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이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한겨레
정부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을 지급한 지 한 달이 돼 간다. 2021년 10월 1일 현재 대상자의 96.6%가 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4177만 9000명에게 국민지원금 10조 4448억 원을 지급했다. 이는 전 국민(5170만 명) 대비 80.8%, 행안부가 집계한 국민지원금 잠정 지급 대상자 4326만 명의 96.6%다. 지급 수단별 신청 비율은 신용·체크카드가 73.0%로 가장 높았다. 지역사랑상품권은 17.1%, 선불카드는 9.9%로 집계됐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어떤 변화를 마주했을까? 먼저 가계에 숨통이 트이자 소비시장도 차츰 활력을 되찾았다. 개개인의 삶에 약간의 여유가 생기면서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동네 상권이 들썩였다. 특히 코로나19의 4차 대유행 속에서도 국민지원금 지급과 추석 대목이 반영되면서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체감 경기가 대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2021년 9월 소상공인 체감경기지수(BSI)는 57.6, 전통시장 BSI는 77.4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각각 22.8포인트와 44.8포인트 급등했다. 이는 전 국민의 약 88%가 1인당 25만 원씩 받는 국민지원금 지급이 시작되고 닷새간(18~22일)의 추석 명절 연휴가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편 국민지원금 지급 기준과 관련한 이의신청은 10월 1일 기준 총 36만 2000건이 접수됐다.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온라인)로 19만 6000건, 읍·면·동 주민센터(오프라인)로 16만 6000건이 각각 접수됐다. 이의신청 사유로 건강보험료 조정이 15만 건(41.5%)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가구 구성 변경 12만 6000건(34.9%), 해외 체류 후 귀국 2만 3000건(6.4%), 고액자산가 기준 1만 2500건(3.5%), 재외국민·외국인 1만 2300건 (3.4%), 국적취득·해외이주 3000건(0.8%) 등의 순이었다.
국민지원금은 10월 29일까지 출생연도와 상관없이 온·오프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다. 신용·체크카드로 국민지원금을 받으려는 국민은 카드와 연계된 은행에, 선불카드와 지류형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받으려면 주소지를 관할하는 읍·면·동 주민센터에 각각 신청하면 된다. 미성년자는 세대주가 대신 신청한다. 12월 31일까지 사용하지 않으면 국가와 지자체로 환수된다.
국민지원금으로 용기를 얻고 위기 극복에 나선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국민 목소리
“고향집 추석 상차림 준비하는 데 큰 도움”
인력 충원 없이 지속된 업무 과다로 몸과 마음이 많이 힘들었던 김선화(26) 씨는 한 달 전 직장을 그만두었다. 추석 명절에 고향 내려가는 발걸음이 무겁던 청년에게 국민지원금은 힘이 됐다.
“9월 17일 체크카드로 1인 가구에 해당하는 국민지원금 25만 원을 받았다. 고향집 추석 상차림을 준비하는 데 많이 보탰다. 과일도 종류별로 한 상자씩 샀다. 보름달처럼 내 삶이 풍성해진 기분이었다. 지원금 소비는 꽁꽁 얼어붙었던 지역 경제에도 어느 정도 선순환이 됐을 것 같다.”
김 씨는 이번 국민지원금이 전 국민이 아닌 선별 지급인 점에 적극 동의했다. 이에 대해 “물론 똑같이 세금을 내고도 누군가는 수령금을 받지 못해서 볼멘소리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지급 경계선에 걸친 사람들의 불만도 있을 것이고. 하지만 어떤 사업이든 선택되는 대상이 있으면 배제되는 대상도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답했다.
특히 한정된 예산에서 보편적 지급보다 “코로나19로 생활이 어려워진 사람들에게 혜택의 폭을 넓히는 게 옳다”며 “최대한 엄격한 기준으로 지급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
동네 마트와 식당에 사람들이 확실히 늘어”
“건물이 몇 채 있거나 형편 좋은 사람들에게 국민지원금을 주는 것보다 선별적으로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많은 복지가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청년주택에 사는 1인 가구 김송희(39) 씨는 이번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을 복지 성격으로 바라봤다. 코로나19 재난 피해가 큰 자영업자 등의 소상공인이나 복지 필요가 큰 하위 소득계층에게 두텁게 몰아주었다는 의미다.
“국민지원금을 신용카드로 받아 동네 마트에서 장 보는 용도로만 25만 원을 전부 썼다”는 김 씨는 “동네 마트와 식당에 사람들이 확실히 늘었다”며 보편적 복지 방식의 이번 국민지원금 지급 효과를 설명했다.
“지역상권 살리기 위해 동네 가게에서 사용”
“취약계층,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계층에 우선 지급하는 것이 당연하다. 국가 경제 규모를 생각할 때 이번 국민지원금은 상위층을 제외하고 주는 것이 맞다. 그게 세금 상승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을 발생할 요인을 줄인다고 생각한다.”
김포에 사는 맞벌이 정민아(51) 씨는 사람들과 대면 접촉이 없어지는 대신 비대면으로도 경제·사회적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준 코로나 시기를 지내면서 두텁게 선별 지원할 필요성을 크게 느꼈다고 한다.
정 씨 부부는 국민지원금을 각자 신용카드로 25만 원씩 받았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받은 탓에 시장도 보고 외식도 하고 일부 꾸밈비로도 썼다. 모두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해 동네 작은 가게 중심으로 사용했다. “큰 타격을 입고 있는 자영업자들을 위해 우선적으로 썼다. 주로 외식비, 그리고 생필품 구입비로 사용했다.”
“비어 있던 동네 가게들 활력 되찾아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했던 1차 재난지원금 때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다.”
경기도 화성에 사는 3인 가족 서준이네가 받은 국민지원금은 총 75만 원이다. 미성년자인 서준이 몫은 아빠가 신용카드로 함께 받았다. 서준이네는 이번에도 주로 외식과 생필품을 구입하는 데 국민지원금을 대부분 사용했다.
소득에 큰 변화가 없지만 “코로나19가 오래 확산되다보니 정서적으로 지쳐간다”고 서준 엄마는 말했다. 국민지원금은 나름의 활력과 즐거움을 주었다.
“국민지원금으로 다양한 배달음식을 시켜 먹었다”는 서준이네는 “텅 비어 있던 동네 가게들이 조금씩 활력을 찾아가는 듯하다”며 동네 상권의 달라진 분위기를 알렸다. 이어 서준 엄마는 “보편 지원도 하면서 더 어려운 분야는 추가 지원도 해야 한다”고 바람도 전했다.
“추석 상여금과 같아 부모님에 선물”
“추석 연휴 전에 국민지원금이 지급돼 아주 요긴하게 썼다.”
회사의 매출도 줄고 영업에도 지장이 생기면서 상여나 급여 인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양동명(50) 씨에게 국민지원금은 일종의 추석 상여금과 다름없었다.
중학생 아들 몫까지 50만 원을 본인 카드로 받은 양 씨는 지방에 사는 부모님께 추석 선물부터 보냈다. 그 외에는 식비와 생필품 등을 사는 데 사용했다. 중학생 아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외식비(배달)도 현저하게 늘었기 때문이다.
심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