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서울연가초등학교 6학년 8반 교실에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포용적 교육회복 현장을 가다
11월 22일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1년 9개월 만에 전국 모든 학교의 전면등교가 실시됐다. 정부가 10월 29일 발표한 ‘교육분야 단계적 일상회복 추진방안’에 따라 모든 학교는 11월 21일까지 ‘학교 일상회복 준비기간’을 통해 전면등교를 준비했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아이들의 시끌벅적한 웃음소리, 운동장에서 울려 퍼지는 함성, 신나는 현장 체험학습 등 아이들의 평범했던 일상이 다시 시작됐다. 하지만 오랜 시간 이어진 원격수업과 자가격리로 생긴 아이들의 학습 결손과 학교생활 부적응 등도 해결 과제로 남았다. 정상적인 학교로 되돌아가기 위해 준비가 한창인 학교, 교사, 학생, 학부모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은정 교장이 학교 본관 앞에서 학생들과 함께 손가락 하트를 만들며 전국의 초등학생 친구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있다.
전면등교 실시에 ‘설렘과 긴장’이 공존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서울연가초등학교 운동장에는 아이들의 야외수업이 한창이었다. “내가 잡을래~ 이쪽으로 당기지마. 내가 해볼게~” 사각형 천 위에 부직포 공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서로 자기 방향으로 오도록 애쓰는 아이들의 표정이 천진난만하다. 이 수업은 통합교과 활동으로 놀이를 통해 협동심 등을 배우기 위해 마련된 야외 수업이다. 서로 잡아당기던 천을 한 명이 놓치면서 균형을 잃고 휘청거리자 다 같이 해맑은 웃음을 빵~ 터뜨렸다. 가을 햇살처럼 눈부신 학교 풍경이었다.
김은정 교장은 전면등교에 따른 심정을 “설렘과 긴장의 연속”이라고 표현했다. 김 교장은 “아이들 전면등교가 거의 2년 만이라 너무 설렌다. 아이들로 꽉 차니 학교가 다시 되살아나는 느낌”이라면서 “하지만 아직 코로나19가 진행 중이라 더욱 긴장하고 있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방역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이 학교에서는 지난 10월까지 코로나19 환자가 한 명도 없었지만 11월 들어서 환자가 1~2명씩 나오기 시작했다. 따라서 학교는 방역을 더욱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학교 내 방역 요원, 자가 진단, 아이들 등하교 시 거리두기, 손소독, 열 체크(현관, 교실, 급식실), 전 직원 방역 교육, 마스크 바르게 쓰기 교육, 쉬는 시간 교실 창문 환기, 급식실 방역, 가정과 긴밀한 소통과 협조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방역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김영진 교감은 “방역 요원 6명이 매일 오전 7시부터 11시까지 복도, 교실, 손잡이, 선반, 문고리 등 아이들의 손이 닿는 모든 곳을 소독하고 있다”며 “교사들도 교실 청결과 소독, 환기 등은 물론이고 아이들의 건강도 꼼꼼하게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교육청 학사운영 지침에 따르면 학생 수 1000명이 넘는 학교는 구성원의 의견 수렴을 거쳐 3~6학년은 4분의 3 이상 등교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연가초등학교는 학부모 설문조사를 통해 전면등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의견 수렴을 진행해 학교 운영 방침에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지침서대로 따르는 것은 물론, 개인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발생한 날짜·시간·장소 등을 즉각 학부모들과 공유해 과도한 불안감에 휩쓸리지 않도록 선제 조치를 하고 있다.
▶서울연가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이 ‘세계 여행 놀이’를 통해 협동심을 기르는 통합교과 야외수업을 하고 있다.
▶방역 요원이 교실 바깥 복도에서 책가방걸이를 소독하고 있다.
학습 결손 해소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
전면등교를 맞이한 연가초등학교의 고민은 방역이 전부가 아니다. 원격수업과 자가격리 등으로 학교 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들의 학습 결손 해소 역시 중요한 과제다.
김 교장은 “학교는 학습, 배려, 존중, 협동 등 사회적·정서적인 면까지 성장시키는 곳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원격수업을 하다 보니 이런 부분이 많이 부족하다”며 “우리 학교는 학습, 사회적·정서적인 결손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아이들의 어려움을 도와주고 있다”고 밝혔다.
학습 결손을 해소하기 위해 연가초등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일곱 가지다. ‘교내 실력 쑥쑥반’은 방과 후에 진행되는 기초학력 향상 프로그램으로 1~6학년 학생 중 희망자에 한해 국어와 수학을 개별 지도한다. 또한 1~2학년 전체 학급에 담임교사와 함께 진행하는 ‘협력강사제’, 3학년 희망 학급에 배치하는 ‘수업방법개선협력강사제’, 방과후 담임교사가 희망 학생을 대상으로 기초학습을 지도하는 ‘점프업 프로그램’, 학습·정서와 관련된 상담을 지원하는 ‘서울학습센터 맞춤학습상담’, 교사가 희망 학생을 대상으로 국어와 수학을 지도하는 ‘키다리샘’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또한 등교중지나 자가격리를 하는 학생에 대해서는 ‘초등 원격수업 배움터’를 활용해 학습 결손이 생기지 않도록 운영하고 있다.
심리·정서 결손 해소를 위해서도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의뢰가 있을 경우 개인 상담을 위해 전문상담사가 항시 대기 중이며 정서·행동 검사를 통해 관심군 학생에 대한 상담도 진행한다. 또한 코로나19로 대면 상담이 어려운 학생을 위해 편지로 고민을 접수하는 ‘마음톡톡’ 서면 상담도 진행하며 외부 센터에서 종합심리검사와 상담이 필요한 학생을 위해 상담비도 지원하고 있다.
