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희망을 선사하는 신한류 할리우드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됐다

2021.10.18 최신호 보기

▶넷플릭스 제공

신한류 열풍 배경과 국가 위상 제고
2021년 10월 3일 프랑스 파리 2구에 있는 어느 카페 지하에 마련된 팝업 스토어(일시적으로 운영하는 상점) 앞에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콘텐츠 홍보를 위해 만든 이곳 체험 팝업 스토어는 관람객들로 온종일 북적였다. 드라마 세트와 소품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달고나 뽑기’ 게임도 할 수 있다. 긴 대기 줄에 선 채로 몇 시간을 기다렸다가 불과 10분만 머물 수 있었는데도 파리 시민들이 끊임없이 찾아왔다.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2021년 9월 17일 전 세계에 공개)은 넷플릭스가 서비스되고 순위가 집계되는 전 세계 83개국에서 모두 ‘넷플릭스 오늘의 톱10 콘텐츠’ 전체 1위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다. 자국 영화 산업이 강세를 보여 난공불락으로 꼽히는 인도에서도 1위에 올랐다.
10월 5일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와 함께 부른 신곡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가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Hot)100 1위를 차지했다. 미국 대중음악과 드라마 시장에서 우리 작품이 모두 정상을 차지한 것이다.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신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 BTS 곡이 빌보드 핫100 1위에 오른 건 ‘다이너마이트’ 등에 이어 여섯 번째다. BTS는 이번 ‘마이 유니버스’ 곡에 한글 가사도 넣었다.

▶파리의 팝업 스토어 에서 한 관람객이 설탕 뽑기 게임에 집중하고 있다. | 넷플릭스 프랑스

▶2021년 10월 3일 프랑스 파리에 마련된 ‘오징어 게임’ 체험 팝업 스토어 앞 대기줄 | 연합

<오징어 게임> 열풍에 전 세계가 우리 놀이에 빠져
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은 10월 13일까지 전 세계 8200만 명이 〈오징어 게임〉을 시청한 것으로 추산했다.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관심이 뜨겁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나 줄다리기, 구슬치기 등 우리의 옛 놀이도 전 세계에서 주목받으며 세계인의 놀이 문화가 됐다. 〈오징어 게임〉 열풍을 타고 전 세계가 달고나 영상을 올리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도 하는 등 우리 놀이에 푹 빠진 듯하다.
〈오징어 게임〉의 인기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필리핀 마닐라 케손시티의 쇼핑몰 로빈슨 갤러리아 앞에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속의 대형 술래 인형도 등장했다. 멈춰 있던 인형이 빨간불에 길을 건너려는 보행자들을 발견하고 눈에 빨간불을 켜는 모습이 재미를 자아낸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최고 콘텐츠책임자(CCO)는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비 영어권 작품 중 가장 위대한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가 현재까지 선보인 모든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오징어 게임〉에 담긴 우리나라 창작자들의 스토리텔링 능력과 우리 창작 생태계의 탄탄한 힘에 외신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유력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Variety)는 황동혁 감독과 인터뷰에서 〈오징어 게임〉 특징으로 “한국 특유의 감수성과 세계인의 보편 감정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를 꼽았다.
미국 〈블룸버그〉는 “〈오징어 게임〉을 통해 한국 창작자들은 미국 중심의 할리우드와 경쟁하는 콘텐츠 제작 능력을 입증했다”고 평가했고 〈월스트리트저널〉은 10월 2일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사상 최대의 인기 작품이 될지도 모르겠다”라고 평가했다. 은 ‘〈오징어 게임〉은 무엇이고 왜 그것에 사로잡히게 되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흥행은 한국 영화 〈기생충〉에서 드러났던 것과 매우 비슷한 현상”이라고 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 | 방탄소년단 트위터

제조업 못지않은 경제적 파급효과
문재인정부에서 신한류는 해마다 기적 같은 돌풍을 일으켰다.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신한류 열풍은 국내외 수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선사한다. BTS,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킹덤〉 등을 필두로 신한류 열풍은 문화강국 코리아를 세계에 떨쳤다.
〈기생충〉(2019)에 이어 〈미나리〉(2020)가 아카데미상을 받으며 화제를 일으키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동영상 구독이 늘어난 2020년은 우리나라 드라마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해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음악뿐만 아니라 영화·방송·게임 등 우리 문화콘텐츠의 글로벌 선전이 지속되면서 한류의 다음 진화 단계인 신한류로 도약하고 디지털 플랫폼 발달로 국내 콘텐츠 접근성이 커지고 수요가 확대되며 전 세계적인 신한류 팬덤(열성팬)이 형성됐다”고 진단했다.
관련 산업의 생산과 부가가치 유발 효과 등 한류 확산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는 제조업 못지않다. 영국 글로벌시장조사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세계 콘텐츠 시장 규모는 총 2조 4000억 달러로 미국·중국·일본이 1~3위이고 우리나라는 623억 달러(점유율 2.6%)로 세계 7위다.
분야별로 우리나라 게임, 음악, 영화, 방송 시장 규모는 전 세계 10위권 안팎이다. 2020년 매출액 기준으로 보면 국내 게임 산업 규모는 전 세계 4위이고 국내 방송(11위), 영화(7위), 음악(9위) 시장 규모도 10위권 안팎으로 규모 경쟁력을 갖고 있다.
조현래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공감>에 “최근 드라마 <오징어 게임>, BTS 등에 대한 국내외 관심과 신한류 열풍을 통해 K-콘텐츠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체감하고 있다”며 “이러한 신한류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확산을 위해 다양한 문화권이 콘텐츠를 통해 상호 이해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콘텐츠를 통한 문화 교류로 K-콘텐츠가 세계 속의 문화로 자리 잡는다면 자연스럽게 국가 브랜드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며 “콘텐츠진흥원도 전 세계 누구나 K-콘텐츠를 통해 상호 소통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류 열풍에 우리 콘텐츠 수출은 10년간(2010~2019년) 연평균 13.9%에 이르는 비약적 성장을 구가했다. 한류가 아시아에서 남미까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영역도 대중문화에서 우리 문화 전반으로 관심이 확대되면서 전 세계 한류 애호층이 약 1억 명에 육박(해외 한류동호회 회원 9932만 명·2019년 국제교류재단)한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우리나라 콘텐츠 수출이 100달러 증가할 때 소비재 수출은 248달러 증가하는 파급효과(2020년 기준)가 있다고 분석한다. 세계시장에서 K-팝을 비롯한 국내 방송·영화 등의 인기로 한국산 음향 영상과 관련 서비스 수출액은 연간 9억 달러(2019년)로 세계 9위 수준(세계무역기구)이다.



