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현지 ‘화장품 트렌드’ 정보 제공하니 기업은 수출용 ‘전략 화장품’ 빠르게 개발

2021.10.18 최신호 보기
▶서울 명동성당 앞에 마련돼 있는 ‘K-뷰티 체험·홍보관’의 라이브 스튜디오

신산업 수출 전진기지 ‘화장품산업연구원’
2021년 9월 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 정문 바로 앞에 있는 K-뷰티 체험·홍보관 ‘뷰티플레이’(Beauty Play). 양복차림의 40~50대 중국인 네댓 명이 이곳을 방문해 전시 중인 화장품을 둘러보고 있었다.
“주한 중국대사관 측 상무관 일행입니다. 우리 화장품 체험·홍보관이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한테 미리 연락해 방문 약속을 잡고 오늘 왔네요.”
재단법인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의 송정수 책임연구원(교육홍보팀)이 말했다. 체험·홍보관 한쪽에 마련된 홍보 동영상 관람 자리에서 송 연구원이 유창한 중국어로 뷰티 플레이와 국산 중·소 화장품의 수출과 품질에 대한 내용을 중국 관계자들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루마니아와 파키스탄 상무관 측에서도 K-뷰티 체험·홍보관을 방문하고 싶다고 연락했다고 한다.
이 체험관은 YMCA 연합회관을 새롭게 단장한 ‘페이지 명동’ 건물 3층에 테라스 형태로 자리 잡았다. 보건복지부와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이 국내 중·소 화장품 종합 전시공간으로 함께 마련해 9월 1일부터 시범 운영을 했다. 지금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하루 입장 인원을 제한하고 방문예약을 해야 들어올 수 있다. 코로나19 유행이 수그러들면 정식 개관할 예정이다.

▶K-뷰티 체험·홍보관에 진열된 국내 화장품 제품들

수출 경쟁력 강화 위한 K-뷰티 거점 구축
이 연구원의 박상훈 기획정보실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이번에 체험관을 설치한 건 내수 홍보는 물론 국내 중견·중소 화장품 업체 제품을 전시 홍보해 수출을 더 진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수한 제품을 개발했으나 그동안 별도의 홍보 매장을 마련하지 못한 중·소 화장품 기업의 제품을 종합 전시하고 고객들이 직접 사용·체험해볼 수 있도록 제공해 수출 길을 지원하는 공간이다.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국내 중·소 화장품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고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K-뷰티 거점으로 구축한 것이다.
박 실장은 “체험관 앞으로 탁 트인 3층 테라스에서 명동성당 경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서 많은 내·외국인들이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체험·홍보관에서는 전시 참여를 원하는 기업에 매월 신청(1일~14일까지 접수) 받아 30개 기업을 선정한 뒤 한 달간 약 100개 제품을 전시한다. 박 실장은 “국내 화장품 업체는 약 3만 개에 이르고 제품 종류만 수십만 개다”며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을 제외하면 모두 중·소기업에 속한다”고 말했다. 이 두 대기업 외에 클리오, 애경, 닥터자르트, 한불화장품 등이 중견 수출기업에 속한다. 전시·진열된 상품에는 모두 정보무늬(QR)가 부착돼 있어 지능형단말기(스마트폰)로 찍으면 곧바로 구매할 수 있다.
화장품은 기초화장품, 색조화장품, 바디화장품, 헤어화장품 등으로 크게 분류된다. 송 연구원은 “기초화장품은 상대적으로 만들기 쉽고 시장에 진입하기도 쉬운데 색조화장품은 고객마다 다른 여러 취향별 구색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소량 다품종 생산체제 방식이다. 바디와 헤어 화장품은 일반 마트에서도 판매하는 등 시장경쟁이 매우 치열한 제품이다”라고 설명했다.

