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은 탄소중립 위한 자연친화적 해법 지식, 지혜, 영감 그리고 위로까지 담아”

2021.09.27 최신호 보기
▶국립세종수목원에 있는 사계절전시온실 모습

이유미 국립세종수목원장
지금 숲에는 청량한 기운이 가득하다. 시원하게 비가 내린 뒤에는 숲속이 수분으로 꽉 채워져 더욱 싱그럽다. 2020년 10월 17일 개원한 국립세종수목원이 시민들에게 처음 선보인 지 11개월 만에 관람인원 60만 명(9월 12일 기준)을 넘겼다. 이에 맞춰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옆에 들어선 국립세종수목원에서 이유미(59) 원장을 만났다. 국립세종수목원은 온대중부권 산림생물 자원의 보존과 활용을 표방하고 설립된 국내 세 번째 국립수목원이다.
“광릉의 국립수목원은 광릉숲 보전과 여러 생물종에 대한 조사·분류·보전 등 기초 연구 중심이고 경북 봉화에 있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백두대간 보전과 복원, 종자 금고로 불리는 ‘시드볼트’를 통한 종자 연구·보존이 주요 목적입니다. 대개 수목원은 도시 외곽에 나무 좋고 숲 좋은 곳에 있기 마련인데 세종은 계획할 때부터 도심 한복판에 조성한 국내 최초의 도심형 수목원입니다. 정원 문화와 식물교육의 거점으로 국민과 좀 더 가까이 있는 친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국립세종수목원은 총 규모 65㏊(약 20만 평)에 3065종의 식물(자생·재배·희귀·특산식물)을 보유하고 있다. 2012년부터 설계·조성에 나서 약 20개의 각종 주제별 정원·온실·화원·숲 동산을 만들었다. 이 원장은 “개원한 지 얼마 안 돼 나무와 풀들이 자리를 잡고 자라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심어놓은 식물들이 자라 매년, 계절마다 깜짝 놀랄 만큼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자주 찾아와 지켜볼 수 있는 것도 식물·자연 교육의 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유미 국립세종수목원 원장

탄소중립 달성 위한 산림의 역할과 중요성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배출량-흡수량)을 0(넷제로)으로 만들겠다는 의미인 2050 탄소중립은 현재 전 지구적 목표다. 2019년 12월 유럽연합(EU)에 이어 2020년 중국(9월 22일), 일본(10월 26일), 우리나라(10월 28일)가 잇따라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탄소중립 채택이 선택 아닌 필수가 된 만큼 탄소중립을 위한 산림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원장은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산림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산불과 홍수·가뭄·폭설 등 이상기후와 지구온난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고 이로 인한 사회적·경제적인 피해가 이미 우리 곁에 다가와 있습니다. 전 세계가 탄소중립에 주목하고 있는데 산림은 생물다양성의 거점이면서 탄소 저장고이고 오염물질을 흡수해 공기를 정화합니다. 비용 대비 효과가 빠르면서도 부작용이 없는 산림이야말로 탄소중립을 위한 자연 친화적 해법이지요. 다만 산림마다 조성의 배경과 이를 구성하는 요소가 다양한 만큼 지혜롭게 이용하고 보전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이곳을 찾는 관람객들도 이 점을 생각하고 산림을 즐겨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국립세종수목원을 찾아온 관람객들의 반응은 어떨까?
“야외에 심은 나무들은 어린 편이라 야외 전시원보다 주로 사계절 온실을 찾아와 즐기고 평도 아주 좋습니다. 분재원, 전통정원, 생활정원, 희귀특산보전원 쪽도 전문적으로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사계절전시온실은 우리와 기후대가 다른 지중해식물과 열대식물을 전시해 식물의 종 다양성에 대한 중요성을 느낄 수 있다. 최고 높이 32m, 총면적 1㏊로 붓꽃의 세 개 꽃잎을 형상화해 디자인했다. 지중해전시온실에는 물병나무·올리브·대추야자·부겐빌레아 등 228종, 열대전시온실에서는 나무고사리·알스토니아·보리수나무 등 437종을 관찰할 수 있다.
“야외의 어린 나무·풀들이 제법 큰 키로 자라기를 기다리는 동안 사계절전시온실이 수목원의 주요 관람 장소 역할을 하고 있는 격이죠.”

