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방역과 일상의 공존 위해

2021.10.25 최신호 보기


코로나19와 함께 산 지 1년 9개월이 넘었습니다. 코로나19가 무섭다지만 언제까지고 집에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어느 정도 활동은 하되 3T(검사·추적·치료)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며 사람 간 접촉 빈도를 줄이는 노력을 했습니다.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유행은 감수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종식’을 추구하는 대신 방역과 일상 사이의 아슬아슬한 균형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 균형은 쉽게 깨지기도 합니다. 마치 한 사람이 점프에 실패하면 모두가 시합에서 지는 단체 줄넘기처럼 방역 수칙을 소홀히 여기는 사람이 하나둘 생기면 어느 순간 걷잡을 수 없이 감염이 퍼집니다. 해외 여러 나라에서 폭발적인 감염 확산으로 인한 의료체계 붕괴의 위기를 겪으며 생명도 일상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을 맞닥뜨려야 했습니다.

방역체계의 질적인 전환이 필요
다행히 우리나라는 그런 상황은 비껴갔습니다. 유행이 심각했던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인구 대비 누적 환자 수와 누적 사망자 수 모두 매우 적습니다. 경제도 선방했습니다. 주요 국제기구의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 대비 2021년 경제 회복 전망을 보면 주요국 중 우리나라가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물론 이는 ‘평균적으로’ 잘했다는 뜻이지 고통이 전혀 없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대다수 시민이 비교적 자유로운 생활을 할 동안 뒤에서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장기간 집합금지 중인 고위험시설 업주 및 종사자, 심야 영업 제한의 영향을 받는 자영업자, 격무에 시달리는 의료인, 방역 담당 공무원, 보건소 직원,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은 대면 서비스업 종사자,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한 취약계층 학생들이 있습니다. 삶의 가장 중요한 자리에 사교 모임, 종교 행사, 여행 등 이른바 고위험 활동에 놓여있던 사람들의 인내도 길어졌습니다. 불운한 환자들은 필요 이상의 사회적·심리적 비용을 치러야 했습니다.
해외와 비교해 평균적으로 잘한 것은 어떤 사람에겐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한 사람이 실패하면 모두 실패하는 단체 줄넘기처럼 누군가를 쓰러지게 남겨둔 채 코로나19 대유행과 전쟁에서 승리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방역체계의 질적인 전환이 필요합니다. 마침 코로나19 예방접종률이 오르면서 환자 수가 증가해도 의료체계에 부담이 덜 가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번 4차 유행은 지난 겨울 유행에 비해 감염 규모도 더 크고 지속 기간도 더 길지만 중환자 수는 그때와 비슷하거나 더 적은 수준이며 사망자 수는 그때의 절반에 못 미칩니다. 아직 남아 있는 고령층 미접종자 약 100만 명 중에서 접종률을 더 끌어올리면 중환자와 사망자 수는 많이 늘어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모두의 관심과 참여, 인내가 요구될 때
예방접종으로 인해 의료체계 부담이 줄었지만 싱가포르나 이스라엘처럼 방역 완화 후 환자가 급증하면 우리나라의 현 시스템으로 감당해내기 어렵습니다. 접종자 위주로 역학조사 및 검사 범위를 조정하고 재택치료를 확대하고 중환자 병상을 확충하는 등 감당할 여력을 늘리는 노력은 계속해야 합니다. 감염의 사회적·심리적 비용을 줄이는 데도 신경 써야 합니다.
시스템을 갖추기 전까지는 여전히 조심성이 요구됩니다. 영업시간 제한 등 비용 대비 효과가 적은 영역은 지금이라도 풀되 너무 갑자기 감염이 늘지 않도록 마스크 쓰기나 모임 인원 제한 같은 비용이 적은 조치는 어느 정도 유지해야 합니다. 유행 상황에 따라 서서히 예전의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겠지만 너무 서두르면 독이 됩니다. 대신 모두를 위한 조치로 손실을 입는 소수에게 신속하고 넉넉한 보상을 반드시 제공해야 합니다.
단체 줄넘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쳐 쓰러진 사람들을 그냥 둔 채로 시합을 계속할 수는 없습니다. 힘이 남은 사람이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 부축하듯 단계적 일상회복은 모두가 공평한 짐을 지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거리두기 단계 조정은 이 과정 안에 한 요소로 포함되지만 그게 전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준비한 만큼만 완화해야 급격한 감염 확산 후 다시 되돌아오는 고통을 피할 수 있습니다.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코로나19와 공존을 위해 모두의 관심과 참여, 그리고 인내가 요구되는 때입니다.

자료: 정책브리핑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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