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미 선수와 강보배 청년정책조정위원이 충남서천군민체육관 역도훈련장에서 서천군의 군조인 검은머리물떼새가 역기를 드는 모습을 형상화한 마스코트 앞에 서있다.
이선미 선수와 강보배 청년정책조정위원의 만남
매년 9월 셋째 주 토요일은 ‘청년의 날’이다. 2020년 8월 도입된 청년기본법에 따라 청년들이 직접 정한 날이다. 2021년 9월 18일 두 번째 청년의 날을 맞이한다. 꿈꾸며 자기만의 길을 내는 청년들. 그 무한한 가능성과 노력을 2020 도쿄올림픽에서 목격했다. 특히 올림픽 출전 경험이 없는 10대와 20대 초반의 젊은 대한민국 선수들의 활약은 눈부셨다. 우리 청년세대가 가진 잠재력이 얼마나 큰지 또 한 번 전 세계에 보여줬다.
그 가운데 여자 역도 최중량급(87kg 이상)에서 4위를 기록한 이선미 선수를 <공감>이 초대했다. 초대석에는 강보배 청년정책조정위원이 함께했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는 청년정책의 효과적 추진을 위해 청년기본법에 근거해 2020년 9월 국무총리 소속으로 설치된 청년정책의 지휘본부(컨트럴타워)다. 이선미 선수와 강보배 청년위원은 역도 선수, 청년활동가로서 각자의 길에서 10년 넘게 뛰어온 청년들이다. 두 청년이 만나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그리는 미래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2020 도쿄올림픽이 전해준 진한 감동과 용기는 아직도 선명하건만 이선미(21) 선수는 다음 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다. <공감>이 충남 서천 서천군민체육관까지 이선미 선수를 만나러 내려간 이유다. 훈련이 없는 9월 첫 주말에 이 선수를 만났다.
서천군민체육관 역도훈련장에는 이선미 선수가 소속된 강원도청을 포함한 네 개 팀이 전지훈련 중이었다. 제102회 전국체육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번 전국체육대회는 10월 8일~14일 경상북도 구미시에서 펼쳐진다. 선수들에게는 다음 해 연봉을 결정짓는 중요한 대회다.
강원도청 역도팀 이강석 감독은 “장미란 선수가 세운 우리나라 주니어 기록을 선미가 두 번이나 갈아치운 곳”이라며 전지훈련 장소인 서천군민체육관의 남다른 의미를 들려줬다. 이어 처음 출전한 도쿄올림픽에서 4위 기록은 “금메달보다 값진 성과”라며 이 선수를 칭찬했다. 그렇다. 메달은 중요한 게 아니다. 허리 수술을 하고도 포기하지 않고 투지를 발휘한 이선미 선수에게 국민은 박수를 보냈다.
강보배(31) 청년정책조정위원이 이선미 선수를 만나기 위해 제주에서 육지로 한걸음에 건너온 것도 같은 마음에서다. “내 이름이 보배인데 이선미 선수가 우리나라 역도계의 보배가 돼주었다”며 본인 이름을 인용해 속마음을 전했다. 강보배 청년위원은 이선미 선수와 대화에서 자신을 포함한 보통의 청년의 모습을 발견하며 공감했다.
▶이선미 ‘제2의 장미란’으로 주목받는 역도계의 유망주. 87kg이상 무제한 체급으로 강원도청 소속이다.
역도 예비 여제와 청년활동가의 꿈
“역도를 하겠다는 꿈을 꾼 적은 없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체육 선생님이 역도부 감독님에게 추천했다. 신체 조건이 좋다고 했다.”
우연히 역도의 길로 들어섰다는 이선미 선수의 말에 강보배 청년위원은 “보통 꿈이라는 게 정해져 있다기보다 기회가 닿아 오기도 한다”며 자신이 청년활동가로 살게 된 이야기를 털어놨다.
“소설가나 작가가 되고 싶었다. 제주에서 살면서 섬이라는 제한된 환경 때문에 이 길로 가기 위한 일자리와 교육환경이 부족했다. 주변에서도 나처럼 제한된 환경으로 꿈을 포기하는 청년들을 보았다. 청년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바탕으로 삶을 그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역할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제주청년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었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전국의 동료들을 만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를 구성했다. 그렇게 10년이 돼간다.”
마지막 3차 시기. 용상 155kg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던 그 순간에 대해 이선미 선수는 “무거워서 들어 올리지 못했다면 아쉬움은 없었을 텐데 자세가 흐트러지면서 실수로 놓쳤다. 충분히 들어 올릴 수 있었다. 원래 기록이 155kg이고 경기 때 항상 들던 무게였다”며 아쉬워했다.
