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내도록 처벌 강화… 긴급지원도 늘려

2021.09.27 최신호 보기


한부모가정 지원 확대
2018년 2월 23일 “미혼모를 위한 히트 앤드 런 방지법을 만들어주세요. #GIRLS_CAN_DO_ANYTHING”이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이 올라왔다.
청원 내용은 구체적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설문조사와 심층 면접 결과를 근거로 제시하면서 “2005년부터 생모가 아이 생부에게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지만 양육비를 지원받는 미혼모는 4.7%에 불과하다”며 “미혼부가 지급하는 자녀 양육비 부족과 자녀 양육에 대한 무관심은 미혼모를 경제적으로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부모가정의 자녀양육 지원을 위해 2015년 3월 여성가족부 산하에 양육비이행관리원이 문을 열었다. 양육부모가 비양육부모로부터 양육비를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상담부터 재판, 추심까지 도와주는 기관이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이 2015년 3월~2017년 6월 말 집계한 양육비 이행 현황을 보면 전체 1253건 중 여성이 1063건으로 84.8%에 달한다. 특히 미혼모의 경우 아이를 정상적으로 출생신고 하지 못하는 등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우도 많아 자녀 양육을 한쪽이 모두 떠안고 있는 경우는 통계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청원을 제기한 시민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 아버지도 양육 책임을 지도록 강제하는 덴마크의 ‘히트 앤드 런 방지법’을 국내에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이 시민은 청원글을 통해 “덴마크는 미혼모에게 아이 아빠가 매달 약 60만 원 정도를 보내야 하고 그 돈을 보내지 않으면 시가 미혼모에게 그에 상당하는 돈을 보낸 뒤 아이 아빠의 소득에서 원천징수한다”며 ”아이 아빠가 ‘내 아이가 아니다’라고 발뺌하더라도 유전자(DNA) 검사로 아이 생부의 여부를 밝힌다. 덴마크에서는 여성보다 남성이 미혼부가 되지 않으려고 조심한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양육비 강제집행
여러 국가에서 양육비 강제집행 제도를 갖추고 있다. 독일은 1979년 양육비선급법을 제정해 12세 미만의 자녀와 함께 살지 않는 부양의무자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아이들이 정부로부터 기초 생계비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 대신 정부가 부양의무자의 소득과 재산을 조회해 지급한 생계비를 회수한다. 법원이 발부한 양육비 집행증서는 별도의 경고 없이도 집행관이 즉시 집행할 수 있다.
영국은 2000년 아동지원·연금·사회보장법을 만들어 양육 의무가 있는 비양육자에 대한 평가 체계를 단순화했고 2008년에는 ‘자녀양육비 이행확보위원회’를 만들어 양육비를 거둬들이고 있다.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이스라엘, 폴란드, 오스트리아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다.
양육비를 받아내기 위해 여권 발급을 불허하거나 운전면허를 취소하고 허가 사업의 면허를 제한하는 등 강력한 행정 수단을 활용하는 나라도 있다. 미국은 1984년 제정된 자녀양육비이행법에 따라 부양의무자의 급여에서 양육비를 강제 공제한다. 양육비 채무자가 돌려받아야 할 세금에서 양육비를 먼저 떼어내고 돌려주는 ‘연방 세금 환급 차감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매년 20억 달러 이상 추심한다.
뉴질랜드에서는 국세청이 양육비 이행지원 업무를 직접 맡아 소득이나 재산을 파악하기 쉽다. 양육비를 내지 않으면 엄청난 체납 연체료가 붙는다. 호주에선 양육비 이행 담당관이 채무자에게 출국금지까지 내릴 수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비양육부모가 법원에서 명령한 양육비를 내지 않으면 재산을 압류당하는 것은 물론 형사처벌 받을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히트 앤드 런 방지법’이라 불리는 양육비 대지급제 제정 청원에 21만 7054명의 국민이 호응하며 양육 미혼모의 육아 환경 개선을 응원했다.

“내 아이는 내가 키울 수 있도록”
청와대는 청원 답변에서 “아이를 양육하는 일은 국가와 사회가 함께 져야 할 책무이자 아동의 권리”라며 “특히 비혼모에 대한 복지 대책 외에 사회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해 이들이 양육 부담 없이 당당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비혼모들의 양육과 자립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먼저 한부모 아동양육비의 지원 대상과 규모를 늘렸다. 이는 양육비 대지급제 도입 전이라도 비혼 한부모들의 양육 부담을 덜기 위한 조치다.
지원받는 아동 연령을 18세로 높였다. 2017년 만 13세 미만에게만 지급돼 수혜 아동이 7만 5000명에 불과했는데 2019년부터 만 18세 미만으로 확대돼 2020년 기준 13만 7000명의 한부모가정의 자녀가 아동양육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또한 한부모가정 아동양육비 금액 자체도 인상됐다. 2017년 월 12만 원 수준이었던 지원액이 2019년 월 20만 원 수준으로 인상됐고 경제 능력이 없는 청소년 한부모에게는 월 35만 원의 아동양육비를 지원한다.
아울러 2021년 7월 양육비를 미지급한 한부모의 명단을 공개하고 운전면허 정지 처분, 출국금지 및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양육비 이행법을 개정했다. 이로써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사람에게 강력한 제재를 할 수 있게 됐다. 마지막으로 한부모가정 복지시설 아이돌봄서비스의 신규 시행, 주거환경 개선 정책 등 단순 경제 지원을 넘어 한부모가정의 부모와 아이가 자립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했다.
2016년 기준으로 국내외로 입양된 아이 10명 중 9명은 미혼모의 아이들이다. 혼자 아이를 키울 수 없어 결국 아이를 포기한 것이다. 세상의 따가운 시선 속에서도 내 아이를 내가 직접 키울 수 있도록 국가의 손길이 간절히 필요하다.

심은하 기자

관련기사

페이지 맨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