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저장 공간 탈바꿈, K-탄소중립 선봉장

2021.12.13 최신호 보기
▶2025년부터 탄소저장고로 변신할 동해가스전의 해상 플랫폼│한겨레

동해가스전 활용한 탄소 절감
울산 남동쪽 60㎞ 해상에는 거대한 철제 구조물이 솟아 있다.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생산광구인 ‘동해가스전’ 해상 플랫폼이다. 한국석유공사는 1998년 7월 가스층을 발견한 뒤 경제성 평가, 생산정 시추, 생산시설 건설 등의 과정을 거쳐 2004년 7월 11일 천연가스 생산을 개시했다. 1970년 국내 대륙붕 탐사에 나선 지 34년 만이다.
세계에서 95번째로 우리나라를 산유국 대열에 오르게 한 동해가스전은 2022년 생산 종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미 설치된 해상 플랫폼, 해저 수송 배관, 자원개발 생산시설 등은 2025년부터 대규모 이산화탄소 저장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탄소중립 달성 지원이라는 새로운 임무를 맡게 된 것이다.

▶충남 공주대 예산캠퍼스 ‘CCS 모사 실증 테스트베드’에서 연구원들이 실제 현장과 같은 주입, 수송 등을 실증하고 있다.│공주대학교

기존 설비 활용해 바다 밑에 탄소 저장
산업통상자원부는 11월 18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동해가스전을 활용한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통합실증사업 공청회’를 열고 동해가스전을 활용해 국내 최초로 상용 규모의 CCS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울산, 부산, 경남, 포항 등 동남권 산업단지 수소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기존 배관을 통해 수송한 뒤 동해가스전 고갈 저류층에 저장하는 계획이다. 정부는 2025년부터 연간 40만 톤씩 30년 동안 모두 1200만 톤 규모의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2017년 정부는 포항 해상에서 이산화탄소 100톤의 해상지중 저장 주입 실증사업에 성공했다. 세계에서 3번째 소규모 실증 성공 사례였다. 이어 정부는 상용 규모 저장 실증을 위해 2020년 8월 50여 명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기획위원회를 구성하고 사업 기획에 착수했다. 총괄 기획위원장을 맡은 권이균 공주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동해가스전은 생산한 천연가스를 육상으로 옮기기 위한 배관과 해상 플랫폼 등 기존 설비를 상당 부분 재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동해가스전이 육상에서 60㎞ 떨어져 있고 고갈된 가스전 저류층은 누출 경로가 없어 안전한 저장소로 평가받는다. 무엇보다 인근 동해 울릉분지에 동해가스전 저류층의 15배가 넘는 대규모(1억 9300만 톤) 저장소가 존재해 사업 확장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도 가능하다.
권이균 교수는 “연간 40만 톤짜리 CCS 실증사업을 성공리에 수행해 기술적으로 신뢰할 수 있게 되면 주변에 저장 가능한 구조들을 활용해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사업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사 테스트베드’ 연구 성과 가스전에 적용
동해 CCS 실증사업은 이미 확보한 소규모 실증 기술을 중규모로 격상하고 수송·주입 등 분야별 핵심 상용 기술을 확보해 대규모 상용화를 위한 기술 자립화를 달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현재 충남 공주대 예산캠퍼스 ‘CCS 모사 실증 테스트베드(시험장)’에서는 해양 이산화탄소 저장 환경을 그대로 구현해놓고 기술 자립화와 고도화에 매진하고 있다. 산업부와 한국에너기술평가원의 지원으로 2020년 초 준공한 테스트베드는 해양 CCS 저장 설비의 구성 요소인 저장소, 해저 배관, 연안 터미널, 해상 플랫폼 등을 인공적으로 구성했다.
이산화탄소 주입 실증을 통해 실제 이산화탄소 저장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고 다양한 저장소 조건 변화에 따른 주입 운영 기술을 고도화했다. 이산화탄소 주입 실증 기술개발뿐만 아니라 CCS 운영 인력 양성 플랫폼의 역할도 수행한다.
권이균 교수는 “먼바다에 나가려면 배도 필요하고 고가의 설비가 필요한데 예산 절감과 연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실제 현장과 같은 주입, 수송 등을 연구하면서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을 높이는 기술적 발전을 이뤄내고 있다”며 “테스트베드 연구 성과를 동해가스전 등 앞으로 추진할 CCS 사업의 설계와 저장 사업 실행에 적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연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1월 18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동해가스전을 활용한 CCS 통합실증사업 공청회’│산업통상자원부