이선미 선수는 15년 동안 깨지지 않았던 장미란 선수의 국내 주니어 기록을 모두 경신하면서 ‘제2의 장미란’으로 주목받았다. 2019년 본격 시니어 무대에 올라 2월 타이 국제역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땄고 그해 10월 2019 아시아 유소년·주니어 역도선수권 대회에서 금메달 3개를 따며 평양에 애국가를 울렸다. 그렇게 대한민국 역도 여제의 꿈을 키웠던 이선미 선수에게 시련이 닥쳤다.
“도쿄올림픽을 앞둔 2020년 3월 무릎과 허리에 이상 신호가 왔다. 결국 9월에 허리 수술을 했다. 코로나19로 올림픽은 1년 연기됐지만 기량 회복이 쉽지 않았다.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몰려왔다. 다른 선수들은 기록이 좋아지고 있는데 난 봉도 못 잡았다. 그 힘든 시기를 스승님들과 선배들이 잡아줬다. 혼자였으면 절대 못 이겨냈다.”
▶강보배 국무총리실 청년정책조정위원, 전국청년네트워크 정책위원장. 제주 토박이로 10년째 청년활동을 하고 있다.
“노력한 만큼 성과 안 나와도 포기 말라”
강보배 청년위원은 아무리 노력해도 그 결과가 언제 발휘될지 알 수 없는 현실 앞에 많은 청년도 고통스러워한다고 공감했다. 그러면서 “청년 권익을 높이기 위해 청년단체를 만들어 이리저리 뛰어다녔지만 성과가 잘 나오지 않아 힘들었던 적이 많았다. 그렇지만 공감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기고 이선미 선수가 그랬던 것처럼 주변에서 응원해주고 함께해주는 사람이 생기면서 결국 청년기본법을 만들수 있었다”면서 “노력한 만큼 성과가 안 나와도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선미 선수도 말을 덧붙였다. “역도를 시작하고 초기엔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중2 때까지 입상도 못하고 기록도 더디게 늘었다. 1년 뒤에도 성과를 내지 못하면 운동을 그만두겠다고 부모님에게 선언했다. 그런데 중3 때인 2015년 전국소년체전에서 대회 신기록을 세우며 3관왕이 됐다. 그때부터 역도를 본격적으로 해봐야겠다는 꿈이 생겼다.”
혹 길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이 있다면 “반드시 성장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꾸준히 갈 길을 가라”고 이선미 선수는 말했다. 강보배 청년위원도 맞장구쳤다. “어쩌면 이선미 선수처럼 그 순간엔 그 일에 집중하고 다음은 미래의 나에게 맡기는 게 더 좋을 수 있다. 여러 고민 때문에 자신이 노력한 만큼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도 아쉬울 것 같다.”
▶이선미 선수와 강보배 청년위원이 국민에게 역도사랑을 당부하고 있다.
MZ세대가 그리는 우리나라의 미래
처음 나간 올림픽을 4등으로 마친 이선미 선수. “역도의 전성기는 25~26세”라며 이강석 감독은 이선미 선수의 다음을 기대하라고 말했다. 큰 무대 경험은 이선미 선수의 역도 인생에 전환점이 됐다.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나도 이제 시니어고 이 선수들과 계속 경쟁할 테니까 다음에는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각오다.
MZ세대답게 이선미 선수는 솔직하고 당당했다. “좌우명이 없다. 라이벌도 없다. 생각이 그렇게 많지 않고 다른 선수를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이런 직선적 성격이 집중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 이선미 선수의 장점이다.
이선미 선수는 순위가 아닌 기록과 싸운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메달을 향한 꿈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이번 전국체전에서 지금 기록에서 조금 더 올리고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인상 130㎏, 용상 160㎏ 정도를 목표로 삼고 있다. 그리고 2024 파리올림픽에선 메달권 안에 꼭 들고 싶다.”
이어 제2의 장미란을 이야기하면서 조금 멀리 잡은 목표도 밝혔다. “장미란 선배는 세계 역도 전설이다. 장미란 선배의 기록과 비교하면 나는 아기 기록이다. 장미란 선배에 버금가는 기록을 내고 은퇴하고 싶다.”
강보배 청년위원은 마지막으로 청년활동가로서 우리나라의 미래를 그렸다. “청년들이 자신이 가진 적성과 재능을 사회 환경 때문에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이선미 선수도 가족과 주변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 길을 꾸준히 걸어가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회 불평등으로 차별받지 않고 각자의 개성을 존중받으면서 살아가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MZ세대를 대표하는 두 청년은 주먹을 불끈 쥐며 함께 “대한민국 청년들, 파이팅!”을 외쳤다.
인터뷰를 마치고 이선미 선수는 충남 서천 장항역까지 직접 운전해 취재팀을 배웅했다. 차에 오르자마자 이선미 선수는 음악부터 들었다. 선곡은 바로 방탄소년단(BTS)의 〈버터〉(Butter). 이 선수는 슈가의 열혈 팬이라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3년 뒤 파리올림픽 시상대에서 메달을 목에 걸고 슈가 팬임을 외치는 이선미 선수의 모습을 기다린다.
글 심은하 기자, 사진 곽윤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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