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 ‘모두의 기후정치’를 외치다 “내일의 일상 위해 오늘의 일상 포기”

2021.11.15 최신호 보기
▶청소년기후행동(청기행)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윤현정, 김보림, 김서경 활동가(왼쪽부터 시계방향)

한국의 툰베리들, 청소년기후행동
10월 2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 청소년기후행동(청기행) 활동가들이 모였다. 이날 모임은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앞두고 전 세계 청소년들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동시다발 글로벌 기후파업의 일환으로 열렸다.
이 자리에서 청기행은 “2018년 대비 40% 감축이라는 지금의 국가 온실가스감축계획(NDC)은 지구 온도 상승을 1.5℃ 이하로 막는 데 역부족”이라며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역사적 책임과 감축 역량,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을 구성원과 세대에 대한 고려를 반영해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를 70%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래세대인 청소년들이 체감하는 기후위기는 이미 현실이 됐다. 세계 각국이 내놓은 온실가스 감축 공약을 분석한 유엔환경계획(UNEP)은 2030년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이 7.5% 정도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2100년 지구 평균온도는 2.7℃ 상승할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파리기후협약에서 정한 목표치 1.5~2℃를 훌쩍 넘는 수치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현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유지된다면 2021~2040년 중 1.5℃ 지구온난화를 넘을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1.5℃ 상승 시점이 2018년 특별 보고서에서 제시한 2030~2052년보다 크게 빨라진 것이다.

▶김보림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 혼자서는 할 수 없습니다”
기후위기에 따른 피해를 실질적으로 입게 될 당사자이기에 청소년들은 학교 밖으로 나섰다. 미래세대의 분노를,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직접 목소리를 내어 말하고 행동하고 있다.
청기행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후위기를 막는 청소년 시민단체다.
“그레타 혼자서는 할 수 없습니다. 우리에겐 행동하는 기후 정치인이 필요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미래를위한금요일(FFF·Fridays for Future) 시위를 확산시키며 새로운 물결을 일으킨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1년을 좇은 다큐멘터리 〈그레타 툰베리〉 언론 시사회 현장에서 청기행 활동가들을 만났다.
극장 안에 등장한 청기행 활동가들은 이날 ‘모두를 위한 기후정치’ 캠페인을 알렸다. 기후위기가 2022년 대통령선거에서 중요한 정치 의제로 다뤄지도록 하기 위해 청소년들이 행동하기 시작했다. 2018년 총선을 앞두고 스웨덴 의회 앞에서 툰베리가 그랬던 것처럼.
기후위기로 예측 불가능한 날씨가 일상이 된 지금, 청기행의 언어와 행동에 물음이 생겼다. 서울 광화문의 청기행 사무실을 찾아갔더니 현관문에 “기후위기 대응하자! 청소년기후행동” 글자를 골판지에 적어 붙여놓았다. 사무실에는 윤현정(18), 김서경(20), 김보림(28) 활동가가 모였다. 셋 다 상임활동가로 청기행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모두의 기후정치’ 일곱 글자가 사무실 한쪽 벽면을 꽉 채웠다.

▶김서경 활동가

청소년들이 기후행동에 나서는 이유
2018년 최악의 폭염을 겪으면서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실감한 김보림 활동가는 “작은 실천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10대인 윤현정 활동가는 “원전 가동까지 멈추게 했던 장마와 태풍으로 경각심을 느껴 2020년에 학교를 그만두고 살던 울산을 떠나 서울로 올라와 기후행동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청기행은 툰베리가 본격적으로 기후운동에 나섰던 2018년에 태동했다.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김서경 활동가는 “전 세계적으로 청소년 기후운동이 퍼지고 있었다. 2019년 3월 15일 대규모 기후파업 예고에 우리나라의 청소년들도 용기를 냈다. 3·15 기후파업에 동참하면서 청기행은 소모임이 아닌 단체로서 인식되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청소년들이 모이면서 현재 청기행은 40~50개 지역에서 약 150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청기행은 툰베리의 활동을 계기로 촉발된 국제 연대 조직 ‘미래를 위한 금요일’의 한국지부로 등록돼 있다.
영화〈그레타 툰베리〉를 본 소감부터 물었다.
툰베리와 또래인 윤현정 활동가는 “내일의 일상을 위해 오늘의 일상을 포기하는 툰베리의 모습이 아리다. 당연히 지켜야 하는 일에 그렇게까지 목소리를 내야 하는가? 그럼에도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너무 잘 보여 두 번은 보고 싶지 않은 영화”라고 평했다. “그런데 일곱 번을 봤다”는 김보림 활동가는 “영화가 현실 문제로 명확하게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영화에서는 2019년까지 툰베리를 담고 있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과 똑같다. 툰베리 또한 여전히 같은 외침을 하고 있다. 그 점이 공감이 되면서도 화가 난다.”

▶윤현정 활동가

기후위기는 먼 미래 아닌 지금 현재
청기행은 ‘시간이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윤현정 활동가는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은 6년여밖에 남지 않았는데 지금 대통령과 다음 대통령의 임기를 합하면 6년이다. 따라서 2022년 3월 대선은 모두의 삶을 결정짓는 중요한 지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보림 활동가는 “영화를 통해 기후정치를 왜 하는지를 설명하고 함께 뛸 기후정치 활동가도 모집한다”며 “온라인 서명으로 공감하는 사람을 더 많이 모으고 대선 후보자들에게 기후정치에 대한 요구 사항을 만들어 만남을 요청하거나 전달할 예정이며 그들의 답변을 받아 대중에게 알리는 역할도 맡겠다”고 밝혔다.
청기행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감축목표를 2017년 배출량 대비 70% 이하로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석탄발전소를 2030년까지 모두 중단해야 가능한 수치다. 따라서 ‘2030 탈석탄’을 함께 요구하고 있다. 즉, 신규 석탄발전소를 지금 당장 중단하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것을 가장 전면에 두고 활동 중이다.
청기행은 인터뷰 내내 ‘지금 바로’를 언급했다. 기후위기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 문제다. 지구 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배출할 수 있는 탄소량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탄소 예산’ 소모 시점을 5.5~7년으로 본다. 기후 재난이 일상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청소년이 느끼는 절박감, 위기의식이 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윤현정 활동가의 답변에는 기후위기의 당사자로서 절실함이 묻어 있었다.
“기후운동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점점 더 절박해질 수밖에 없었다. 위기는 커져가는데 사람들은 안일해져만 갔다. 커져가는 위기를 알게 된 이상 기후운동을 그만두기엔 너무 늦어버렸다. 어떻게든 여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특별히 정의로운 사람이라서 기후운동을 하는 게 아니다. 그냥 놓을 수가 없다.”

글 심은하 기자, 사진 곽윤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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