 탄소 저장에 활용까지 K-CCUS 추진단 발족
정부는 우리의 독자 기술로 실증 규모의 플랜트를 운영·관리함으로써 CCS 전 분야에서 기술 자립화와 선진국 수준의 기술 역량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CCS에 머물지 않고 포집한 이산화탄소로 여러 제품을 만드는 CCUS(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 기술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2021년 4월에는 K-CCUS(한국형 CCUS) 추진단이 발족했다. K-CCUS 추진단은 산업부 주도로 에너지 관련 기업과 한국전력공사, 학계 등과 연계해 만든 컨트롤타워(지휘본부)다. SK이노베이션, 두산중공업, 현대중공업, 한국조선해양,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철강·시멘트·석유화학 분야 주요 기업 50여 개가 참여하고 있다. 석유공사, 한국전력, 발전 5사, 가스공사 등 10개 에너지 공기업, 15개 연구 기관, 20여 대학 등 모두 80여 개 기관이 참여했다.
K-CCUS 추진단은 최근 산업계 간담회와 국회 정책 토론회 등을 열어 업계 기술개발 수요와 정책 수요를 발굴하고, CCUS 성과 확산 방안 등을 마련해 정부에 제안하고 있다.
정부는 “CCUS 기술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CCUS 산업을 기후대응 신산업으로 육성하려면 민관의 협업이 필수”라며 “추진단이 중심이 돼 민관·민간 간 협업 성공 사례를 만들고 확산시켜 CCUS 신산업을 조기에 활성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 “CCUS 기술을 탄소중립 신산업으로”
K-CCUS 추진단 발족식에서 산업부는 2030년까지 CCUS 기술을 탄소중립 신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CCUS 산업기반 마련과 제도개선을 추진하는 ‘CCUS 추진 현황 및 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2023년까지 국내 대륙붕 탐사·시추를 통해 경제성과 안전성을 갖춘 1억 톤급 저장소를 확보한다. 이는 매년 400만 톤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약 30년 동안 저장할 수 있는 규모다.
또 ‘CCUS 실증 및 사업화 지원센터’에서 신생기업과 혁신기업을 육성한다. 2021년 전남 여수에 구축된 지원센터는 시제품 제작 등 기술개발, 시험·인증 평가, 기술·정보를 활용한 수요자 맞춤형 비즈니스모델 개발 등을 지원하고 있다.
CCUS 확산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CCUS 산업육성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가칭) 제정 작업도 관계부처 공동으로 2021년 안에 착수한다. 이 법률은 CCUS 추진을 위한 단일법으로 CCUS 기술개발, 기업 육성 등 CCUS 산업기반 조성 방안과 시설에 대한 안전과 환경관리 체계를 담는다. 산업부는 2022년 CCUS 법률안 마련과 입법화를 추진하고 2023년 하위법령을 제정한다는 계획이다.
천영길 산업부 에너지전환정책관은 “동해 CCS 실증사업 추진을 위해 2021년 안에 9500억 원 규모의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하고 시설 구축을 거쳐 2025년부터 이산화탄소 저장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라며 “안전성과 환경성을 바탕으로 저장 용량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2050 탄소중립 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하고 CCUS 기술을 탄소중립 신산업으로 육성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원낙연 기자

마지막에 배출 총량 ‘0’ 매조지 탄소중립의 마무리투수 CCUS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술은 현재 10여 가지가 있다. 권이균 공주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탄소중립에는 왕도가 없다”며 “지금까지 나온 여러 기술을 다 모은 투수진으로 총력전을 해야 감축목표를 달성해 이길 수 있는 야구 경기”라고 설명했다.
탄소중립의 선발투수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전기화, 신재생에너지, 효율 향상 등이 꼽힌다. 여러 화석연료를 사용하던 에너지원을 전기화하고 풍력이나 태양광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많이 확대하고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손실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해 효율을 향상해야 한다.
권이균 교수는 “이처럼 이산화탄소가 안 나오게 하는 것이 제일 효율적이고 강력한 수단이지만 석유화학, 제철 등에서 계속 이산화탄소를 내뿜을 것이고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나오는 곳이 또 생기고 있다”며 “불가피하게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마지막에 제거하는 기술이 마무리투수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머지 이산화탄소를 제거해 궁극적 배출 총량을 ‘0’으로 만드는 마무리투수로는 흡수원 강화와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이 꼽힌다. 흡수원 강화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흡수원인 나무나 미세조류를 늘려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시키는 것이다. CCUS는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지하에 저장하기 때문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추는 직접 효과가 있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가장 확실한 기술로 인정받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국제기구에서는 CCUS가 전체 감축량의 10~20% 기여도를 가지고 있으며 이산화탄소를 마지막에 제거하는 역할이라 CCUS 없이 탄소중립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평가한다. 권이균 교수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궁극적 배출 총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탄소중립”이라며 “CCUS는 탄소중립에서 제일 중요한 기술은 아닐 수 있지만 반드시 실현해야 하는 기술”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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