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켐텍 이성민 대표가 경기 화성시에 있는 본사 정문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노동안전보건 우수기업을 가다 에버켐텍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1월 27일부터 시행되면서 사업장 노동안전 문제를 향한 사회적 관심이 뜨겁다. 이와 함께 안전 우수 사례를 살펴볼 필요성도 대두했다. 안전 보건 조치 강화와 안전 투자 확대를 통해 각종 산업재해를 예방한 모범 사례를 찾아봤다.
에버켐텍은 2008년 설립된 정밀화학 기업으로 고기능성 대전방지 코팅제, 천연물 기반의 친환경 식품포장재 등을 생산한다. 2021년 설립 14년 차를 맞은 이 기업은 그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수 기업연구소 지정 사업(2019년), 중소벤처기업부 소재 부품 장비 강소기업 100(2019년) 선정 등 각종 기관에서 우수기업으로 인정 받았다.
2020년엔 경기도 ‘노동안전보건 우수기업’(이하 우수기업)으로 인증 받았다. 우수기업은 경기도가 산업재해 예방과 노동안전보건 관련 규정을 적극적으로 준수하는 우수 중소기업을 선정하고 인증해 노동환경 개선 자금 등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노동안전보건 관리 현황, 산업재해 발생 현황, 안전보건 교육 참여도 등 다양한 항목을 고려해 선정한다.
▶공장 안 곳곳에 설치된 안전제어시설
기준 뛰어넘는 외벽 설계와 방폭 설비
“이곳이 제조동입니다. 여기 보시면 벽체가 굉장히 두껍죠?”
경기도 화성시 마도면 소재 에버켐텍 본사. 유영재 코팅솔루션사업본부장이 제조동 벽을 가리킨다. 화학 기업은 화학물질관리법(이하 화관법) 등에 따라 공장 내 일정 규모 옹벽을 설치해야 하는데 이 회사는 기준을 훨씬 뛰어넘는 외벽 두께 약 250mm, 높이 약 10m의 벽을 4개 면에 걸쳐 구축했다. 콘센트, 저울, 습도 및 온도계 등 공장 내부는 각종 방폭 설비와 시스템을 제대로 갖췄다.
2층에 설치한 대형 탱크 옆 고압세척기도 눈에 들어왔다. 우수기업에 주는 지원금에 회사 비용 등을 더해 설치한 이 세척기는 생산 후반 작업 시 세척 작업에서 이물질을 제거하는 데 쓰인다. 유 본부장은 “과거엔 사람이 사다리를 놓고 직접 들어가 세척했는데 (전에도 사고가 발생한 적은 없었지만) 아예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며 고압세척기 설치 배경을 설명했다.
에버켐텍은 고기능성 대전방지 코팅제 컨티머(CONTIMER), 천연물 기반의 친환경 식품포장재 넥스리어(NEXRIER) 등 크게 두 제품을 생산한다. 컨티머는 액정표시장치(LCD)·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디스플레이 공정 과정에 쓰이는 필수 핵심 소재다. 에버켐텍이 처음 국산화에 성공하기 전까지 일본에서 전량 수입했다.
또 하나의 주요 제품인 넥스리어는 식품포장재에 들어가는 코팅제로 산소와 수분의 투과를 차단, 식품 부패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기존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쓰는 용기 등 식품 포장재에는 일본 기업 쿠라레이가 만든 에틸렌비닐알코올(EVOH)가 쓰였는데 이것이 화학 소재로 이루어진 반면 에버켐텍이 개발·생산한 EVOH 대체용 신소재는 천연물로 만들어져 친환경적이다. 고가의 수입품을 대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탄소 소재 저감, 포장재 재활용 등 환경문제 해결에도 크게 기여하는 제품이다.
▶유영재 본부장이 기준을 훨씬 넘는 외벽 두께 250mm의 제조동 벽을 안내하고 있다.
