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그룹 방탄소년단이 9월 21일 오후 미국 뉴욕 주유엔 대표부에서 미국 ABC방송과 인터뷰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연합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중 마지막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한반도 평화의 문을 열 열쇳말로 제시했다. 끝까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문 대통령은 9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한다”며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미중은 6·25전쟁 당사국이고 북미중은 정전협정 서명국이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주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하며 한국전쟁 당사국들이 모여 종전선언을 이뤄낼 때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함께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반도 평화의 시작은 언제나 대화와 협력”이라며 “남북 간, 북미 간 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한다. 대화와 협력이 평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한반도에서 증명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직접 거론한 것은 이번을 포함해 세 번째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첫 정상회담(4·27 판문점 정상회담) 직후인 2018년 9월 26일 73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한반도는 65년 동안 정전 상황”이라며 “비핵화를 위한 과감한 조치들이 관련국들 사이에 실행되고 종전선언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2020년 9월 22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75차 유엔총회 연설에선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며 “종전선언을 통해 화해와 번영의 시대로 전진할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도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종전선언 이뤄낼 때 완전한 평화 시작”
문 대통령은 30년 전 남북의 유엔 동시가입에 대해 “결코 분단을 영속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며 “남북한과 주변국들이 함께 협력할 때 한반도에 평화를 확고하게 정착시키고 동북아시아 전체의 번영에 기여하게 될 것이며 그것은 훗날 협력으로 평화를 이룬 ‘한반도 모델’이라 불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서는 “‘지구공동체 시대’에 맞는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의 조속한 추진,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 같은 지역 플랫폼 등을 통한 감염병·자연재해 대응을 제안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한국과 함께 북한에게 끊임없이 협력의 손길을 내밀어 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운명 공동체로서, 또한 지구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남과 북이 함께 힘을 모아가길 바란다”며 “상생과 협력의 한반도를 위해 남은 임기 동안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를 이기는 것은 경계를 허무는 일”이라며 “우리의 삶과 생각의 영역이 마을에서 나라로, 나라에서 지구 전체로 확장됐다. 나는 이것을 ‘지구공동체 시대’의 탄생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구공동체 시대는 서로를 포용하며 협력하는 시대, 함께 지혜를 모으고 행동하는 시대”라며 “유엔이 이끌어갈 ‘연대와 협력’의 국제질서에 한국은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통해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유엔이 새로운 규범과 목표를 제시해야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인류는 공동체를 통한 집단 지성과 상호 부조에 기대어 수많은 감염병을 이겨내며 공존해왔다”면서 “코로나를 이기는 것은 경계를 허무는 일이다. 나는 이것을 ‘지구공동체 시대’의 탄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유엔은 지구공동체 시대를 맞아 다자주의 질서 안에서 호혜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국가 간의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구공동체가 해야할 당면 과제로는 코로나 위기로부터 포용적 회복을 이루는 것과 기후 위기 대응을 꼽았다. 이어 “한국이 선진국과 개도국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협력과 공생의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양자회담 20여 개국에서 요청… 3개국 선별 진행 ”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9월 22일 오후 <연합뉴스TV>에 출연해 이번 유엔총회 참석 배경에 대해 “글로벌 의제들이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고 특히 우리나라는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올라가는 과정에 있다”며 “그런 가교역할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고 우리 역할이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한국이 ‘우리와 회담을 해달라’고 국제사회에 요청하던 시대였다면 지금은 우리에게 양자회담을 요청하는 국가들이 줄을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이번 유엔총회 때만 해도 양자회담을 요청한 국가가 20개국 이상이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방미 일정에서 영국·슬로베니아·베트남 등 3개국 정상과 양자회담을 진행했다.
박 수석은 이처럼 3개국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영국은 G7을 개최하면서 기후변화 의제를 주도하는 국가가 됐고, 슬로베니아는 차기 유럽연합(EU) 의장국으로 특히 탄소중립 관련해 탄소국경세 부과나 여러 의제 때문에 택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의 경우 “신남방·신북방이라는 문재인정부 정책의 핵심국가 중 하나”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문 대통령이 이번 유엔총회 SDG 모먼트(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 회의)에 함께 참석한 것과 관련해 박 수석은 “일부에서는 문 대통령이 자랑스러운 BTS를 정치에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 의견이 있던데 그것과 차원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유엔이 문재인 대통령을 전체 정상 대표로, BTS를 세계적 아티스트이자 미래세대 대표로 각각 따로 초청했다는 해명이다.
이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