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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의 일이다. 서울 쪽에 급한 일정이 잡혀 아침 일찍 집을 나서 버스터미널로 갔다. 늘상 그러하듯 고속버스를 이용해 서울로 가기 위해서였다. 바쁘게 택시에서 내려 터미널 안으로 들어가 매표소로 갔을 때 나는 적잖이 놀랐다.
매표소 입구가 봉해져 있는 거였다. 아무리 이른 시간이라도 새하얀 옷을 입은 매표소 직원이 나와서 표를 끊어주던 매표소다. 유리창에 붙어 있는 안내문을 읽어보니 코로나19로 무인 매표소를 운영한다는 거였다. 놀라움이 없지 않았다.
내가 사는 충남 공주에서는 외부로 열린 모든 대중교통 수단이 통과하는 대표 터미널인데 무인으로 운영된다니 이건 보통의 일이 아니다. 이해는 간다. 코로나19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이 줄다 보니 운수업체들도 자구책으로 그랬을 것이다.
터미널 구석에 무인 매표소가 여러 대 있어서 그것을 이용해 시간에 늦지 않게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서툰 대로 무인 매표소를 이용할 수 있었고 또 신용카드가 있었으니 망정이지 그 두 가지가 없는 사람은 어쩌란 말인가?
그런 일을 하면서 집에 있는 아내를 생각해보았다. 아내는 신용카드가 없는 사람이고 더구나 자동기기 사용 능력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 아날로그 세대에 멈춰 있는 사람이다. 이 사람이 만약 외지로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 출타하려면 누군가 동행해서 도와줘야 할 판이다.
세상이 이렇게 급하게 어렵게 바뀌어버렸다. 그나마 코로나19 이전에는 느슨하게 변했는데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세상 모든 일이 이렇게 곤두박질치듯 바뀌어버렸다. 망연자실. 뒤집힌 세상 앞에 나이 든 사람은 갈 길이 막혀버린다. 어찌하면 좋을까? 과연 우리는 코로나19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실상 밀접·밀폐·밀집은 인류가 좋아하는 삶의 행태다. 그래서 가정이 있고 사회나 도시가 있고 단체가 있고 축제나 문화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19 감염에 문제가 생겨 그런 일을 금해온 터다. 다시 우리는 밀접·밀폐·밀집의 세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며칠 전 어느 학교로 문학 강연을 갔다가 그 학교 교사에게 들은 이야기가 또 마음을 아프게 한다. 2년 가까이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다 보니 신학기에 전근온 교사나 새로 입학한 학생들의 맨 얼굴을 본 일이 없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마스크 쓴 얼굴은 구별이 되는데 마스크를 벗었을 때 오히려 낯설고 구별이 안 되더라는 거였다.
참으로 우리는 지금 너무나 우스꽝스러운 세상에 살고 있다. 마치 영화 속 깊숙이 들어와 사는 느낌이다. 하루빨리 이 환각 상태에서 풀려나 정상으로 돌아가기를 학수고대한다. 단계적 일상 회복. 그렇게라도 해서 우리는 옛날과 같은 세상에 다시 살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나태주 시인_ 풀꽃 시인. 한국시인협회장. 100여 권의 문학 서적을 발간했으며 충남 공주에서 풀꽃문학관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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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