▶김은정 교장이 교육 결손 해소를 위한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있다.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사회성 결손 해소를 위해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의사소통의 기술을 높이는 ‘책놀자’, 문화적 소양 능력을 높이는 ‘연가드론교실’, ‘칼림바 연주’, ‘3D펜 쏙쏙쏙’, 건강하게 놀이하고 의사소통하며 갈등 해결의 기술을 배울 수 있는 ‘놀이학교’, 원예와 사진을 매개로 가족 간의 활동을 지원하는 ‘감성놀이터’와 ‘사진탐험’ 등의 프로그램이 있다.
김 교장은 “교육 결손 해소를 위해 아이들 개인 지원도 필요하지만 부모와 가족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면서 “가족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은 가족 간 유대관계 형성과 사회성 형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긍정적인 교육 환경 변화도 있다. 바로 원격수업으로 학교 내 디지털 인프라가 구축됐기 때문이다. 김 교장은 “모든 교실에 와이파이 구축, 전자칠판 설치, 태블릿피시(PC) 구입 등을 통해 스마트 교실 구축, 디지털 방송실 구축, 실시간 인터넷방송 송출도 가능해졌다”며 “멀티미디어를 활용하는 교사와 학생의 능력이 높아져 미래 교육 환경 조성의 꿈이 10년은 앞당겨졌다”고 말했다.
“학교와 아이들을 지켜준 교육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입니다. 학부모들이 학교와 교사를 믿고 소통하고 협조해준다면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글 김민주 기자, 사진 곽윤섭 기자
▶서울연가초등학교 학생들이 칸막이가 설치된 급식실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친구들과 좋은 추억 만들고 졸업할래요”
전면등교를 가장 반기는 건 누가 뭐래도 학교의 주인공인 학생들이다. 그동안 집에서 원격으로 수업을 들으며 친구들을 만나지 못했던 학생들에게 전면등교는 꿈만 같은 이야기다. 연가초등학교 6학년 양태현, 이해진, 김동욱 학생들에게 코로나19로 생긴 학교생활의 변화와 앞으로의 기대감에 대해 물었다.
-전면등교를 맞이한 소감이 어떤지?
=(양태현)그동안 못 만났던 친구들을 볼 수 있게 돼서 기대돼요.
=(이해진)친구들과 소통하고 즐겁게 생활하기 위해 학교를 다니는 거잖아요. 이제 친구들을 맘껏 만날 수 있어서 좋아요.
-그동안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양태현)온라인수업을 하면 쉬는 시간에 혼자 있어야 하는 게 외롭고 아쉬웠어요. 6학년인데 친구들과 수련회도 못 가고 좋은 추억도 못 쌓고 졸업해 너무 아쉬워요.
=(김동욱)온라인수업은 친구들과 소통이 안 되고 숙제가 많아서 힘들었어요. 학교를 못 가서 다툼이 있던 친구랑 오랫동안 화해하지 못해 서운했어요.
-원격수업으로 부족해진 학습은 어떻게 보충하고 있는지?
=(양태현)방과 후에 수학 보충수업을 들었는데 단기간에 30~40점이 올랐어요. 선생님이 직접 보충수업을 해주니 정말 감사했어요.
=(김동욱)선생님이 방과 후에 5~6명 아이들에게 수학문제를 풀어주는데 자세히 알려줘서 그 수업을 듣는 아이들은 시험 점수도 잘 나오는 것 같아요.
-앞으로 학교생활에 대한 기대감은?
=(이해진)마지막으로 친구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고 졸업하고 싶어요.
=(김동욱)온라인수업으로 못 했던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돼요.
“전면등교 대환영… 학습 격차 심화로 고민 많아”
매일 집에서 온라인으로 화상 수업을 듣는 아이들의 삼시세끼와 간식을 챙겨주며 뒷바라지를 해오던 학부모 입장에서도 전면등교는 적극 환영할 소식이다. 하지만 가족이나 학원 등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종종 나오고 있으니 아직 긴장을 늦추긴 힘들다. 서울 도봉구에서 4, 5학년 아이들을 키우는 학부모 이경희, 송현주, 이정아 씨의 전면등교 소감을 들어봤다.
-전면등교를 맞이하는 소감과 우려되는 점은?
=(송현주)대환영이에요. 이미 일주일에 2~3번 학교를 가고 있었기 때문에 코로나19 걱정은 별로 안 해요. 오히려 학원이나 가족들로부터 감염 위험이 높은 것 같아요. 학교는 방역도 체계적으로 하니까 안심할 수 있어요.
=(이정아)엄마들이 그동안 많이 지쳤어요. 물론 코로나19가 걱정되긴 하지만 학교에서 워낙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생각해요.
-학습 결손에 대해 고민이 있는지?
=(이경희)공부를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의 실력 차이가 엄청 벌어졌어요. 무엇보다 활동이 필요한 수업은 아이들이 전혀 따라 하지 못 하거든요.
=(이정아)학교를 못 가니 확실히 학습이 부진해요. 게다가 수업을 엎드려서 듣는 등 집중도 안 하거든요.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하니 학습 태도를 전혀 못 배우는 것 같아요.
-학습 결손 해소를 위해 학교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경희)학교에서는 협력 강사들과 보충수업으로 아이들을 개별적으로 봐주니까 그런 부분을 활용하면 아이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송현주)지금까지는 학교 수업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니까 엄마들이 전부 아이를 학원에 보냈는데 앞으로 학교에 매일 가면 점점 성적 격차가 줄어들 거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