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청년 위한 맞춤형 일자리로 누구나 어디서나 ‘품격 있는 삶’ 보장

2021.09.06 최신호 보기
▶8월 17일 오전 경기도 여주시 오학동 ‘푸르메소셜팜 여주농장’ 유리온실에서 발달장애청년들과 직무지도원이 방울토마토 모종을 심은 뒤 뒷정리를 하고 있다.

문재인정부 장애인 정책 성과
8월 17일 오전 경기도 여주시 오학동 ‘푸르메소셜팜 여주농장’에 도착하자 4200㎡ 규모의 거대한 유리온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온실 안에는 이날 아침에 심은 방울토마토 모종 1만 주가 가득했다. 스위텔 품종 7000주와 네뷸라 품종 3000주다. 스위텔은 국내 3개 농장에서만 생산되는 희귀 품종으로 과육이 단단하고 당도가 높으며 식감이 좋기로 유명하다. 김병두 푸르메소셜팜 대표는 “오늘 심은 방울토마토는 2022년 8월까지 1년 동안 재배할 예정”이라며 “장애인이 1년 내내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2021년 4월 유리온실을 완공했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 신다희 씨가 방울토마토 모종을 심고 있다.

컨소시엄형 장애인표준사업장 1호
푸르메소셜팜은 전국 최초의 컨소시엄형 장애인표준사업장으로 푸르메재단(30억 원), 여주시(2억 원), 한국지역난방공사(3억 원)가 공동으로 출자했다. 여기에 SK하이닉스가 건축비 50억 원을 추가로 출자하고 제품 구매 등 판로도 지원한다. 이날 여주시 공무원과 자원봉사자, 한국지역난방공사 직원 등 27명이 푸르메소셜팜 직원과 함께 모종을 심었다.
컨소시엄형 장애인표준사업장은 민간이 주도하는 기존 장애인표준사업장과 달리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이 기업과 협력해 설립한다. 정부는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작업시설, 편의시설, 장애인 출퇴근용 승합차, 장애인 고용관리 전문가 비용 등 총 투자액의 75%까지 최대 20억 원을 지원한다.
푸르메소셜팜에서 채용한 장애 청년들은 자신의 적성과 역량에 맞는 업무를 수행하며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2020년 12월 1차로 15명을 뽑았고 2021년 4월 2차로 16명을 채용하는 등 네 차례에 걸쳐 38명을 선발해 모두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이들은 오전·오후 두 팀으로 나눠 하루 4시간씩 방울토마토와 버섯을 재배하거나 포장하는 일을 하고 매달 100만 원가량 급여를 받는다. 앞으로 12명 더 채용해 모두 50명의 발달장애 직원이 근무할 예정이다. 김병두 대표는 “직원 38명 가운데 37명이 지적·자폐성 장애를 지닌 발달장애인이다.”고 설명했다.

▶푸르메소셜팜은 장애인이 1년 내내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2021년 4월 4200㎡ 규모의 유리온실을 완공했다.

발달장애인 취업률 23%에 불과
국내 발달장애인은 약 25만 명으로 추정된다. 정규 학교에서 특수교육과 직업교육을 받지만 청년이 된 이들이 갈 곳은 턱없이 부족하다. 15세 이상 발달장애인 약 20만 5000명 가운데 취업자는 약 4만 7000명으로 취업률 23.3%(2020년 기준)에 불과하다. 지체장애인의 취업률 44.4%는 물론 전체 장애인 평균 취업률 34.9%에 견줘 턱없이 낮다. 그나마 취업 가능한 곳도 지자체의 보조금을 받는 한시적 사업인 복지관이나 학교, 도서관에서 하는 청소 등 허드렛일이 대부분이다.
30세 발달장애 아들이 자립할 일터가 부족한 현실을 바꾸려는 한 부모의 간절한 마음이 푸르메소셜팜을 만든 배경이다. 2019년 3월 이상훈(68), 장춘순(64) 씨 부부는 마땅한 일자리가 없는 발달장애 청년과 그 가족의 고통을 해결하는 데 사용해달라며 30억 원 상당의 땅을 푸르메재단에 기부했다.
푸르메재단은 발달장애 청년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를 농업에서 찾았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제조업과 달리 농업은 작물의 성장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 곁순을 제거했더니 본줄기가 잘 자라고 유인 줄에 묶은 줄기가 위쪽으로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성취감을 느끼며 자신감을 키울 수 있다.
유리온실에서 모종 심기를 마치고 뒷정리하던 발달장애인 신다희(33) 씨는 “여기 선생님이나 직원들은 ‘이렇게 못하냐’고 압박을 주지 않는다. 존댓말을 쓰고 가족처럼 친절하게 가르쳐줘서 일하는 게 편하다”고 말했다. 푸르메소셜팜에 오기 전 장애인복지관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2년 동안 일하면서 약 40만 원의 월급을 받았다는 그는 “장애인은 가뜩이나 취업하기 어려운데 코로나19로 더 힘들어졌다. 이런 곳이 여러 군데 생겼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많이 알려지도록 홍보 좀 많이 해달라”고 거듭 부탁했다.

