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이 실시된 10월 18일 낮 서울 종로구 식당가에 점심을 먹기 위해 모인 직장인들로 분주하다. |한겨레
11월 초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방역체계 전환과 10월 27일부터 소상공인과 소기업의 손실보상금 신청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현장의 소상공인은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을까? 정부가 앞서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과 소상공인 희망회복자금을 지급했을 때는 사람들의 소비심리를 움직여 동네 상권도 되살아났다. 정부 지원금으로 민간 소비가 늘어 매출이 증가하면 기업 생산도 늘어난다. 정부 지원금이 경기 회복의 마중물이 되는 셈이다.
<공감>은 단계적 일상회복과 소상공인 손실보상에 대해 소상공인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서울 서대문역 인근 식당과 카페, 그리고 젊음의 거리인 홍대입구의 소상공인을 만났다. 지역 상권의 차이 때문인지 두 상권의 상인들은 다소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정부가 고통 알아준 것 같아 고마워”
“여전히 찬바람이 불어. 저녁 장사는 크게 기대 안 한 지 오래됐어.”
서울 서대문역 2번 출구 뒤편의 골목식당 대표 최 씨는 지금의 상황이 일상이 됐다는 투로 말했다. 노부부가 운영하는 40년 전통의 식당은 김치찌개가 생각날 때 가끔 들르는 동네 밥집이다. 사무실 상권에 자리해 점심 장사는 그래도 예전과 비슷하다고 했다. 다만 저녁은 달랐다. 퇴근하고 삼겹살과 김치찌개에 소주 한잔하던 식당에 직장인들의 발길이 뚝 끊긴 지 1년이 넘어간다. 간단하게 저녁 먹고 가는 손님이 한두 명 오가는 정도라고 했다.
최 씨는 이번 소상공인 손실보상금 소식에 “얼마가 됐든 손실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게 다행”이라며 반겼다. 옆에 있던 남편 윤 씨는 “보상 비율을 두고 말이 많은데 우선은 정부가 소상공인의 고통을 알아준 것 같아 고맙다”며 “자영업자의 손실을 보상해준다는 것만으로도 장사하는 데 조금은 숨통이 트인다”고 했다. 이어 “하루빨리 다 함께 살 수 있는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한다”는 희망도 보탰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건물 들머리에 코로나19로 10년 동안 하던 가게를 문 닫게 됐다며 감사하다는 내용의 글이 적혀 있다. | 한겨레
“일률적으로 지급된 재난지원금 보다 합리적”
도로 건너편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카페로 향했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인 2019년 7월에 문을 연 곳이다. 카페 대표 오 씨는 “소상공인 손실보상금이 2019년 7~9월 매출과 비교해 지급된다고 해서 혹시나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까 걱정했다”며 애타던 마음을 전했다. 2019년 여름에 개업했기 때문에 기간이 애매하지 않을까 걱정한 것이다.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숍과 불과 몇 걸음 거리지만 차별화된 맛으로 단골을 제법 확보하고 있는 카페다. 오 씨는 “입소문을 타며 단골이 조금씩 생기고 있었는데 코로나19가 터졌다”며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매장이 텅 비어 가게 시작하면서 빌린 대출금에 임대료까지 정말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오 씨는 “자영업자의 무게감을 크든 작든 덜어주는 보상금이라 우선 감사하고 특히 일률적으로 지급한 이전 소상공인 지원금과는 다른 접근이라 조금 더 합리적”이라고 받아들였다.
“사각지대 놓인 소상공인들도 지원받도록”
“홍대, 명동, 이태원, 강남 등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상권이다. 특히 홍대는 내국인 소비가 20%도 차지하지 않는다.” 홍대소상공인번영회에서 매니저를 맡고 있는 조정기 씨는 홍대 상권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조 씨의 부인은 홍대 상점가에서 8년째 옷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가게 매출이 90% 이상 떨어졌다. 하루 500만 원 팔던 매장이 50만 원도 못 판다.
조 씨는 이번 손실보상금에서 “의류 가게는 사각지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경제적 손실이 큰 것은 의류 가게도 똑같다. 식당은 외국인의 빈자리를 내국인이 이용해주는데 비해 의류나 액세서리, 모자 등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두세 차례 재난지원금을 받고 여기에 대출까지 받아 연명하고 있다”며 상실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희망을 갖도록 해주는 게 정부의 역할 아니냐”며 “사각지대에 놓인 소상공인들도 함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번 손실보상에서는 제외됐지만 조 씨는 감염병 확산에 대한 법적 보상인 소상공인 손실보상제도 시행에 기대가 크다. “없는 것보다 낫다. 조금이라도 살길을 터주는 거니까. 100%면 더 좋겠지만 80%라도 받으면 뭔가 해볼 수 있다. 바쁠 때는 손도 못 댄다. 이번 기회에 인테리어를 새롭게 해 업종 전환이나 분위기를 바꿔볼 수 있다.”
조 씨는 예전처럼 다양한 사람이 홍대입구로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 땐 영업시간 제한 해제부터”
“인원 제한을 풀어주는 조치는 큰 도움이 안 된다.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방역체계가 전환되면 우선적으로 영업시간 제한을 풀어줬으면 좋겠다.”
10월 18일 낮에 찾은 서대문구청 근처 식당가. 정부가 준비 중인 단계적 일상회복에 앞서 이날부터 적용된 새로운 거리두기 방침을 두고 “예방접종 완료자 4명 포함 8명 입장 가능” 문구를 써 붙인 식당들이 눈에 띄었다.
