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접종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 한겨레
‘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뭐가 달라질까?
정부는 코로나19 방역대책을 11월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제 코로나19의 종착지가 오고 있는 걸까? 이에 대해 김양중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근평가위원(의사)은 “단계적 일상회복의 또 다른 표현인 ‘위드 코로나’는 말 그대로 사람과 코로나 바이러스가 함께 살아가는 상태”라며 “코로나19 환자 수를 관리하기보다 중증 등으로 입원하더라도 치료받을 수 있는 대응체계에 중점을 두는 쪽으로 방향이 바뀐다. 앞으로는 치명률이나 중증 발생률 등이 감염 유행의 판단에서 더 중요한 지표로 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른 방역 정책의 판단 기준도 변경해야 한다. 김 위원은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진입이 코로나19 환자의 급격한 감소나 마스크와 작별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이미 단계적 일상회복 정책을 시행 중인 영국과 싱가포르에서 최근 코로나19 환자 수는 방역 규제 완화 이전보다 큰 폭을 늘었다. 그래도 이들 국가는 계속 단계적 일상회복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중증이나 사망은 예방접종 이전보다 매우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감염되고 있지만 백신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들이 대다수라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은 상황이 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김 위원은 “예방접종은 바이러스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의 면역계가 바이러스를 알아차려 중증이나 사망으로 가지 않도록 막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람과 코로나19 함께 살아가기
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사람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우선 감염이 사망으로 이어지거나 심각한 후유증을 겪을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도가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기존의 다른 바이러스와 비슷해지는 것이다.”
김 위원은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이 평화는 영구적이지 않아 병원체, 숙주, 매개체 등의 조건에 따라 유동적이라는 것”이라며 “단계적 일상회복은 퇴치나 종식보다 ?사람과 바이러스의 공존이다. 언제든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 다시 전쟁해야 하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에서도 숙주와 병원체의 크고 작은 전쟁은 지속된다”고 말했다. 또 “원래 사람은 각종 감염병을 일으키는 병원체와 함께 살았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은 단계적 일상회복 과정에서 특히 건강 취약층을 치료하고 돌보기 위한 의료 자원 확보를 당부했다.
“의료진, 격리 병상, 치료제와 증상 해소를 위한 각종 약물 등이 충분히 확보돼 있는 것이 단계적 일상회복의 전제 조건이다. 중환자실 마련도 중요하고 이제 건강한 사람은 자택이나 생활치료센터 등에서 스스로 이겨내고 중증 악화 가능성이 보이면 재빠르게 대처하는 방안도 준비해야 한다.”
감염병 유행 중 제일 큰 피해를 입는 쪽은 건강 취약층이다. 노인층이나 만성질환자들에 견줘 상대적으로 건강한 30대 이하는 예방접종을 받지 않아도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감염됐어도 흔한 계절 감기처럼 지나갔다는 사람이 적지 않고 심지어 아무런 증상도 없었다는 젊은층도 많다. 하지만 60대 이상 고령층이나 만성질환을 앓았던 사람들은 사망률이 훨씬 높았다. 2020년 국내 사망 통계를 보면 코로나19 사망자의 55%가 80세 이상이었다. 연령대별 코로나19 사망률을 보면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수는 30~59세 중에서 0.2명에 그쳤지만 고령층에서는 급격히 증가해 60대는 1.8명, 70대는 7.5명, 80대는 27.3명을 기록했다.”
그런데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사람들이 일상에서 더 많이 활동하면 바이러스도 더 잘 퍼질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위원은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되면 사회적 거리두기 약화로 바이러스 입장에서도 종족 번식에 더 유리하다. 백신 예방접종이 감염 자체를 획기적으로 줄이지 못하기 때문에 단계적 일상회복 과정에서 환자 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국민이 백신 예방접종을 받으면 코로나19가 퇴치되리라 여기는 실제 백신 예방접종이 많이 이뤄진 나라나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19 환자가 오히려 더 늘어나는 이유이기도 하다는 얘기다.
“사실 우리가 흔히 걸리는 감기의 원인 바이러스 가운데 하나는 코로나이고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우리가 잘 대처하면 감기 수준의 바이러스로 남을 수 있다.”
피해 최소화를 위해 지금 필요한 것
이제 단계적 일상회복 시대에 필요한 건 감염 재난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시민의 자발성”이라고 김 위원은 강조했다.
“그동안 많은 피해를 겪으면서 충분히 배운 만큼 정부의 규제가 있을 때만 움직여서는 곤란하다. 스스로 건강을 지키기 위해 백신 예방접종, 손 씻기, 마스크 쓰기 등이 필요하고 위험에 빠지기 더 쉬운 취약층을 위해 모든 사람이 습관을 지키는 자율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자율적인 습관의 효용은 수치로 확실히 드러난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0년 우리나라에서 호흡기 결핵, 만성기도질환, 폐렴으로 인한 사망률은 2019년 보다 각각 18%, 8.2%, 4% 줄었다. 결핵으로 인한 사망은 2020년 1223명으로 코로나19 사망자 수(950명)보다 많다.
“이처럼 호흡기 질환 사망률이 감소한 데에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 위생 수칙의 효과라고 풀이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그동안 바이러스와 전쟁에서 지지 않으려고 의료진이 최전선에서 싸웠고 많은 사람이 일부 부작용을 감수하고 예방접종을 받았다. 김 위원은 “심지어 생업의 위협을 인내하면서 영업에 제한을 둔 방역 정책을 따르는 등 바이러스와 전쟁에 동참했다. 감염병 재난은 사회적 약자와 함께 살아야 하는 공존의 의미를 되새길 때 비로소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