▶푸르메소셜팜 여주농원 조감도 | 푸르메재단

장애인표준사업장 전국으로 확대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장애인에게 적합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최저임금 이상 급여를 지급하는 등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는 컨소시엄형 장애인표준사업장은 신다희 씨의 바람대로 다른 지자체로 확산되고 있다. 2021년 4월 원주시와 6월 고양시가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원주시는 이르면 2021년 안에 표준사업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푸르메소셜팜은 유리온실을 설계할 때부터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했다. 생산성을 높이려면 배지(인공 토양)를 최대한 많이 배치해야 하는데 직원들이 작업할 때 불편하지 않도록 배지 사이 간격을 오히려 20% 정도 넓혔다. 김병두 대표는 “원예용 승강기도 상승·하강·이동 속도를 낮춰달라고 특별 주문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전체 부지가 1만 1800㎡ 규모인 푸르메소셜팜은 연간 70톤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게 목표다. 2021년 4월 처음 심은 방울토마토 모종 1만 주는 2개월 뒤부터 수확해 SK하이닉스 등 기업에 ‘스낵토마토 90g’ 상품으로 하루 3000개씩 납품했다. 2층 버섯재배·가공시설(500㎡)에서는 버섯을 재배한다. 유리온실 바깥에는 건물 골조를 올리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오는 10월 완공을 목표로 베이커리카페(720㎡)와 장애청년 직원들의 교육·여가 공간이 들어설 교육·사무동(330㎡)을 짓고 있었다.
김병두 대표는 “처음에는 생산성을 걱정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좋아졌다”며 “수동적이던 직원들이 지금은 책임감을 가지고 활기차게 나서는 등 많은 변화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직무를 세분화해 직원마다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은 뒤 생산성이 크게 좋아졌다. 정부에서 파견한 직무지도원(농업기술 지도사)도 직무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장애인을 돕고 있다.

31년 만에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고용노동부는 코로나19로 구직활동이 위축된 장애인이 원하는 일자리를 찾고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도록 2차 추가경정예산 49억 원을 확보해 취업지원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중증장애인에게 사업장 현장 훈련 기회를 줘 취업으로 연계하는 ‘중증장애인 지원고용’ 사업 대상 인원을 5000명에서 6000명으로 늘린다. 중증장애인과 장년 장애인에게 인턴 기회를 줘 직무 능력 향상과 정규직 취업 가능성을 높이는 ‘장애인 인턴제’ 대상 인원을 400명에서 600명으로 확대한다. 진로 설계 컨설팅, 일 배움, 현장 체험과 졸업 뒤 취업 연계 프로그램 등으로 취업을 지원하는 장애학생도 5000명에서 7000명으로 늘린다.
이외에 정부는 31년 만에 장애등급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수요자 중심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장애인의 권리의식 신장과 복지 욕구 다변화를 반영해 소득·돌봄·건강·자립 등에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글·사진 원낙연 기자

▶발달장애인 신다희(왼쪽) 씨와 김병두 대표

훈련생에게 훈련 수당 주고 사업체에 훈련 보조금 지급
-중증장애인 지원고용과 장애인 인턴제는 어떻게 다른가?
=중증장애인 지원고용은 사업 현장에 직무지도원을 배치해 직무수행에 필요한 현장 훈련과 직장 적응을 도와 취업으로 연계하는 제도다. 6일 이내 사전 훈련 뒤 3~7주 동안 현장 훈련을 한다. 훈련생에게 훈련 수당을 주고 사업체에 훈련 보조금 등을 지원한다. 푸르메소셜팜도 네 차례 채용 때마다 1~3주 동안 중증장애인 지원고용을 활용했다. 김병두 대표는 “다른 직원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사회성이 있는지, 이 일이 정말 자기한테 맞는지 확인하는 기간이라 기업과 직원 모두에게 좋다”고 평가했다.
장애인 인턴제는 취업 사각지대에 놓인 중증·장년 장애인에게 인턴 경험을 통한 직무 능력과 조직 적응력 향상으로 정규직 전환의 기회를 확대하는 제도다.

-긴급복지 한시 완화 기준을 연장하면 기존에 지원받은 사람이 다시 신청할 수 있나?
=한시 완화 기준이 연장된 9월 안에 종전 지원이 종료된 날부터 6개월이 지나면 동일한 위기 사유더라도 신청할 수 있다. 위기 사유가 다른 경우 종전 지원이 종료된 날부터 3개월이 경과하면 신청할 수 있다. 정부는 2021년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분기 단위로 한시 완화 기준을 연장했다. 4분기에도 한시 완화 기준을 적용할지 코로나19 전개 추이를 살펴본 뒤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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