이 근처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구 씨는 ‘일상회복 전 마지막 거리두기’라는 정부의 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금은 영업시간 제한이 오후 10시로 유지되면서 주로 2차로 찾는 호프집은 사실상 전과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구 씨는 “11월 초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방역체계가 전환된다고 하는데 먼저 오후 10시로 묶여 있는 영업시간을 풀어야 우리 같은 자영업자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한 식당에 가림막이 설치된 가운데 시민들이 식사를 하고있다. | 한겨레
“현장 목소리 더 깊이 들어줬으면”
“홍대 상점가는 동네 장사와 다르다. 동네 장사는 의식주와 직결되지만 홍대 상권은 놀러 와서 즐기는 동네다. 코로나19 직격탄을 가장 크게 맞을 수밖에 없다. 상인들이 대출을 받아 임대료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홍대걷고싶은거리상인회’ 상인 40%가 쫓겨나거나 떠났다.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홍대걷고싶은거리상인회 박세권 회장이 전하는 코로나 시대의 홍대 소상공인의 모습이다. 박 회장은 홍대입구에서 15년째 한식당과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다. 두 곳 모두 1년 넘게 가게 문을 닫았다. 2차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 8월부터였다. 새 거리두기 기대감에 최근 문을 다시 열었지만 여전히 썰렁하다. 그는 이번 손실보상금 대상자지만 마냥 반길 수가 없다.
박 회장은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풀어줄 좀 더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며 “현실과는 괴리가 있는데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더 깊이 있게 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특히 “임차료 지원과 세제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단계적 일상회복 땐 채무자 대책도 제시해야”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전환될 경우 소상공인 대출 문제도 심각하다. 코로나19 이후로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대규모 대출과 만기 연장·이자 상환 유예가 이어지면서 갚아야 할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서대문역 인근에서 4년째 노래방을 운영하는 윤 씨는 “대출 만기 연장도 중요하지만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본격적인 영업 재개에 나설 경우 소상공인들이 한 번에 모든 빚을 다 갚기 어렵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부채 탕감과 채무자 재기에 대한 대책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은하 기자
폐업일 직전까지 발생한 손실도 보상
2021년 7월 7일~9월 30일 기간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집합금지, 영업시간 제한 조치를 이행해 영업손실이 발생한 사업자에게 손실액의 80%를 손실보상금으로 지급한다. 그동안 일정 구간별 정액을 지급한 소상공인 재난지원금과는 달리 업체별 피해 규모에 비례한 맞춤형 보상금을 산정해 지급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중기부에 따르면 손실보상금은 개별 업체의 손실액에 비례해 맞춤형으로 산정된다. 코로나19 영향이 없던 2019년과 2021년의 동월을 비교해 일평균 손실액을 산정한 뒤 방역조치 이행기간과 보정률을 적용해 계산하는 방식이다.
쟁점이 됐던 보정률은 집합금지와 영업시간 제한 조치별로 차등하지 않고 동일하게 80%가 적용된다. 보정률은 영업이익 감소분 중 방역조치 이행에 따라 발생한 직접적인 손실 규모를 추산하기 위한 것이다. 보상금 산정에 필요한 매출감소액과 영업이익률 등은 업체별 과세자료를 활용한다. 분기별 보상금의 상한액은 1억 원이며 하한액은 10만 원이다.
예를 들어보자. 2019년 8월 하루 평균 매출액이 200만 원인 가게가 있다. 그해 영업이익률은 10%, 매출액 대비 인건비·임대료 비중은 25%였다. 이 가게가 2021년 8월 방역조치로 영업을 제대로 못 해 하루 평균 매출액이 150만 원으로 줄었다. 이 경우 이 가게의 하루평균 손실액은 ‘매출 감소액(50만 원)×[영업이익률(0.1)+인건비·임대료 비중(0.25)]’로 계산한 17만 5000원이다. 이 가게가 28일 동안 방역조치를 이행했다면 ‘17만 5000원×28×보정률(0.8)’을 계산한 392만 원을 손실보상금으로 받게 된다.
소상공인에서 소기업까지 대상 확대
당초 손실보상 대상은 소상공인에 국한됐으나 손실보상심의위원회는 소기업까지 대상을 확대했다. 그동안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을 지급받지 못했던 폐업자도 폐업일 직전까지 발생한 손실을 보상받게 된다. 다만 오후 6시 이후 3명 이상 사적모임 금지 같은 ‘인원 제한 조치’에 따른 피해는 보상 대상에서 빠졌다.
보상금 신청과 지급 절차는 최대한 빠르고 간편하게 한다. 지방자치단체 방역조치 시설명단과 국세청 과세자료를 활용해 서류 증빙 부담을 없애고 보상금 신청 후 이틀 안에 지급하는 신속보상을 추진한다. 신청은 누리집(소상공인손실보상.kr)을 통해 10월 27일부터 시작된다. 온라인 신청이 어려운 경우 11월 3일부터 시·군·구청 손실보상 전담창구를 방문하면 된다.
신속보상에서 산정된 금액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증빙 서류가 필요한 확인보상으로 다시 산정받을 수 있다. 확인보상은 11월 10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확인보상을 신청해 재산정된 보상액도 동의하지 않는다면 이의신청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 명단에는 방역조치 대상이 아니라고 나왔지만 신청자가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등 불분명한 경우에도 이의신청이 가능하다.
방역조치를 위반한 사업장은 보상금을 받지 못하거나 나중에 환수될 수 있고 한 명이 다수 사업장을 운영할 경우 사업장별로 개별 보상을 받게 된다. 자세한 사항은 손실보상 콜센터(1533-3300)에서 안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