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미술관 나들이’ 집콕으로 즐겨요

2022.03.14 최신호 보기
▶디제이 멜란(Mellan)이 블루메미술관 정원에서 활동하는 모습이 유튜브 방송 ‘블루메 테이블’로 실시간 중계됐다.

온라인 미술관 ‘블루메 테이블’ 체험기
오늘도 미술관을 클릭한다. 코로나19 시대 방구석 문화생활은 제법 일상이 됐다. 특히 전시는 마스크를 쓰지 않던 시절에 비해 더 자주 보게 됐다. ‘온라인 미술관’이 많아진 덕분이다. 영상으로 큐레이터의 전시 설명을 듣고 전시장 곳곳을 화면으로 보는 체험은 재밌고 유익하다. 기획전뿐만 아니라 미술관의 소장품까지 보려고 몇 시간을 노트북 앞에 앉아 작품을 눈에 담았던 적도 있다.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이 비어 있는 듯했다. 아마도 미술관이란 공간의 특수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 미술관에 간다는 것은 단순하게 미술품을 보러 간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가는 길에 들었던 음악이나 미술관 건축물의 가치, 카페에서 풍기는 커피 향기, 낯선 사람들과 스침, 전시장 안의 고요함 등 우리를 자극하고 기억하게 하는 것은 여러 가지다.

▶유튜브 방송 ‘블루메 테이블’의 턴테이블 플레이리스트 ‘초여름 정원에서의 바이브’(by DJ Baxa)│블루메미술관

‘집에서 음악에 나를 맡긴다’
이런 의미에서 유튜브 방송 ‘블루메 테이블(Blume Table)’은 신선했다. 경기도 파주 헤이리마을에 있는 블루메미술관이 운영하는 채널이다. 정부의 ‘사립 박물관·미술관 온라인 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으로 블루메미술관이 기획한 온라인 콘텐츠 블루메 테이블은 형식과 내용 모두 색다른 접근을 시도한다.
블루메 테이블에 입장하면 ‘플레이리스트(playlist)’라는 다소 생경한 말머리 목록에 시선을 멈추게 된다. 그중 ‘집에서 음악에 나를 맡긴다’를 재생했다. 오후의 나른함을 날려주는 음악이 한 시간 반 가까이 이어진다. 영상의 변화 없이 오직 음악만 흐른다. ‘이게 뭐지’ 싶었다. 최근 올라온 콘텐츠 순서대로 재생했다. ‘겨울을 정원에 담다’, ‘연풍바람’, ‘해가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인생이 한 편의 영화라면’ 등 제목에 어울리는 곡이 흘러나온다.
미술관이 왜 이런 걸 했을까? 이 질문에 김은영 블루메미술관 학예실장은 “음악이 제일 미술관스럽지 않지 않냐”고 웃으면서 되물었다. 김은영 학예실장은 “단순하게 가상체험을 하는 것은 미술관 콘텐츠의 고유성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했다”며 “온라인에서 보여줘야 한다는 억지 논리를 벗지 않으면 더 이상 소비하려고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깊은 고민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직관적으로 서로 공감하는 마법 같은 순간 때문에 전시를 보는 부분이 크다. 좋은 음악을 들을 때 공감하는 경험의 영역이 미술과 연결돼 있다고 봤다”며 “미술관스럽지 않으나 클릭하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로 ‘플레이리스트’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그렇게 미술관의 음악 큐레이션 콘텐츠 ‘턴테이블’이 만들어졌다. 디제이(DJ)와 유튜버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음악인들과 협업해 만든 ‘플레이리스트’로 미술관이 전하고 싶은 느낌과 심상들을 들려주며 미술관의 담장을 넘어 귀로 듣는 미술관 경험을 선사한다.
전화 인터뷰를 하는 순간에도 ‘턴테이블’에 올라온 음악을 틀어놓고 있었다. 김은영 학예실장은 “배경음악처럼 미술관이 생활권 안으로 들어오길 바라는 마음”이었다며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음악을 반겼다. 이어 “코로나19로 미술관이 생활권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물리적 공간을 어떻게 어필할 것인지를 떠나서 생활권 안으로 들어오는 방식으로 미술관 이야기를 전달할 필요가 있었다”며 블루메 테이블의 의미를 다시금 강조했다.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의 순간을 담은 그린 테이블 인터뷰 콘텐츠

