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복지·문화 - 국가장학금
2021년 3월 원하는 대학교에 입학한 고우열 씨는 합격의 기쁨도 잠시, 등록금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걱정이 앞섰다. 한 학기 등록금만 356만 원이고 1년이면 700만 원이 넘는 돈을 학교에 내야 한다. 일단 1년 동안은 기숙사에서 생활할 수 있지만 집에서 통학하는 동기들과 달리 학비, 생활비, 기숙사비 등 각종 지출로 마음 놓고 여유를 부릴 수 없다.
넉넉하지 못한 가정 형편에 금융권 대출을 받아야 하나 고민할 때 같은 과 3학년 선배인 한성호 씨가 한국장학재단(www.kosaf.go.kr)에서 소득수준에 따라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국가장학금을 신청하려면 소득과 재산이 학자금 지원 구간 8구간 이하여야 한다. 성적 기준도 만족해야 한다. 직전 학기 성적을 B학점 이상 받아야 하는데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이면 C학점 이상이면 된다.
전체 대학생의 3분의 1 등록금 지원
국가장학금 제도로 사립대 평균 등록금의 절반인 369만 원 이상을 지원받은 학생이 2020년 한 해 동안 69만 2000명이나 됐다. 전체 대학생 가운데 약 3분의 1이 등록금 지원을 받은 셈이다. 국가장학금에는 등록금 부담 경감을 위해 지원하는 ‘소득연계형 국가장학금’ 말고도 다양한 직업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국가근로 및 취업연계장학금’, 우수학생 지원사업인 ‘국가우수장학금’, 기부자의 숭고한 의도와 깊은 뜻을 구현하는 ‘기부장학금’ 등도 있었다.
한 씨는 2019년과 2020년 4학기 동안 국가장학금(Ⅰ유형) 지원을 받았고 2020년 1학기에는 근로장학생으로 일하며 국가근로장학금을 받았다. 국가근로장학금은 안정적인 학업 여건 조성과 취업 역량 제고를 위한 장학금으로 교내외 근무지에서 근무한 시간만큼 장학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한 씨는 공공기관과 기업 등 교외 근무지에서 일하는 교외근로장학금을 받아 학비뿐만 아니라 생활비를 해결하고 있었다. 2학년을 마치고 기숙사에서 나와 하숙하느라 고 씨보다 생활비가 더 들지만 국가장학금과 국가근로장학금의 도움으로 등록금 부담을 덜고 학업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했다.
한 씨는 고 씨에게 장학금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부족한 경우에는 은행 금리보다 낮은 금리의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 제도’를 한국장학재단에서 이용하라고 조언했다. 대출금리는 2018년 2.2%였으나 2020년 1.85%, 2021년 1.7%로 꾸준히 낮아지는 추세다. 학자금 대출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직전 학기 12학점을 이수해야 하는데 성적도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한다. 국가장학금이 B학점 이상을 요구하는 것과 달리 학자금 대출은 C학점 이상이면 된다.
2022년부터 성적 요건 폐지
정부는 학자금 대출을 확대하기 위해 2022년부터 성적 요건을 폐지하기로 했다. 더불어 직전 학기에 12학점 이상을 이수해야 하는 조건도 완화해 이수학점에 미달하더라도 학자금 대출을 허용한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일시적으로 성적이나 이수학점 요건이 미달했더라도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구제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한 씨는 한국장학재단의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 제도에 더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학자금 대출 이자 지원사업까지 이용하면 부담이 더 줄어들 수 있다고 알려줬다. 이처럼 경제적 상황이 어렵다고 해도 꾸준히 학업에 전념할 열정을 갖고 있다면 지원받을 기회는 많았다.
선배의 조언을 듣고 고 씨는 다음 학기부터 국가장학금과 국가근로장학금을 받아 등록금 대부분을 스스로 해결하기로 결심했다. 안 그래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장사가 잘 안 돼 걱정이 많은 부모님에게 학자금 부담까지 지우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대학에 입학해보니 학생들도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과 온라인 시험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2020년부터 많은 강의가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대학 강의의 질 저하에 따른 등록금 반환에 대한 대학생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 씨는 등록금이 낮아지고 장학금이 늘어나 자신과 같은 청년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학업에만 몰두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원낙연 기자
2022년 반값등록금 100만 명으로 확대
취약계층 재학 중 대출금 이자면제 지원
정부는 2022년 국가장학금 예산을 2021년보다 6621억 원 늘어난 4조 6567억 원으로 대폭 확대하고 서민·중산층까지 등록금 절반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국가장학금 지원 한도를 대폭 인상한다.
기초생활수급·차상위계층 가구의 첫째 자녀에 대한 지원 금액이 기존 연간 520만 원에서 700만 원으로 확대되고 둘째 자녀는 등록금 전액을 지원한다.
월소득인정액이 4인 가구 기준중위소득 90~200% 이하인 서민·중산층 가구(5~8분위)에 대한 국가장학금 지원 단가는 기존 연간 67만 5000~368만 원에서 연간 350만~390만 원으로 늘려 지원한다. 5·6구간은 368만 원에서 390만 원으로, 7구간은 120만 원에서 350만 원으로, 8구간은 67만 5000원에서 350만 원으로 각각 증액한다.
자녀가 많아 부담이 큰 서민·중산층 가구의 등록금 부담도 줄인다. 중위소득 200% 이하 다자녀 가구는 셋째 이상 자녀의 대학등록금 전액을 지원받는다. 학자금 대출 지원 대상을 대학원생까지 확대하는 등 지원 대상을 대폭 늘리고 취약계층 학생 5만 7000명의 재학 중 대출금 이자면제 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2022년 국가장학금을 통해 서민·중산층 대학생까지 포함해 약 100만 명이 실질적 반값등록금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2021년 반값등록금 지원을 받는 학생은 69만 2000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