▶K-뷰티 체험·홍보관 내부의 뷰티 체험 연출 공간

국가별 화장품 이슈 선정 국내 업체에 제공
화장품은 연구개발 투자의 효과가 제약산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빠른 편이다. 박 실장은 “화장품은 아이디어를 디자인해 신제품을 개발 완료하는 데까지 약 6개월가량 걸린다. 해외시장의 변화하는 새로운 화장품 흐름에 타이밍을 맞춰 빠르게 수출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화장품은 또 나라별로 성분 원료 구성에서 요구하는 조건과 규정이 다르다. 즉 원료 대체 등 이른바 처방전을 다르게 해야 한다.
화장품산업연구원은 2010년 경기도 오산에 설립됐다. 당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발효되면서 유럽의 막강한 화장품 브랜드에 밀려 국산 화장품 업계가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복지부·경기도·화장품기업협회가 공동 출연해 설립했다. 연구원이 선도적으로 국내 화장품 산업을 지원(해외시장 조사·분석 및 수출 정보 제공)해 해외 수출로 활로를 뚫어보자는 것이었다.
수출 기반 구축과 수출 진작을 위한 연구원의 각종 사업은 다방면에 걸쳐 있다. 중국·일본·미국·러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태국·베트남 등 국산 화장품 주요 수출 10개국에 대해 ‘글로벌 화장품 시장 동향’을 제공하는 책자를 만들고 있고 ‘해외 주요 시장 트렌드 예측’ 사업에서는 프랑스·러시아·필리핀 등 국가별로 소비자 설문조사와 전문가 심층 인터뷰를 진행해 국가별 화장품 이슈를 선정한 뒤 국내 업체에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수출 신규와 확대 시장으로 개척 중인 호주·대만·아랍에미레이트에서는 현지 오프라인 매장 및 무역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해 유통시장 구조를 조사·연구한다. 현지 매장의 입점 요건과 절차, 수수료 등 각종 정보를 취합하고 현지에서 누구를 어떻게 만나 협의·상담할 것인지 알려주는 유용한 정보로 채워져 있다.
박 실장은 “현지의 각종 대량자료(빅데이터)를 활용해 향후 몇 년 안에 어떤 트렌드의 화장품 제품이 유행할 것인지 조사·예측해 우리 업체에 알려준다”며 “업체들은 새로운 수출용 화장품을 만들어내는 데 이 정보를 활용한다”고 말했다.

▶9월 8일 K-뷰티 체험·홍보관에서 주한 중국대사관 관계자들이 K-뷰티 체험관 동영상을 보면서 설명을 듣고 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이 화장품 수출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펴낸 각종 가이드북

수출 관련 절차·규정에 대한 상담도 진행
화장품산업연구원은 국가별 ‘피부특성은행’도 구축 중이다. 18개국 22개 도시에 걸쳐 해당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피부 특성을 조사·분석해 국내 화장품 업계에 제공하는 것으로 국내 업계는 국가별 전략 수출 화장품 개발에 활용한다. ‘온라인 수출 가이드북’도 만들어 국가별 화장품 수입 규정의 변화를 관찰하고 통관 거부 사례와 수출 통계를 수시로 갱신해 업계에 제공한다.
박 실장은 “가이드북과 함께 국내 업체들과 연간 600회 정도의 수출 관련 절차·규정에 대한 상담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장품을 수출하려면 특허와 상표를 출원·등록해야 하고 까다로운 제품 허가(위생허가 등록증)도 취득해야 한다. 연구원은 이를 위해 한국·중국·미국·일본·유럽 지역에 등록돼 있는 기존 특허 217만 건, 상표 118만 건을 검색하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송 연구원은 “러시아를 포함해 주변의 독립국가연합(CIS) 국가에서 우리 화장품 수요가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앞서 2021년 8월 30일 강원 동해항을 출항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한·러·일 페리(두원상선)에 강원도 내에서 생산된 국산 화장품이 처음으로 선적됐다. 춘천의 중소 화장품 제조 업체가 생산한 기초화장품 세트(2만 7000달러 상당)다.
이번 수출 선적 과정에서 물류비를 지원한 (재)북방물류연구지원센터는 “중국으로 수출되는 국산 화장품은 설화수 등 특정 브랜드가 선호되는 편인데 러시아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망라해 우리나라 화장품 선호가 높고 신뢰도 형성돼 있어 중·소 화장품을 러시아로 수출하는 길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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