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확장적 재정인가?
문재인정부의 마지막 예산안이 9월 3일 국회에 제출됐다. 2022년 예산안은 총지출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600조 원이 넘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서는 더욱 확장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있는 반면, 나라 곳간을 걱정하는 측은 ‘나랏빚이 1000조 원을 넘었다’며 재정건전성을 우려한다.
정부는 이번 예산안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첫째는 확장적 재정과 건전 재정을 조화시킨 ‘재정 선순환 예산’이다. 2022년 예산안 총지출 규모는 2021년보다 8.3% 늘어난 604조 4000억 원으로 편성했다. 이는 2021년 예산 증가율 8.9%에 이어 확장적 재정기조를 유지한 것이다. 반면에 예년과 달리 경기회복에 따른 세수여건 개선으로 재정적자가 2021년 추가경정예산 대비 35조 원 수준으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4.4%에서 2022년에는 -2.6%로 크게 낮아진다는 것이다. 이처럼 선순환 구조가 되면 그동안 심화된 재정적자 추세가 반전되고 정부가 제시한 2025년 재정준칙 준수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둘째, 코로나19 극복과 미래 선도국가 도약을 위한 ‘회복·상생·도약’ 예산이다. 코로나19 방역대응과 피해 극복 지원을 위해 9000만 회분 백신을 새로 구입해 총 1억 7000만 회분의 백신을 확보하고 소상공인 손실보상 1조 8000억 원 및 긴급자금 1조 4000억 원을 편성했다. 기초생활보장 강화 및 전 국민 고용보험 가입 그리고 대학 반값등록금, 청년 월세 특별지원 등도 포함됐다.
또 한국판 뉴딜 2.0에 33조 원 이상을 투자하고 2050 탄소중립을 겨냥한 기후대응기금 신설, 친환경차 50만 대 보급 등에 12조 원을 투자한다.
코로나19 회복과 미래 선도국가로 도약
정부는 이번 예산안에 현장과 지역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한다. 소록도를 포함해 17개 시·도 총 7600km의 ‘민생 탐방’을 거쳤다고 한다. 특히 아동학대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재정 지원체계를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중심으로 일원화하고 아동보호 종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학대 피해 아동쉼터, 아동보호 전문기관 등 시설을 대폭 보강했다고 한다.
이처럼 2022년 예산안은 확장·적극적 재정으로 볼 수 있지만 현 시점에서 재정을 확대하는 것은 합리적이며 오히려 예산 규모를 더 늘려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2022년 예산안이 2021년 본예산보다 8.3% 증가한 규모이긴 하지만 2차 추경까지 포함하면 오히려 5000억 원 줄어든 규모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가 재정보다는 주로 민간의 빚을 활용해 코로나19에 대응해 왔다. 2020년 12월 20일 공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20년 일반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GDP의 4.2%로 추산됐다. 이는 선진국 및 중국·인도 등을 포함한 42개 주요국 중 노르웨이(1.3%), 덴마크(3.9%), 스웨덴(4.0%)에 이어 네 번째로 작은 것이다.
특히 영국(16.7%), 미국(15.4%), 스페인(11.7%), 이탈리아(10.7%), 일본(10.5%) 등 상당수 선진국의 재정적자가 GDP의 10%를 초과할 것으로 OECD는 전망했다. 또 중국(6.9%), 독일(6.3%) 등 비교적 성공적으로 코로나19를 막아내는 것으로 평가되는 국가들도 재정적자가 GDP의 5%를 넘길 것으로 예상됐다.
내수 정상화까지 확대 기조 유지해야
결국 우리나라는 국가 지원보다는 개인이 각자 빚을 내서 버틴 것이다. 빚을 낸 서민들은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그동안 쌓인 빚을 갚느라 힘들다. 따라서 정부가 내수 부문이 정상화될 때까지 재정 확대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수출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나 내수는 여전히 부진해 불균등한 회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소득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는 만큼 확장적 재정 등을 통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없다면 불평등 완화는 쉽지 않다. 여기에 코로나19 극복과 미래 선도국가 도약을 위해서는 재정 확대 필요성이 여전하다.
반면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는 이들은 정부의 ‘재정 선순환’ 기대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본다. 2021년 초과세수가 상당한 규모로 발생했지만 이는 재정 투입에 따른 경기 회복보다 부동산과 주식의 과열 영향이 컸다는 것이다. 2022년에도 이런 식의 초과세수가 지속될 것으로 보는 것은 낙관적 전망일 수 있다.
국회에 제출된 예산안은 국회 심의를 거쳐 12월 초에 확정된다. 문재인정부의 ‘재정 철학’이 국회 심의에서 얼마만큼 관철될지 주목된다.
이춘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