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무나 송종원 대표는 “앞으로는 보유 기술과 환경보호를 함께 이야기하지 못하는 기업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탑차’ 탄소발자국 줄이는 ㈜소무나
2020년 10월 이른바 냉동·냉장 탑차에 온도를 임의로 조작할 수 있는 장치를 붙여 운행한 업체와 차량이 한꺼번에 적발됐다. 이들은 탑차에 ‘똑딱이’로 불리는 온도조절장치를 설치한 뒤 냉각장치를 작동하지 않은 채 냉동 상태가 유지된 것처럼 속였다. 적발된 차량의 실제 냉장 보관 온도는 10~13.2℃, 냉동은 –17℃~-2℃로 각각 최대 3.2℃, 16℃를 초과하는 등 보존 및 유통 기준을 위반했다. 똑딱이는 냉각기를 가동하지 않아도 온도를 실제보다 낮게 조작할 수 있어 유류비를 아끼려는 일부 탑차 기사들 사이에 비밀리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도를 조작하면 시간당 1.7~1.8리터의 유류비와 냉각기 유지·보수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위와 같이 배송 차량 기사들이 특수 장비를 이용해 불법행위를 할 만큼 냉동·냉장 차량 온도를 유지하는 데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일정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차량 기사는 일반적으로 정차 중에도 시동을 끄지 않는다. 즉 운전자가 배송하는 동안에도 공회전 상태로 차를 세워두는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유류비가 크게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환경문제로도 이어진다. 공회전에 따른 미세먼지 발생량은 서울에서만 연간 6.4톤, 이산화탄소는 9만 3000톤에 이른다.
‘왜 냉동 탑차는 공회전 상태를 유지해야 할까?’ 신생기업 ㈜소무나의 창립은 이 같은 물음에서 시작됐다. 송종원 대표(33)는 우연히 길가에 세워진 냉동 배송 차량이 공회전을 하는 것을 보고 시동을 끄더라도 탑차가 냉동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무시동 냉장·냉동 트럭 전장(전기·전자장치) 시스템’을 개발했다. 차량 주행 중 발생하는 잉여 전력을 활용해 전력 소모량이 큰 전장을 엔진이 꺼진 상태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단순한 궁금증이 환경에 대한 관심과 맞물리며 창업으로 이어진 것이다. 송 대표는 기업명 안에 “‘소’중한 ‘무’공해 ‘나’라를 만드는 사회적기업이 되겠다”란 목표를 담았다.
▶㈜소무나는 시동을 끄더라도 냉장·냉동 차량이 냉각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무시동 냉장·냉동 트럭 전장 시스템’을 개발했다.
왜 냉동 탑차는 공회전 유지해야 할까?
“어느 날 출근길에 편의점 앞을 지다가다 공회전을 하는 냉동 차량을 보게 됐어요. 매번 저렇게 세워두면 에너지 낭비가 심할 텐데 해결 방법은 없을지 고민했죠. 당시에 기업에서 전기 플랜트 설계를 담당하면서 관련 공부를 위해 대학원에 다니고 있었는데 냉장·냉동 탑차의 공회전 문제 해결을 주제로 논문까지 쓰게 됐어요. 그러고 나니 이걸 사업화해도 괜찮겠다는 결론에 이르더군요. 평소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을 계속 가지고 있었기에 창업까지 결심하게 됐죠.”
㈜소무나의 기술은 ‘듀얼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통해 구현된다. 이는 리튬 배터리 두 개를 결합해 충전과 방전을 별도로 제어하는 게 핵심이다. 즉 A배터리를 사용할 땐 B배터리가 차량 발전기에서 충전되고 B배터리를 사용할 땐 A배터리가 충전되는 식이다. 이 같은 배터리를 탑재할 수 있는 배터리 제어 시스템(HSBC·Hybrid Somuna Battery Controller)도 자체 개발했다. 배터리 충전 시엔 병렬로 전압을 낮춰 급속 충전이 가능하고 방전 시엔 직렬로 전환돼 높은 전압이 필요한 전장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기술개발은 2018년 창업 이후 금방 끝났지만 차량에 실제 적용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렸다. 연식에 따라 차량 발전기 용량이 다르고 차량마다 평소 주행거리도 다르기 때문에 개별 상황에 맞춰 표준화하는 게 쉽지 않았다. 또 차량 기사마다 수요가 무척 다양해 이에 부응하기 위해 모니터링 시스템까지 개발하게 됐다고 송 대표는 덧붙였다.
“차량 연식이 오래될수록 차량용 발전기 용량이 적어요. 또 차량에 따라 주행거리도 천차만별인데 저희가 만든 듀얼 하이브리드 배터리는 주행 중 충전되는 거라 주행거리가 길수록 유리하죠. 다양한 상황에 맞추기 위해 여러 대의 배터리 세트를 설치할 수 있게 하거나 별도의 충전기를 지급하는 방법 등으로 한계를 극복했어요. 또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운전자가 휴대전화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온도와 배터리 상태, 배송 위치 등의 운행 정보까지 확인할 수 있게 했습니다.”
▶㈜소무나의 ‘듀얼 하이브리드 배터리’는 두 개의 리튬 배터리가 충전과 방전을 별도로 할 수 있어 주행 중 발생한 잉여전력만으로도 차량이 냉각 상태를 유지하는 원리다. 배터리는 외부 공급원을 통해서도 충전할 수 있다.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실시간으로 온도와 배터리 상태, 배송 위치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췄다.
