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속에서도 희망과 기적 느낄수있어”

2021.12.27 최신호 보기
▶시혜진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임명옥 혜민병원 감염관리실 과장, 임정은 혜민병원 수간호사(왼쪽부터)

거점전담병원 의료진들
2021년 코로나19를 상대하며 치열하게 싸운 사람들은 누가 뭐래도 의료진들이다. 덥고 답답한 방호복을 입고 생사를 넘나드는 환자 곁을 지키며 코로나19와 전쟁을 치르느라 헌신한 그들. 의료진들의 이런 희생이 있었기에 국민도 힘내서 코로나19와 싸우며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 환자들의 소중한 일상을 되돌려주기 위해 본인들의 일상은 포기해버린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 의료진들. 그들이 말하는 2021년 마무리 소감과 2022년의 희망찬 바람!

모든 사람이 예방접종 받아야
“지금 코로나19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중증 환자 병상이 꽉 차서 더 이상 받을 수도 없기 때문에 경증이었다가 악화된 중증 환자들은 갈 곳도 없거든요. 다른 병원도 비슷한 상황이라 환자를 보낼 수도 없어요.”
시혜진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의 한숨이 깊다. 가천대 길병원은 2020년 2월 발생한 대구의 집단감염 사태 이후부터 코로나19 환자들을 맡았으며 2020년 12월 인천시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거의 2년 동안 코로나19 환자들을 전담하고 있다.
대유행 초기부터 코로나19 환자를 맡아온 시 교수는 그동안 병원에서 쪽잠을 자고 24시간 대기하면서 코로나 중증 환자들을 돌보느라 개인적인 사생활은 오래전에 포기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전국적으로 중증 병상이 90% 이상 차있다는 건 가동 가능한 병상은 다 찼다고 봐야 하는 겁니다. 겨우 한 자리가 생겨도 금방 대기하고 있던 원내 중증 환자로 채워지기 때문에 다른 병원의 환자들을 받을 수가 없어요.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데 10월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더한 것 같아요.”
수도권의 작은 병원의 경우 경증 코로나19 환자가 중증으로 위급해지면 병상이 있는 상급병원을 찾아 지방까지 이동하기도 한다. 특히 임산부, 투석 환자,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하는 코로나19 환자들은 특수한 처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상급병원이 아니면 치료하기도 쉽지 않다.
시 교수는 “코로나19 환자를 전담하는 병원과 의료진은 일부에 국한돼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심각성에 대해 인식을 못하는 것 같다”면서 “매일 죽음과 싸우는 환자들을 보고 있으면 참담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시 교수는 모든 사람이 조속히 코로나19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접종을 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중증으로 발전할 확률이 훨씬 낮기 때문이다. 
“백신 부작용보다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사망할 위험이 훨씬 심각하기 때문에 접종을 받아야 합니다. 특히 기저질환이 있거나 고위험군에 있는 사람은 접종을 꼭 받아야 위험성이 줄어든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코로나19와 2년째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는 와중에도 무사히 치료를 잘 받고 건강하게 퇴원하는 환자들을 보면 피로가 싹 가시기도 한다. 시 교수에게 가장 기억에 남았던 환자는 한 달 전에 퇴원한 30대 남자다. 그 환자는 무려 5개월 동안 체외막산소공급(에크모)을 하고 있을 정도로 위중한 상태라 모든 의료진이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며 안타까워했다.
시 교수는 “가망이 없던 환자가 건강하게 걸어서 퇴원하는 모습을 보고 절망 속에서도 희망과 기적을 느낄 수 있었다”며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해 거리두기와 마스크 쓰기를 철저히 지키고 몸은 멀지만 마음은 가깝게 보낼 수 있는 연말연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혜민병원 모니터링실에서 간호사들이 차트를 보고 있다.

 “서울시 첫 전담병원 누구라도 해야 할 일”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혜민병원은 12월 7일 서울의 첫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으로 지정됐다. 병상이 없어서 진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환자들을 위해 병원 측에서 큰 결정을 내린 셈이다. 임명옥 혜민병원 감염관리실 과장은 “최근 들어 환자가 폭증하면서 전국적으로 병동이 부족한 상태였다”며 “누구라도 해야 할 일이었기 때문에 우리 병원도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판단해 결단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혜민병원은 현재 일반병실을 음압병동으로 개조하고 있는 중이며 공사가 끝나면 총 200여 개의 음압병실이 새로 마련된다. 또한 기존에 있던 30여 명의 의료진이 그대로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볼 예정이다. 현재는 6층만 음압병동 공사가 마무리돼 27개 병상에 코로나19 환자들이 꽉 차 있는 상태다.
임 과장은 “사실 그동안에는 병동에서 환자나 보호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될까 봐 마음을 졸이면서 살았다”며 “가끔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면 다른 병원에 자리가 생길 때까지 격리하며 관리했는데 이제는 환자를 전담해야 하니까 오히려 홀가분해졌다”고 밝혔다.
간호사 경력 20년의 임정은 혜민병원 수간호사는 “현재 중증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데 병세가 중증으로 심각해지면 상급병원으로 옮겨야 하지만 그곳에도 병상이 없는 상태라고 들었다”며 “중증 환자도 결국 이곳에서 치료해야 하는 상황이고 앞으로도 이런 환자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더 많은 환자가 건강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과장 역시 앞으로 밀려올 코로나19 환자들을 맞기 위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 병원 측은 공사가 끝나면 외래진료도 병행할 계획이며 특히 재택치료 환자들을 위한 외래진료 센터도 문을 열 예정이다.
임 과장은 “지금은 국가적 위기 상황이니 우리 병원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진료할 예정”이라며 “다른 병원들도 함께 위기 극복에 참여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글 김민주 기자, 사진 곽윤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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