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기본법 국회 통과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경제·사회 전환을 법제화한 탄소중립기본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환경부는 기후위기 대응과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법적 기반으로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이 8월 31일 국회를 통과해 9월 중 공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유럽연합, 스웨덴, 영국, 프랑스, 독일, 덴마크, 스페인, 뉴질랜드, 캐나다, 일본 등에 이어 세계에서 14번째로 탄소중립을 법제화한 국가가 됐다.
탄소중립기본법은 제7조에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여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하고 환경과 경제의 조화로운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국가비전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2010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지 열 달 만이다.
이번 탄소중립기본법 국회 통과는 2050 탄소중립 이행을 법제화하는 것으로 이에 탄소중립 이행 절차를 체계화하고 기후영향평가와 기후대응기금 등의 정책수단을 추진할 계획이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흡수량을 제외한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로 유엔 산하 국제기구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섭씨 1.5도 이내로 유지하기 위해 세계 모든 국가들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2020년 12월 유엔에 제출한 장기저탄소발전전략을 통해 2050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했고 이어 탄소중립기본법에서는 탄소중립을 달성해 나가기 위한 법정 절차와 정책수단을 담았다.
2050년 탄소중립 국가 비전으로 명시
탄소중립기본법 제정의 의의는 2050년 탄소중립을 국가 비전으로 명시한 데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국가전략,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 기본계획 수립 및 이행점검 등의 법적 절차를 체계화했다.
이와 함께 2050년 탄소중립을 실질적으로 지향하는 중간단계 목표를 설정했다. 이 법 제8조는 ‘정부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35% 이상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만큼 감축하는 것을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한다’고 명시했다. 정부가 11월 유엔에 제출할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하한선을 설정한 것이다. 이는 2018년부터 2050년까지 선형으로 감축한다는 가정 아래 2030년 목표가 37.5%가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35% 이상’이라는 범위는 2050 탄소중립을 실질적으로 지향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우리나라가 2018년 대비 35%를 감축 목표 하한선으로 설정한 것은 이후 확정 과정에 상향될 가능성을 고려한 것이라는 게 국회와 정부 측 설명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안호영 의원은 “30~40% 범위로 해야 된다는 정부 의견도 있고 국제적 상황을 감안할 때 45%나 50% 수준까지 해야한다는 위원들 내부 의견도 있었다. 최저선을 35%로 해서 상한을 열어두는 것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도 8월 24일 기자간담회에서 “국회가 35%로 정한 것은 (앞으로) 탄소중립위원회에서 여러 이해관계 당사자와 국민들이 더 논의할 수 있게 배려한 점도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10월까지 탄소중립위원회에서 확정하고 11월 유엔에 제출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해 왔다. 국회에서 35% 하한선을 담은 법이 통과되면서 정부 검토안 가운데 35%에 미달하는 안은 제외될 수 밖에 없게 됐다. 정부 관계자는 “32.5% 감축안도 만들어 보려 했는데 이제는 35%를 최저선으로 해서 37.5% 감축, 그 보다 좀더 높은 감축안 등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산업구조 전환 위해 기후대응기금 신설
또한 미래세대와 노동자, 주민 등이 참여하는 협치(거버넌스)를 법제화해 탄소중립기본법 제정에 따라 5월 발족해 운영 중인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법률에 따른 위원회로 재정립하게 됐다.
아울러 탄소중립을 이행하기 위해 국가 주요 계획과 개발사업 추진 때 기후변화 영향을 평가하는 기후변화영향평가제도와 국가 예산계획 수립 때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점검하는 온실가스 감축 인지예산 제도를 도입했다.
산업구조 전환과 산업공정 개선 등을 지원하기 위한 기후대응기금을 신설하는 등 탄소중립을 이행하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수단을 마련했다. 이밖에 탄소중립 과정에 취약지역·계층을 보호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구체화했고 중앙 일변도의 대응체계를 중앙과 지역이 협력해 공유하는 체계로 전환했다.
한정애 장관은 “탄소중립기본법 제정으로 우리나라가 향후 30여 년간 추진해나갈 탄소중립 정책의 근간이 마련됐다”면서 “앞으로 법률에 정해진 범위 내에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확정하고 기후변화영향평가제도 등 새롭게 시행되는 제도의 설계를 진행하는 등 시행 준비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9월 2일 청와대에서 탄소중립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해 탄소중립 목표 이행을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된 것과 관련해 에너지, 산업, 건물, 교통, 기술개발, 외교 등 관계 부처의 탄소중립 추진 현황에 대해 보고를 받고 향후 계획을 관계 부처 장관들과 함께 심도있게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10월 31일부터 11월 12일까지 열리는 제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우리의 상향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발표하기로 국제사회에 공약한 만큼 각 부처와 탄소중립위원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논의할 것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앞으로 우리의 여건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감축 목표를 설정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책임과 역할을 다하도록 정부와 기업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낙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