▶국립세종수목원에 들어서 있는 전통공원│국립세종수목원

계절마다 새롭게 보고 느낄 수 있는 수목원
수목원 옆으로는 시원스러운 청류지 물길(인공 수로)이 전통정원을 돌아 민속식물원까지 2.4km에 걸쳐 이어져 있다. 이곳 수목원은 예전에 논·밭이 있던 자리로 인공 수로를 만들어 금강 물을 끌어왔다. 수로 옆길을 걸으면서 물가나 물속에 자생하는 다양한 수생·수변식물을 보고 계절별로 찾아드는 철새와 물새도 관찰할 수 있다.
“수목원을 조성한 뒤에 나비나 벌 등이 풀꽃을 찾아 여기로 날아왔고 나무를 찾는 여러 새도 날마다 데이터로 기록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 물길을 따라 전통 정원과 희귀·특산식물 전시온실이 있다. 수목원 한복판에 조성된 한국전통정원(2만㎡)은 자연에 순응하며 풍류를 즐기던 궁궐정원·별서정원으로 가꿨다. 궁궐정원은 창덕궁 주합루와 부용정을 실제 크기로 조성했고 별서정원은 담양 소쇄원을 주제로 계류·화오·담장 등을 연출했다.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특산식물과 서식지에서 점점 사라져 가는 희귀식물 중 남부지방(아열대·난대기후대)에 분포하는 식물(섬개야광나무·황근 등 125종 3000여 본)을 전시한 희귀·특산식물 전시온실도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다.
수목원 곳곳에 조성된 여러 정원에 이르는 길은 모두 곡선으로 냈다. 길가에는 살구나무·칠엽수·메타세쿼이아·버드나무 등을 길마다 특색있게 심었다.
“봄날 우리 수목원에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다른 종류의 목련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계절마다 하나씩 새롭게 보고 느낄 수 있는 수목원으로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후계목 정원에서는 뉴턴의 사과나무 후계목(4대손)도 볼 수 있다.
약 10년 전 세종시를 본격 조성할 당시 어떤 나무를 어떻게 심을 것인지 논의하는 식물전문가회의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 전문가로 참여한 이 원장이 “이곳에 수목원을 만들면 좋을 거 같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국립세종수목원의 유료 연간회원으로 등록한 사람이 벌써 3400여 명을 넘는다. 이 원장은 “나무·풀을 향한 국민의 관심이 몇 년 새 크게 늘었다”며 “아직 많은 사람이 수목원을 관광지처럼 여겨 마음먹고 날 잡아 구경 오는 장소로 생각하지만 수목원·식물원은 생활 속에서 일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식물 전시시설과 규모, 정원 문화에 대해서는 “서구의 수목원·식물원은 우리보다 앞서 수백 년 역사를 갖고 있다. 국내에서도 새로운 수목원·식물원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으나 선진국에 견줘 숫자는 부족하다”며 “하지만 국립수목원들에서 역동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식물자원 보전·연구 활동은 선진국들도 부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에서 들여온 식물들은 대개 야생의 것을 보기 좋도록 꽃만 크고 많게 하거나 꽃 색깔을 진하게 개량한 품종이 대부분이다.
“이제 영국 등 세계적인 정원마다 화려한 것보다는 자연적인 야생 그대로의 다양한 모습으로 정원을 조성하는 게 추세입니다. 우리도 앞서가는 정원 중에 하나죠.”

