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의 힘

2021.10.18 최신호 보기


한류 콘텐츠의 경제적 영향력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흥행 대박은 한류 콘텐츠의 인기가 ‘반짝 현상’이 아님을 보여준다. <오징어 게임>은 방탄소년단(BTS), 영화 <기생충> 등과 함께 한류 콘텐츠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외신들은 한류 콘텐츠가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주류로 떠올랐다고 평가한다. 한복, 김밥, 만화, 한류 등 우리나라 관련 단어 26개가 최근 영국 옥스퍼드 사전에 새로 실린 것은 한류의 영향력을 실감나게 한다.
넷플릭스는 지난 5년간 우리나라에 47억 달러(약 5조 6000억 원) 규모의 경제적 기여를 했다고 분석한다. 9월 29일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넷플릭스는 5년간 7700억 원을 한국에 투자했고 2021년에도 약 5500억 원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다양한 산업에서 5조 6000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냈고 1만 6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강조했다.
한류 콘텐츠는 이미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주류로 대접받는다. 넷플릭스 창업자인 마크 랜돌프 놀스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열린 ‘2021 스타트업콘’에 온라인으로 참여해 “<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모든 게 다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질 필요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드라마 <킹덤> 시리즈부터 <오징어 게임>까지 우리나라에서 만든 드라마가 언어의 장벽을 넘어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는 것은 한류 콘텐츠가 할리우드 중심의 세계시장에 균열을 낼 수 있는 힘이 있음을 보여준다.

소프트파워 격상시킨 <오징어 게임>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한류 콘텐츠의 경제적 영향력에 주목했다. 블룸버그는 “<오징어 게임>이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한 단계 격상시키면서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며 한류가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영향이 점점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은 제조업 부문에 견줘 규모는 작지만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콘텐츠 수출액은 108억 달러(약 12조 9000억 원)로 반도체 수출액의 약 10%에 불과했지만 이익 규모는 가전제품이나 화장품 같은 주요 수출 품목을 넘어섰다. 특히 출판, 음악, 영화, 드라마,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 수출액은 2020년 6.3% 증가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전체 상품 수출이 5.4%나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것이다.
한류의 인기는 관련 상품의 수출 호조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류로 인한 총수출액은 101억 75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8.8% 증가했다. 한류는 특히 우리나라 소비재 수출을 촉진하고 국가 위상을 높이는 등의 파급 효과가 크다. 우리나라 화장품의 세계 시장 점유율도 지속적으로 올라 2021년 처음으로 수출 5위국에 올랐다.
이제 한류 콘텐츠는 우리나라 수출을 이끄는 또 하나의 힘이 됐다. 2018년 현대경제연구원은 방탄소년단(BTS)을 모델로 삼아 한류 콘텐츠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분석했다. 산업연관표를 이용해 외국인 관광객 소비와 소비재 수출액 증가 효과 등을 종합해보면 연평균 4조 1400억 원의 생산 유발과 1조 4200억 원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계산됐다. 연구원은 2013년 데뷔한 방탄소년단이 2023년까지 활동할 경우 총 경제적 효과는 2018년 가격 기준으로 생산 유발 효과 41조 8600억 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약 14조 3000억 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류 콘텐츠의 힘 ‘공감’ 능력
외신들은 한류 콘텐츠의 힘이 ‘공감’ 능력에 있다고 본다. 아카데미 4관왕에 빛나는 <기생충>이 상업적으로 성공한 이유는 자본주의가 낳은 불평등 문제를 전 세계가 공감하기 쉬운 이야기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공감 능력은 천문학적인 제작 비용이 들어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보다 더 경쟁력이 있다. 불평등은 ‘사랑’이나 ‘돈’과 마찬가지로 전 세계 공용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영국 <이코노미스트>)
<오징어 게임>은 <기생충>보다 인간의 본성에 한발 더 접근했다. 게임 참가자들은 상대방을 이기지 않으면 자신이 죽는 잔혹한 규칙에 내몰린 상황에서도 연대와 동정, 양심 등 인간의 선한 본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사회 밑바닥을 경험한 ‘패배자(루저)’들은 우아한 VIP룸에서 느긋하게 게임을 지켜보는 ‘승리자(위너)’들 앞에서 ‘복종실험(Milgram experiment, 평범한 사람들도 권위에 대한 복종으로 타인을 위험에 처할 수 있게 할 수 있음을 보여준 실험)’의 결론을 재확인시킨다. 이처럼 인간의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불평등은 지금 모든 나라에서 예외 없이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이춘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관련기사

페이지 맨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