우리나라 위상과 국가 브랜드 가치 높여
한류는 1990년대부터 태동한 이후 분야가 다양화하고 지역도 다변화하면서 화장품·문화콘텐츠 등 소비재 수출을 촉진하고 관광객 활성화 등 연관 산업 성장까지 견인했다. 한류에 따른 소비재·관광 수출액(국제문화교류진흥원)은 2016년 75억 6000달러에서 2019년 123억 1900만 달러로 증가했다. 한류 관광객(한국관광공사)도 이 기간에 136만 2000명에서 222만 3000명으로 증가했다. 한류가 문화·경제 강국으로서 우리나라의 국제 위상과 국가 브랜드 가치를 더 높인 것이다.
2021년 8월 17일 미국 패션지 〈엘르〉는 ‘한국 드라마 르네상스: 한국 엔터테인먼트는 어떻게 전 세계인의 텔레비전을 장악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우리나라 문화와 드라마가 인기를 얻은 배경을 거시적이고 복합적으로 진단·분석해 “한국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할리우드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급부상했으며 대중음악, TV 드라마, 영화, 뷰티, 패션 트렌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 지난 1년 반 동안 한국 문화  콘텐츠만큼 각광 받은 것이 없다. BTS, 블랙핑크 등 K-팝과 영화 〈기생충〉 열풍이 불고 콘텐츠 안에서 선보인 한국 음식(짜파구리, 먹방, 달고나 커피)이 크게 주목받았으며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한국 드라마가 세계인들을 고립 생활 스트레스에서 해방시켰다”고 평가했다.
〈엘르〉는 또 우리나라 드라마 특징으로 “한국 드라마는 한 장르에 집중하는 미국 드라마와 달리 다양한 장르가 한 작품 안에 녹아 있는 경우가 많아 제한된 장르 팬이 아닌 폭넓은 시청자 층에 호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공상과학(SF), 로맨스, 공포, 시대극을 한 이야기 안에서 소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형식의 스토리텔링으로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는 뜻이다.

조계완 기자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정부의 신한류 진흥 정책
한류는 아시아 국가에서 우리나라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던 1990년대 후반, 일부 지역 안에서 K-팝이 인기를 얻은 2000년대,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대중문화가 인기를 얻은 2010년대, 이어 신한류로 단계적 진화하고 있다.
약 20년간 지속한 한류의 시기적 특징을 분석해 네 단계로 구분하면 ▲태동기(한류1.0, 1997년~2000년대 중반, 드라마 영상 콘텐츠 중심, 아시아 지역, 소수 마니아) ▲확산기(한류2.0, 200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대중음악 아이돌 스타 중심, 아시아·중남미·중동·구미주 일부, 10~20대) ▲한류 세계화(한류3.0, 2010년대 초반~2019년, 대중문화 세계적 스타·상품의 등장, 전 세계, 세계시민) ▲한류의 다양화 및 세계화(신한류, 2020년~현재, 한국 문화와 연관 산업 세계화, 전 세계 전략적 확산)으로 나뉜다.
신한류는 기존 한류와 달리 우리나라 문화 전반에서 한류 콘텐츠를 발굴하고 연관 산업과 연계를 강화하면서 상호 문화 교류를 지향해 지속성과 파급효과를 높이는 한류를 말한다. 정부는 2020년 7월 신한류 3대 지원 전략(한류 콘텐츠의 다양화, 한류로 연관 산업 견인, 지속 가능한 한류 확산의 토대 형성)을 발표했다.
기존 대중문화콘텐츠 외에도 풍부한 문화자산에서 새로운 한류 콘텐츠를 찾아내고 소비재뿐만 아니라 서비스 산업까지 한류 연계를 강화했다. 한류 관련 정책 총괄기구와 협력 지원 체계도 구축했다. 2020년 2월 발족한 한류협력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주재)는 13개 관계부처와 12개 공공기관이 참여했으며 문체부 안에 한류지원협력과도 신설했다.
문체부 정책 담당자는 “한류는 세계 문화사에 기록될 만한 사건이고 우리가 문화 부문에서도 세계 정상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해주었다”며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정책으로 우리의 문화예술 잠재력과 창의력이 세계 무대에서 마음껏 발휘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신한류 진흥 정책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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