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책나눔위원회가 매달 일곱 권의 책을 추천합니다. ▲문학 ▲인문예술 ▲사회과학 ▲자연과학 ▲실용 일반 ▲그림책·동화 ▲청소년 분야의 추천 도서는 여러분의 독서 욕구와 지적 호기심을 샘솟게 할 것입니다. <공감>은 한가위를 맞아 책나눔위원회의 추천 도서를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여덟 편의 안부 인사 (문학)
강영숙 외 7인 지음 | 강
팬데믹을 테마로 한 책들이 속속 출간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일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잃어버린 것, 새로 발견한 것을 중심으로 쓴 국내외 작가의 책들을 읽고 생각한다. 가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깊은 밤, 책상 앞에 앉아 소식을 전하지 못한 이들의 얼굴을 떠올려 본다. 어떤 이들은 제때 안부를 전하지 못해서 영영 멀어져 버리기도 했을지 모른다. 지금은 누구를 만나지 못해서 안타까워할 게 아니라 안부를 물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작정으로 책상 서랍에서 몇 장의 엽서를 꺼낸다. 먼 데서 온 엽서 한 장을 받는 기분으로 『여덟 편의 안부 인사』라는 소설집을 읽었다. 임솔아, 이승은, 박서련 같은 젊은 작가들과 권여선, 강영숙, 조해진 등 현재 활발하게 활동 중인 국내 작가 여덟 명이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안부’를 묻는 단편 소설집이다. 책을 덮고 나자 이 시대를 사는 모두에게 ‘안부’를 전하고 싶어진다. 나 자신과 가족과 이웃과 그리고 모르는 사람에게도.
조경란(소설가)
펑롱현 사람들 (인문예술)
이현정 지음 | 책과함께
중국은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동시대적으로도 우리와 가장 가까운 나라다. 한국이라는 나라의 집단 정체성과 한국인의 개인 정체성 모두 중국과의 관계를 떠나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다. 중국과의 관계는 오늘날에도 우리 각자의 삶을 깊이 규정한다. 저자는 인류학자로서 약 20년 동안 중국 농촌에서 현장 연구를 수행하면서 개혁ㆍ개방 이후 중국 농촌 여성들의 삶이 어떠했으며 어떻게 변화했는지 또박또박한 문체로 하지만 날카로운 비판적인 태도에 입각해 설명한다. 저자가 그리는 중국 농촌 여성들의 삶은 1970~80년대 및 그 이후의 한국 농촌 여성들의 삶을 연상시킨다. 저자가 재현하는 중국 허베이성 펑롱현 여성들의 삶은 앞으로 중국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어떤 것인지 짐작하게 해준다. 또한 그것은 우리 사회 여성들의 삶을 비춰보는 거울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진태원(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
민주주의: 밀과 토크빌 (사회과학)
서병훈 지음 | 아카넷
대통령 선거철이 다가오고 있다. 여야 당내 경선 캠페인이 한창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주기적인 선거를 통해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을 교체하는 일에 머무르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다수가 모든 사항을 마음대로 결정하는 다수결의 원칙으로 축소될 수도 없다. 민주주의란 무엇이고 그것을 제대로 뿌리내리기 위해 정치인과 시민 각자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이 책은 근대 민주주의가 뿌리내리던 19세기 영국, 프랑스, 미국의 민주주의를 배경으로 프랑스의 토크빌과 영국의 밀 두 정치사상가가 펼친 민주주의에 관한 사상을 각기 따로 정리하고 비교하고 난 다음 그들의 사상이 한국 민주주의의 현실에 던져주는 깊은 함의를 살펴보고 있다. 민주주의란 무엇이며 민주시민으로 살아가려면 어떤 자질이 필요한지 생각해보는 것도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는 좋은 방법일 듯하다.
