 매혹이 될 때
서민아 지음 | 인플루엔셜
표지부터가 매혹적인 이 책의 저자 서민아 교수는 물리학을 전공한 정통 과학자이면서 휴일에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이기도 하다. 그의 연구주제는 빛, 이 책은 빛에 대한 과학적 탐구이면서, 또 빛이 가능하게 한 회화라는 예술에 대한 미학적 탐구이기도 하다. 그의 손에서 미술사는 빛의 과학사로 거듭난다. 뉴턴의 색채혁명에서 양자역학, 인상주의에서 하이퍼리얼리즘까지 이 책은 빛을 탐구한 과학자들의 여정을 당대의 화가들과 함께 따라가고 있다. 곳곳에 실린 아름다운 그림과 예술작품들은 빛의 속성에 대한 여러 과학적 설명들과 멋진 조화를 이룬다. 본다는 것은 무엇이며, 보이지 않는 것이 존재할 수 있는지,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인지, 빛은 시간의 흔적인지 등등 이 책을 이루는 각 장의 질문들을 저자와 함께 따라가면서 독자는 과학적 이성과 예술적 감수성의 조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권복규(이화여자대학교 의학교육학교실 교수)
호랑이 생일날이렷다
강혜숙 지음 | 우리학교
강혜숙 작가의 <호랑이 생일날이렷다>는 우리에게 익숙한 호랑이 이야기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마치 판소리 한마당을 연상시키는 시작이다. 이어 한날한시에 태어난 아홉 호랑이들이 생일잔치에 차례로 나타난다. 하지만 첫째 형님은 오지 못했다. 우애 좋은 오누이 계략에 그만 수수밭에 떨어져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다. 바로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며 떡장수 어머니를 따라가 삼키고 오누이를 쫓아간 호랑이.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다. 곶감에 호되게 당한 호랑이, 토끼 꾀에 넘어간 호랑이,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에 호되게 당한 호랑이도 있다. 이들 아홉 호랑이는 모두 우리 전래이야기와 민담, 민화에 등장하는 호랑이들이다. 이들은 차례차례 등장해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를 읊어낸다.
최현미(문화일보 문화부장)
모두를 위한 게임 취급 설명서
최태섭 지음 | 한겨레출판사
저자는 게임을 폭력적인 범죄의 원인으로 규정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지만, 게임이 사회문제와 동떨어져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많은 게이머들은 ‘정치적 올바름’을 기준으로 게임을 비판하는 데 격렬히 반발한다. 저자는 장시간 야근과 불안정한 고용이라는 게임업계 노동환경이 몇 년 사이 많이 개선됐지만, 이는 게임업계 노동자·시민사회·노동계 등의 노력 덕분이며 게임업계가 기업의 사회적 의무를 자발적으로 이행한 적은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게임을 하는 이들에게는 자신이 즐기는 게임의 보다 넓은 사회적 맥락을 되살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게임을 하지 않는 이, 잘 모르는 이들에게는 게임 세계와 게이머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 되어줄 것이다. 특히 자녀의 게임 활동을 우려 섞인 눈길로 바라보는 부모 세대에게 게임을 이해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는 책이다.
표정훈(평론가)
사춘기 철학 여행: 10대를 위한 철학 이야기
유성오 지음 | 초록서재
도대체 행복이란 무엇일까, 사랑은 변하는 걸까, 내 눈에 보이는 건 모두 사실일까…. 세상을 향한 호기심이 내면으로 향할 무렵 인간은 철학적 사유를 시작한다. ‘철학 하기’는 의심과 질문에서 출발한다. 무엇이든 원래 그렇다는 생각은 수동적이고 관습적인 태도다. 근본적인 이유와 원인에 대해 고민하고 비판적 안목을 길러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연습이 철학이다. 관념론과 유물론, 이상과 현실, 금욕과 쾌락, 실존과 해체 같은 어려운 철학 용어는 잊어도 좋다. 객관식 시험으로 점수를 매기는 철학도 필요 없다. 질풍노도의 혼란과 방황의 시기는 인생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다. 좀 더 많은 방황과 고민이 더 단단하고 성숙한 사람으로 거듭나게 한다. 머리가 아닌 온몸으로 ‘철학 하는’ 삶이 밝고 건강한 미래를 만들 것이라고 믿는다. 늦게 전에 사춘기 철학 여행을 떠나보자.
류대성(<읽기의 미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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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