차량 1대당 연간 이산화탄소 3톤 절감
배터리 제어 시스템을 탑재하면 차량 엔진이 꺼진 무시동 상태에서도 소비전력이 높은 전장을 최대 냉장 3시간, 냉동 2시간까지 유지할 수 있다. 또 현재 널리 쓰이는 엔진 구동 방식은 설정된 온도 값에 도달한 뒤 엔진에서 출력되는 부하량이 일정하지 않아 온도 편차가 생기는 데 반해 배터리 구동 방식은 엔진 출력이 일정해 온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게 ㈜소무나 측의 설명이다.
이 같은 이유로 차량 1대당 연간 약 288만 원의 유류비를 절감할 수 있다. 배터리의 최대 수명인 7년간 꾸준히 사용했을 땐 약 2000만 원의 기름값을 아낄 수 있는 것이다.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효과가 작지 않다. ㈜소무나의 분석에 따르면 배터리 제어 시스템을 장착한 차량 1대는 연간 약 3톤의 이산화탄소 발자국을 지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제적·환경적 효과에도 당장 시장의 수요를 변화시키는 건 쉽지 않았다. 이에 ㈜소무나는 비용 부담을 전부 떠안아야 하는 개인 차주보다는 대기업을 상대로 판로를 뚫고 있다. 국내 단체급식업계 1위의 삼성웰스토리와 곧 2차 기업 간 기술검증(PoC)을 앞두고 있다. 송 대표는 이를 통과하고 난 뒤 이르면 2022년 상반기 시장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개인 차주의 경우 ‘굳이 지금 시스템을 바꿔야 하나?’라며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았어요. 장기적으로 봤을 땐 경제적·환경적 이득이 크지만 당장 비용이 들어가니까요. 그래서 농협경제지주, 삼성웰스토리처럼 대규모로 식품 배송 차량을 운행하는 곳과 손잡기 시작했죠. 삼성웰스토리의 경우 1차 기술검증 이후 구매 계약을 체결했고 현재 기업 내에서 시범 운행도 하고 있어요. 2차 기술검증을 통과하고 나면 바로 시장에 상용화될 겁니다. 또 2022년 3~4월 중엔 국토교통부에서 녹색물류전환사업으로 저희 배터리 제어 시스템 구매 금액의 50%를 보조해주기로 했어요. 그러면 비용 부담이 줄어드니 시장 수요가 더욱 늘 걸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송 대표는 국내 냉장·냉동 차량 시스템의 10%를 자사 제품으로 대체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임박한 ‘전기차 시대’ 개막을 고려한 수치다. 현재 ㈜소무나의 기술은 디젤 차량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전기차·수소차 등 미래 자동차 시장 변화를 고려해 기술도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경우 현재 기술로는 장거리 주행도 쉽지 않은데 여기에 냉장·냉동 기능을 가능케 하려면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해 ㈜소무나는 새로운 기술개발이 한창이라고 했다.
상용화 코앞… 세계 친환경 에너지 시장 공략
신생기업이 기술개발을 하려면 무엇보다 자금 확보가 관건이다. 창업 이후 ㈜소무나가 다양한 공모전에 참가하며 투자처 찾기에 매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창업한 해에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하는 기술혁신창업 기업에 이름을 올렸고 이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선정한 ‘2019 K-글로벌 스타트업’에 뽑혔다.
2019년엔 환경부와 SK이노베이션이 공동으로 주최한 ‘환경 분야 사회적기업 창업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그때의 인연으로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소무나의 2대 주주가 돼 지금까지 사업 협력사(파트너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 뒤 2021년엔 2020년에 이어 중기부가 선정하는 3대 신산업(바이오헬스, 시스템반도체, 미래차) 중소·신생기업 가운데 미래차 분야에 이름을 올려 2년 연속 연구개발(R&D) 사업화 협약도 맺었다.
송 대표는 “신생기업은 자금 확보가 관건이다. 자금이 없을 땐 다 부서져가는 중고차를 사서 기술개발을 했다”며 “정부와 대기업의 지원으로 직접 투자를 받거나 투자사를 연계받았다. 또 기술개발은 물론 상용화를 위한 연계망 확보에도 큰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소무나의 다음 목표는 해외시장 공략이다. 식품은 물론 코로나19로 의약품을 운반하기 위한 전 세계 저온유통(콜드체인) 시장이 커지고 있는 데다 환경보호가 전 지구적 화두가 되면서 ㈜소무나의 기술력이 해외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걸로 보고 있다. 게다가 탑차뿐만 아니라 선박, 에너지저장장치(ESS), 태양광 저온 창고, 캠핑카 등에도 적용할 수 있어 기술 확장성도 크다. 일단은 인도, 중국, 미국 진출이 목표다. 송 대표는 전 세계 친환경 에너지 시장을 넓히는 게 장기적 계획이라며 환경에 대한 철학도 이야기했다. 이를 위해선 정부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혁신적 기술을 가진 기업은 정말 많아요. 하지만 미래엔 그 기술을 환경보호와 묶어 이야기하지 못하는 기업은 살아남지 못할 거예요. ㈜소무나는 환경이란 가치를 소비자에게 판매한다고 할 수 있어요. 이때 탄소배출권이 환경보호에 얼마큼 기여했는지 측정하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죠. 탄소배출권을 따내려면 1차 승인에만 5년 이상 걸리는데 정부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지원해주면 좋겠어요. 승인은 민간에 이양하되 정부가 최종 검토하는 방식도 좋죠. 탄소배출권 같은 환경과 관련된 사회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되면 환경보호 등 사회적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제 역할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글 조윤 기자, 사진 (주)소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