설립 당시 슬로건 ‘사람’ ‘안전’에 최우선
에버켐텍 제품들은 친환경 소재인 ‘물’을 중심에 둔다는 점에서 타 화학 기업과 비교할 때 작업 환경이 덜 유해하지만 직원들의 안전과 노동환경에 있어선 항상 최선을 다하자는 게 이 회사의 방침이다. 이성민 대표는 “회사 설립 당시 슬로건이 사람·환경·기술일 정도로 사람이 최우선이었다”며 “사람 존중, 사회 가치를 중심에 둔 회사로 키워보겠다는 경영 이념을 갖고 출발했다.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2018년 신축한 에버켐텍 제조동은 무척 공을 들여 완성한 공장이다. 이 대표는 “‘가장 안전한 현장을 지어보자’는 뜻으로 심사숙고해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화학물질 등록과 평가 등에 관한 법률, 산업안전보건법 등 화학물질을 다루는 기업과 관련한 법을 면밀히 검토하는 건 기본이고 노동환경에 따른 위험성 또한 최소화할 방안을 모색하며 설계했습니다. 방폭 및 안전설비 등 갖춰야 할 것이 많다 보니 건축 전 예상했던 비용보다 35~40% 정도 초과 지출했지만 비용에 얽매이기보다 사람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에버켐텍의 안전 환경 관리 시스템이 완성되는 데는 2020년 중소벤처기업부 스마트공장 구축사업 선정도 계기가 됐다. 스마트공장 구축 과정에서 안정적인 운영에 필요한 것을 점검하고 프로세스를 미리 짜보며 제조 공정상 불합리하거나 위험 요소를 상당 부분 해소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현장에서 안전한 환경은 끊임없는 투자에서 비롯되며 투자의 핵심은 시스템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우리나라 제조업 내 노동환경 문제의 해결점을 스마트공장의 고도화와 정부 지원 확대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제언도 덧붙였다.
“대기업에선 사람을 대신해 시스템과 로봇 등이 생산에 참여하려고 시도하고 있죠. 중소기업에서도 무인화를 포함한 스마트공장 고도화 등이 이루어지면 노동환경도 개선되고 그만큼 사고도 줄지 않을까 합니다. 스마트공장 구축사업 등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자는 측면에서 등장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노동환경 개선뿐 아니라 사고 방지 효과도 상당히 크다고 봐요. 그런 점에서 더 지속적이고 확대된 지원이 필요합니다.”
▶본사 대회의실에서 자체안전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법정 의무교육과 자체 교육으로 안전 강조
스마트공장 구축 등으로 생산 인력의 일자리 소멸 문제가 과제로 남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우리 회사는 영업 인력이 따로 없다. 기술 개발, 생산 경험 등이 있는 자체 인력을 발굴해 마케팅과 영업 업무를 겸하는 순환근무 경험 기회를 준다”며 “기술 자체가 독보적인데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영업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인재를 철저히 발굴하고 육성해 순환보직 형태로 인력을 관리 중”이라고 설명했다.
에버켐텍 임직원은 약 40명. 회계·총무·생산·영업 분야에 39%, 연구개발 분야에 61%가 일한다. 야근이나 주말근무는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하지 않는다. 공장라인은 약 50분 일하면 10분 휴식하는 식으로 운영 중이다.
에버켐텍이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데는 안전에 대한 세심한 관리 역시 하나의 비결로 꼽힌다.
이 대표는 “유영재 본부장 등을 중심으로 안전한 작업 환경 조성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며 “탁월한 관리 능력으로 13년간 중대재해 등을 비롯해 제품에 대한 거래처 지적 역시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법정 의무교육에 더해 매달 월례회의 때 전 직원이 대강당에 모여 시청각 자료 등을 함께 보는 자체 안전교육도 마련했다.
유 본부장은 “교육과 더불어 안전만큼은 반복해서 강조하는 게 가장 좋은 예방책이라는 생각에서 안전의 중요성을 거듭 말한다”며 “이런 과정으로 직원들의 안전 의식도 개선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안전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하는 관련 팀들은 정기적으로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날 오후에도 안전환경팀과 생산관리팀은 함께 모여 안전 부문에 대해 각각의 팀이 느낀 점 등을 공유했다.
▶2020년 ‘경기도 노동안전보건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에버켐텍
▶본사 4층 합주실. 직원들이 휴식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
근무 만족도, 안전 의식으로 자연스레 싹터
안전 환경문제에 대해선 사업주뿐만이 아니라 노동자 측의 협조와 참여도 중요하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사업주와 함께 노동자가 안전 환경문제에 능동적이려면 무엇보다 근무 만족도가 높아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근무 만족도를 높여주는 복지정책 등이 노동자로 하여금 주인의식을 갖게 하고 결국 안전·환경 등 이슈가 자연스레 공동체 차원의 고민으로 이어질 거라는 생각이다.
에버켐텍에는 육아기 단축근로제도, 남성 출산휴가 확대 시행, 보육수당 지급, 시차 출퇴근제도 등 이른바 워라밸(일과 삶 균형)을 가능케 하는 각종 복지제도가 잘 갖춰져 있다. 본사 4층에는 대강당, 체력단련실, 합주실, 휴게실 등 휴식·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이 대표는 “그간 기업을 운영하며 느낀 건 ‘사람이 중요하다’는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라며 “이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답을 찾으려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계획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회사 상장을 통해 직원들과 성과의 열매를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상장의 열매를 함께 나눈다는 목표를 위해 차근차근 준비 중입니다. 무엇보다 회사 발전과 임직원의 안전, 업무 환경 개선, 복지제도 등은 모두 연결돼 있다고 생각해요.”
글 김민주 기자, 사진 곽윤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