▶국립세종수목원의 사계절전시온실

▶국립세종수목원 조감도│국립세종수목원

우리 꽃의 아름다움은 소박한 모습에 있어
이 원장은 1995년에 펴낸 스테디셀러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나무 백가지〉를 쓴 이름난 식물학 박사이자 그동안 대중교양서로 여러 권의 나무·들꽃·야생화 책을 지었다. 최근에는 〈내 마음의 들꽃 산책〉을 펴냈다. 이 원장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한 것은 우리 나무와 풀을 향한 설레는 마음”이라고 했다. 수십 년간 경기도 포천의 광릉 국립수목원에서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원장으로 마칠 때까지 우리 자생식물의 이름 정리, 희귀식물 보존, 한반도 식물지 사업 등을 했다.
서울대에서 산림자원학을 공부하던 스무 살 무렵부터 약 40년간 이 산 저 산, 이 들판 저 들판을 넘나들며 나무·풀·꽃의 향기와 빛깔과 숨결을 느꼈다.
“지식, 지혜, 영감 그리고 위로까지 무엇이든 식물과 더불어 가는 삶 속에 많은 답이 있어요. 식물 책을 쓸 때 도감에 나오는 식물 분류학적 단편적인 정보 중심이나 단순한 감상을 넘어 나무·풀·꽃을 대하는 느낌을 갖고 읽도록 글을 씁니다.”
박사과정 시절에 나무·풀꽃마다 거기에 얽힌 설화와 이름 유래, 약재 등을 쓰면서 일상 문화와 역사가 담겨 있다는 걸 알았다며 더 깊고 폭넓게 식물을 바라보게 됐다고 한다. 식물은 그 이름을 알면 보는 사람의 가슴에 작은 자국을 남기기 마련이고 계절마다 한결같고 또 빛깔을 달리하면서 우리를 맞기도 하는 친구다.
“식물 공부를 처음 시작했을 때 산자락에 핀 얼레지만 만나도 마음이 두근거렸죠. 숲에 사는 풀과 나무들의 이름을 백 가지 아니 그 반만 알고 있어도 그냥 초록이던 숲은 갑작스레 다정하고 친근한 공간이 됩니다.“
이번에 펴낸 책에서는 “같은 나무여도 하루의 빛에 따라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얼마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는지 이젠 안다. 그 나뭇가지를 스쳐지나오는 바람의 싱그러움까지도…”라고 했다.
 그는 우리 꽃의 아름다움은 “소박하고 수수한 모습”에 있다고 말한다.
“숲에서는 언제나 감각을 섬세하게 열어야 합니다. 그러면 언 땅이 녹는 소리, 햇살에 말라 푸석거리는 향긋한 흙냄새, 물이 올라 탱탱해진 나무줄기의 생명 가득한 탄력까지 느껴집니다. 숲에서 우리 꽃을 만나려면 천천히 걸으면서 시선을 길이 아닌 숲에 두면 좋습니다.”

조계완 기자

우리나라 수목원 현황은?
산림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있는 수목원은 ▲국립 3곳(경기도 포천 광릉수목원·1123ha·1987년, 경북 봉화군 백두대간수목원·5179ha·2017년, 세종수목원·65ha·2020년) ▲공립(지방자치단체가 조성·운영) 30곳(서울대공원식물원·완도난대수목원 등) ▲사립 29곳(천리포수목원 등) ▲학교수목원 3곳(서울대관악수목원 등)이 있다.
국립세종수목원은 총 면적 65㏊에 조성(사업기간 2012~2020년)됐으며 식재된 식물종은 약 3065종 204만 본에 이른다. 주요 시설은 한국전통정원, 분재원, 야생화원, 단풍정원, 폴리네이터가든, 청류지원, 사계절전시온실, 민속식물원, 희귀특산식물전시온실, 치유정원, 무궁화원, 생활정원, 후계목정원, 축제마당 등으로 꾸며졌다. 하절기(3~10월) 입장권 발권 시간은 오전 9시~오후5시까지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세종에 이어 조성 중인 국내 네 번째 국립수목원은 전북 김제시 새만금에 들어설 국립새만금수목원(2026년 개원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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