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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속담에 “일한 끝은 있어도 논 끝은 없다”란 말이 있다. 나아가 “착한 끝은 있어도 악한 끝은 없다”란 말도 있다. 함께 좋은 일을 하고자 노력하면서 살자는 옛 어른들의 권유와 지혜가 들어 있는 말이다. 조금 더 발전시키면 “사랑한 끝은 있어도 미워한 끝은 없다”가 되기도 할 것이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이기적인 존재다. 자기본위적이다. 무슨 일을 당하든지 자기 자신부터 챙기게 돼 있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해도 손해를 보려 하지 않고 남의 뒤에 서려고 하지 않고 양보하려 하지 않는다. 여기서 분쟁이 나오고 불행이 나오고 사회적 혼란이 출발한다.
우리 속담에는 또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란 말도 있다. 이것은 좋은 인간관계의 상호작용을 가르치는 말이다. 이쪽에서 좋은 말을 보내면 저쪽에서도 좋은 말이 올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선순환이다. 누가 모르랴. 기왕이면 선순환이 좋다는 것을. 그렇지만 그 선순환을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고 마음을 바꾸고 태도를 바꾸면 안 될까? 둘이서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고 내가 돈을 냈다고 하자. 그런 때에도 오로지 내 편에서 손해를 봤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상대방이 나와 함께해줘 오히려 고마웠다고 생각할 수는 없는 일일까?
정확하게 말해 내가 치른 비용의 반은 나를 위한 것이다. 상대방이 나와 함께하지 않았다면 나는 자칫 혼자서 밥을 먹을 뻔했고 혼자서 차를 마실 뻔했지 않은가? 오히려 나와 함께 밥을 먹어주고 차를 마셔준 상대방에게 고맙게 생각해야 하는 건 아닐지.
나의 책 가운데 <꽃을 보듯 너를 본다>란 시집이 있다. 이 시집은 일종의 시선집 형태로 애당초 내가 창작시집으로 세상에 내놓은 시들을 읽고 독자들이 좋다고 여겨 인터넷에 올린 시만을 골라서 만든 시집이다. 그래서 ‘인터넷 시집’이라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시집이 아주 많이 팔린 것이다. 팔려도 놀랄 정도로 많이 팔린 것이다. 그 비밀이 바로 문학작품의 선순환에 있다고 본다. ‘시인→독자→다시 시인→다시 독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 말이다. 시인인 내가 좋다고 해서 좋은 것이 아니라 독자가 좋다고 해서 좋은 세계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이쪽에서 주먹을 내밀면 저쪽에서 주먹이 돌아오게 돼 있다. 그것이 바로 악순환이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평화도 없고 사랑도 없고 용서도 없고 아름다운 세상도 없다. 아무리 급하고 속이 상해도 주먹만은 내밀지 말자. 내밀더라도 조금씩만 기다리고 참고 양보해보자. 그 끝에 진정 아름다운 우리의 세상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나태주 시인_ 풀꽃 시인. 한국시인협회장. 100여 권의 문학 서적을 발간했으며 충남 공주에서 풀꽃문학관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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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