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예산에 ‘의료비 공제 자동 적용’을 제안한 정태원 씨는 경기도 파주시 금촌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직 공무원이다.│정태원
기획재정부는 9월 2일 국민참여예산 사업으로 모두 71개 사업, 1414억 원을 2022년 예산안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각 부처는 국민 제안(1589건), 주요 사회 이슈에 대한 토론 등을 통해 국민참여예산 사업을 발굴한 후 적격성 심사, 사업 숙성 등을 거쳐 구체화해 예산요구안에 반영·제출했고 기재부는 예산국민참여단 사업 검토 및 선호도 투표 결과를 참고해 최종 정부안을 마련했다.
‘의료비 공제 자동 적용’ 정태원 씨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나 차상위계층으로 신청하면 3개월 이상 지속해서 지출된 의료비는 가구특성에 따른 지출요인으로 인정해 소득에서 공제한다. 그러나 의료비는 다른 소득재산 정보와 달리 자동으로 조회되지 않아 신청인이 직접 병원, 약국 등에서 신용카드나 현금영수증을 챙겨 증빙해야 한다.
경기도 파주시 금촌2동행정복지센터에서 근무하는 정태원(44) 씨는 만성질환과 희귀난치성 질환 등으로 지출하는 의료비가 부담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을 신청했는데도 영수증을 제출하지 못하는 바람에 지원대상에서 누락되는 경우를 자주 목격했다. 의료비 지출부담이 커 실질 소득은 낮음에도 몸이 불편해 병원에 가기 힘들거나 자식과 연락이 안 되는 바람에 증빙을 못 해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처음 신청할 때 증빙해서 인정받은 경우에도 주기적으로 확인 조사할 때 영수증을 계속 제출해야 하므로 누락되는 경우가 반복됐다.
고민하던 그는 국세청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에서 개인정보 동의만 하면 의료비를 자동으로 조회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관련 기관의 정보시스템과 연계해 신청인과 부양의무자의 의료비 지출내용을 자동으로 반영하면 신청인의 불편이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담당 공무원이 의료비 지출 서류를 수기로 등록해야 하는 행정력도 함께 경감할 수 있게 된다.
‘의료비 공제 자동 적용’ 예산 5억여 원 배정
마침 한국판 뉴딜 관련 예산사업에 국민이 직접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한국판 뉴딜 참여예산 공모대회’가 2021년 초 열렸다. 그가 제안한 ‘의료비 공제 자동 적용’은 공모대회에서 최종 입상하진 못했지만 부처 적격성 판정을 통과해 2022년도 예산 5억 2600만 원이 배정됐다. 정부는 기초생활보장 등의 사업에서 지원대상자를 선정할 때 조사하는 항목 가운데 만성질환 등으로 인한 의료비 정보를 자동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개인정보를 제공받기 위한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법령을 개정하거나 동의를 위한 신청 서식을 개정해야 하므로 우선 개인정보 입수가 가능한 범위에서 추진할 예정이다.
사회복지직 공무원으로 14년째 근무하고 있는 그는 “지방자치단체에 소속돼 복지 최일선에서 일하는 직군이 바로 사회복지직”이라고 말했다. 사회복지직 공무원은 국민의 실생활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한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서 근무한다. 기초생활수급 신청과 아동학대방지 조사업무를 하거나 복지가 필요한 국민에게 상담업무를 한다. 형편이 가장 어려운 국민을 현장에서 대면하는 업무를 맡은 셈이다.
정 씨는 “처음에는 공무원이라 국민참여예산에 선뜻 나서지 못했는데 실제 현장에서 느낀 점이 사라지지 않도록 용기를 내 제안하게 됐다. 내가 낸 아이디어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이 지원을 받아 그 순간을 이겨내고 자립할 수 있게 돼 가슴이 뿌듯하다”며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고통받는 분들이 제도적으로 소외되거나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기를 바랐다.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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