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국내 선사 최초로 ‘액화천연가스레디(LNG Ready) 형식’을 도입한 2만 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 알헤시라스호│에이치엠엠㈜
9월 ‘이달의 한국판 뉴딜’
2021년 5월 26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해양 특별 세션이 열렸다. 세계 8위권의 국적 원양선사 에이치엠엠㈜(HMM)의 배재훈 사장은 토론자로 참석해 2008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2020년까지 40%를 저감했고 2030년에는 50%를 감축하고 2050년에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2050 탄소중립 전략을 발표했다.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국내 해운사는 에이치엠엠㈜이 처음이다.
선박의 원단위(제품 하나를 만드는 데 드는 원료·동력·노동력 따위의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만 따지면 에이치엠엠㈜은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설비를 도입하고 선박을 개조해 2020년에 2008년 대비 약 55%를 감축했다. 이를 시작으로 2021년은 57%, 2030년까지 70%를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배재훈 사장은 “신조선·고효율 선박을 꾸준히 확보해 에너지 효율을 지속해서 개선하고 저효율 선박을 조기 퇴출함으로써 고효율 운항을 도모할 것”이라며 “에이치엠엠㈜은 기후위기에서 안전한 저탄소 사회를 구현하는 데 적극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부산 에이치엠엠㈜ 연구개발(R&D)센터의 ‘선박 종합상황실’에서 직원들이 선체·기기와 화물의 실시간 정보를 바탕으로 운항 경로와 선박 효율을 최적화하고 있다.
국내 해운사 최초 ‘2050 탄소중립’ 선언
탄소중립 선언과 친환경 선박 전환 등 해운 분야의 친환경 사업을 선도하는 에이치엠엠㈜이 9월 ‘이달의 한국판 뉴딜’(그린 뉴딜)에 선정됐다. 심사에 참여한 박미경 맘카페 대표는 “에이치엠엠㈜은 에너지 효율 개선 설비를 도입하고 시설을 개조하는 등 탄소배출 해결 방안을 제시한 점이 돋보였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윤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인공지능연구소장은 “친환경 이동 수단으로 전환해 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을 없애는 노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모범 사례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그린 뉴딜의 하나로 전기차·수소차 시장 활성화 등 미래형 친환경 이동 수단(모빌리티)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경제구조를 저탄소화해 저탄소 에너지 확산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선박 부문도 친환경 관공선·함정 등을 도입하고 친환경 선박 기술 인증제도를 구축하는 등 민간의 친환경 선박 전환을 지원한다.
에이치엠엠㈜은 ▲주요 조선·물류기업·한국선급 등과 함께 친환경 선박·해운시장을 선도하고 ▲그린 암모니아 해상운송 및 벙커링 컨소시엄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미래형 친환경 이동 수단 전환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2019년 11월 국내 선사 가운데 처음이자 유일하게 ‘탄소배출 제로 연대(Getting to Zero Coalition)’에 가입해 무탄소 선박 개발을 향한 의지를 천명하고 전 세계 관련 기업·기관과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 탄소배출 제로 연대는 2030년까지 완전한 무탄소 선박을 상업적으로 운항하는 것을 목표로 정보를 교류하고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국제 민간단체로 선사, 조선소, 기자재 업체 및 연구소 등 약 100개 기업과 기관이 참여했다.
▶9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달의 한국판 뉴딜’ 감사패를 받은 배재훈 에이치엠엠㈜ 사장(왼쪽)이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에이치엠엠㈜
미래형 친환경 이동 수단 전환 가속화
에이치엠엠㈜은 1976년 유조선 세 척을 시작으로 현재 컨테이너선, 벌크선, 광탄선, 중량화물선, 특수 제품선 등 선박 약 110척을 보유한 종합 해운 물류기업이다. 2020년 5월에는 국내 선사 최초로 첨단 설계 기술인 ‘액화천연가스(LNG) 레디(Ready) 형식’을 도입한 알헤시라스호를 투입했다. LNG 레디 형식은 나중에 LNG 추진 선박으로 개조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놓은 선박이다. LNG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면 LNG 추진 기술을 선박에 적용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알헤시라스호는 2만 4000TEU(길이가 20피트인 컨테이너를 가리키는 단위)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이다. 최대 2만 4000개의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에이치엠엠㈜이 실제 운항비를 비교해보니 2만 4000TEU급이 현재 유럽 항로의 평균 선형인 1만 5000TEU급 컨테이너선보다 TEU당 약 13%의 연료비를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6월 에이치엠엠㈜은 2만 4000TEU급 열두 척과 파나마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 선형인 1만 6000TEU급 여덟 척 등 친환경 초대형 선대를 구성해 투입했다.
2020년 9월에는 부산 연구개발(R&D)센터에 국내 해운업계 최초로 선박 종합상황실을 마련했다. 이곳에서는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 정보를 포함해 선체·기기와 화물의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운항 경로, 선박 효율을 최적화해 에너지 효율을 향상하고 불필요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화했다.
에이치엠엠㈜은 친환경 연료인 바이오 연료의 안전성과 품질 검증을 위한 육상 시험 운전도 성공했다. 2020년 8월 한국바이오에너지협회, 현대중공업, 한국조선해양, 한국선급 등과 바이오 연료 사용 실증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에이치엠엠㈜은 약 6개월 동안 실제 선박에서 사용하는 엔진과 같은 환경에서 바이오 연료의 안전성과 품질을 검증하기 위한 육상 시험 운전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2021년 7월 중순부터 1만 3000TEU급 컨테이너선에 바이오 연료를 선적해 실제 운항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도록 실선 검증하고 있다.
9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달의 한국판 뉴딜’ 감사패를 받은 배재훈 사장은 “해운업계에서 탄소 감축 등 친환경 이슈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친환경 선박, 대체 연료 개발 등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대응해 미래형 친환경 이동 수단 전환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원낙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