정수복(사회학자·작가)
비욘드 그래비티 (자연과학)
매일경제 국민보고대회팀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우주”는 여전히 우리에게 낯선 곳이다. 그런데 지난 7월 12일 리처드 브랜슨 버진 그룹 회장이 자신의 우주선을 타고 성공적으로 우주비행을 마쳤고 뒤이어 7월 20일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도 ‘블루 오리진’을 타고 우주비행을 했다. 바야흐로 민간 우주비행의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이제 우주는 특정 국가가 독점하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며 우리가 새로운 경제성장의 동력을 찾기 위해서도 반드시 개척해야 하는 영역이다. 이 책은 매일경제 기자들로 구성된 <국민보고대회팀>이 항공우주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여 얻은 결실이다. 그러나 우주의 가치는 단지 경제와 산업에만 있지 않다. 우주는 우리가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꿈과 목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공해준다. 우주개발은 모든 과학기술의 총체이며 현실로 다가온 미래 그 자체다. 이 책의 미덕은 일반 독자도 읽기 쉬운 평이한 서술을 통해 그러한 모습을 잘 보여주는 데 있다.
권복규(이화여자대학교 의학교육학교실 교수)
나는 아파트 경비원입니다 (실용일반)
최훈 지음 | 정미소
수도권 아파트에서 3년째 경비원으로 일하는 최훈(66·필명) 씨는 1980년대 건설회사에 다녔고 외국계 회사를 거쳐 무역회사를 차렸지만 폐업해야 했다. 취업은 어려워지기만 했고 아파트 경비원으로 취업했다. 경비원으로서 보고 겪고 느낀 것을 틈틈이 이면지에 기록한 것이 이 책의 초고다. 책에는 주민들이 경비원에게 가하는 갑질 사례도 많이 나온다. 아파트 경비원으로의 취업부터 만만치 않았다. 만 63세부터는 면접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어렵게 취업에 성공해도 3개월마다 계약 연장이라는 2차 관문에 통과해야 한다. 아파트 경비원은 3개월짜리 단기 계약직 신분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경험을 통해 자기성찰을 한다. 이 책은 아파트 경비 노동자가 되기 위한 사람들의 참조서 구실도 할 수 있다. 체험적 르포르타주의 수작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처지의 사람이 용기를 내어 자기 목소리로 우리에게 건네는 자기 이야기다.
표정훈(평론가)
여름이 온다 (그림책, 동화)
이수지 글·그림 | 비룡소
한국의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이수지의 신작 그림책이다. 비발디의 음악 ‘사계’ 중 ‘여름’을 모티프로 여름의 풍경, 그 속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다양한 기법, 역동적인 구도, 다채로운 색감에 담아냈다. 그림책은 무대 위에 연주자들이 나와 인사하고 비발디 사계 중 여름을 연주하는 것으로 시작해 연주를 끝내고 무대 인사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그 시작과 끝 사이 음악으로 흐르는 이글거리는 여름 속에서 아이들은 신나게 논다. 일종의 액자 소설처럼 음악 안에 아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비발디 ‘사계’의 봄, 여름, 가을, 겨울에는 각각 짧은 소네트가 붙어 있다. 이수지 작가도 그 형식을 갖고 와서 ‘여름’ 각 악장이 시작할 때 그만의 짧은 소네트를 붙여놓았다. 아이들과 음악을 들으며 책을 넘겨보는 것, 힘겨운 코로나 시대를 지나가고 버텨내는 혹은 이 속에서도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다. 모든 인생의 뜨거운 여름을 응원하며 추천한다.
최현미(문화일보 문화부장)
내가 미래 도시의 건축가라면 (청소년)
서윤영 지음 | 다른
토지와 건축물을 포함한 ‘부동산’은 어느 시대나 매우 중요한 관심사였다. 가장 기본적인 삶의 터전이면서 인간의 욕망이 투영된 하나의 상징기호가 건축이다. 한정된 국토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거시적 관심부터 그 땅 위에 어떤 건축물을 어떻게 지을지에 대한 미시적 관심에 이르기까지 부동산은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정치, 경제, 문화적 코드다. 아파트, 상가, 광장, 사찰, 교회 등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공간을 창조하는 건축은 인류의 역사에서 과학기술의 발전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문화와 종교적 공간뿐 아니라 개인과 사회적 공간으로서 건축은 상상과 예술의 경지를 넘나들며 편리한 일상과 미래의 꿈을 담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매일매일 우리가 숨 쉬고 살아가는 모든 공간을 천천히 돌아보자. 벽과 기둥, 지붕과 바닥, 창과 문이 우리에게 조용히 속삭이고 있지 않은가. 어제와는 다른 내일을 준비하라고, 여기와 다른 저기를 꿈꾸라고.
류대성(<읽기의 미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