‘자연에서 경이로움을 느낀 적 있는가’
사흘 연속 블루메 테이블을 방문했다. 마지막 날엔 ‘인터뷰(INTERVIEW)’라는 말머리로 묶여 있는 ‘그린 테이블’ 콘텐츠를 봤다. 자연에 대한 경이로운 감정의 경험을 담은 영상 콘텐츠다. 일명 ‘센스 오브 원더(Sense of Wonder)’ 인터뷰 시리즈다. <침묵의 봄>을 쓴 저명한 환경운동가 레이첼 카슨이 말한 “센스 오브 원더”에서 시작된 ‘그린 테이블’은 ‘어릴 적 자연에서 경이로움을 느낀 적이 있는지’가 생태적 관점과 실천의 근원이 된다는 화두에 근거한 콘텐츠다.
타일러 방송인 겸 환경운동가, 오시영 일러스트레이터, 송경호 제로웨이스트 숍 더피커 대표, 이혜인 작가, 이대길 청년 정원사, 전은정 목수책방 대표, 김장훈 정원사가 자연에서 느낀 경이로운 감정을 나눈다. 7명이 전하는 자연에 대한 감정과 경험을 듣고 이런 경험을 품은 문화공간을 찾아가고 미술관의 자연주의 정원 ‘블루밍 메도우’를 만끽하게 한다.
‘그린 테이블’은 100년을 훌쩍 넘은 아름드리 굴참나무를 품고 있는 블루메미술관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콘텐츠다. 정원문화를 해석해온 미술관이 나누고 싶은 담론을 인터뷰 형식으로 풀어냈다.

▶방송인 타일러가 기후위기를 외치고 책 <두 번째 지구는 없다>를 쓰게된 삶의 방식을 인터뷰를 통해 전한다.

▶카카오 브런치의 북테이블 연재 ‘정원일하는 큐레이터’ 매거진 글│ 블루메미술관

음악과 영상, 텍스트 아우르는 큐레이션
이 밖에도 ‘북테이블’에서는 정원일하는 큐레이터의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선보인다. 정원에 다가서려는 미술관 큐레이터의 여정과 정원문화에 관한 콘텐츠들이 담담한 형태의 글로 카카오 브런치에 연재돼 문서(텍스트)로 읽는 미술관을 경험케 한다.
블루메미술관이 기획한 온라인 콘텐츠 블루메 테이블은 2022년에 더욱 다층적이고 심화된 모습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김은영 학예실장은 “플레이어는 다 모아진 상황”이라며 “특히 보는 언어화가 강화될 것”이라며 2022년 지원 사업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음악과 영상, 텍스트를 아우르는 큐레이션(취향을 분석해 적절한 정보를 추천해 주는 일)으로 고유의 온라인 콘텐츠를 만들어가고 있는 블루메 테이블. 코로나 시대 일상의 소통문화로 넓혀나가는 미술관의 진화를 보여준다.

심은하 기자

온라인으로 만나는 박물관·미술관 이야기
비대면 시대, 전국 18개 사립 박물관과 미술관이 각 기관의 고유 목적과 정체성을 토대로 차별화된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를 기획해 선보이고 있다. 이번에 공개되는 온라인 콘텐츠는 전시 기획 과정을 참신하게 담은 연속물부터 애니메이션 콘텐츠, 가상현실 콘텐츠 등 총 330건이다. 앞서 소개한 블루메미술관의 온라인 콘텐츠 ‘블루메 테이블(Blume Table)’도 그 결과물 중 하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립박물관문화재단과 함께 추진한 ‘2021년 사립 박물관·미술관 온라인 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결과물 330건을 기관별 온라인 채널(유튜브 등)과 ‘집콕문화생활’ 누리집(Culture.go.kr/home)에서 공개했다. 집콕문화생활은 국공립 문화예술기관이 제공하는 비대면 공연·전시·행사 등을 집에서 즐길 수 있도록 안내하는 통합 누리집이다.
‘사립 박물관·미술관 온라인 콘텐츠 제작 지원’은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비대면 콘텐츠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박물관과 미술관의 온라인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고 장기 휴관으로 운영이 어려워진 사립 박물관과 미술관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사업이다. 2021년 공모로 선정된 18개 사립 박물관과 미술관은 각 기관의 고유 목적과 정체성을 토대로 차별화된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했다.
대표적으로 교동미술관의 ‘아트-잇(Art-it)’ 콘텐츠는 지역 기반 명장들과 신진 예술가의 협업으로 지역 문화예술 교류의 장을 마련했다. 변화된 환경 속에서도 예술가들이 연대해나가는 모습과 작품을 매개로 한 서로 다른 공간을 다룬 콘텐츠를 통해 공유하고 소중한 신념을 지켜나가고자 하는 예술가들의 현장 기록과 열정을 담아냈다.
전남 영암곤충박물관은 곤충을 기르는 방법부터 곤충을 채집해 박물관에 전시하는 과정 등을 담은 연속물 콘텐츠를 제작했다. 예나르 제주공예박물관은 관람과 체험이 함께하는 복합형 콘텐츠를 소개했다. 다른 그림 찾기 4편의 게임형 양방향(인터랙티브) 콘텐츠와 박물관 소장품 전시 영상, 제주 여성의 일상, 두 개의 부엌, 2021년 온라인 전시 모습이 담긴 동영상과 멀티미디어를 선보이고 있다.
사업은 2022년에도 계속된다. 2022년 콘텐츠는 빠르면 연말에서 2023년 1월 초 공개될 예정이다.
문체부 정책 담당자는 “2022년부터는 콘텐츠 홍보와 활용 분야에 대한 상담을 강화하고 전년도 우수 참여관도 상담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해 각 기관의 온라인 콘텐츠 기획·운영 역량을 높이는 다양한 방법 등을 공유할 계획”이라며 “또 확장 가능성이 큰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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