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걱정 덜고 공부 집중하게 도와줘 모두에 지급 자립수당 “공평한 기회”

2021.09.06 최신호 보기
▶게티이미지뱅크

당사자가 본 보호종료아동 지원 강화
문재인정부의 포용적 복지 정책은 보호종료아동(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지원책으로도 구체화됐다.
보호종료아동은 만 18세에 아동보호법상 보호 기간이 종료돼 보육원 등 아동보호시설에서 나와 독립해야 하는 아동을 뜻한다.
정부는 2019년부터 보호종료아동 자립수당, 주거지원통합서비스 등 각종 지원을 신설한 데 이어 2021년 7월 13일 ‘보호종료아동 지원 강화 방안’(이하 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보호종료아동 당사자이자 아름다운재단의 보호종료아동 자립 지원 캠페인 ‘열여덟어른’의 청년 활동가들에게 이번 지원 강화 방안과 그간 정부 지원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이번 지원 강화 방안에선 특히 보호 연장과 소득·주거 안전망 강화 등이 눈에 띈다. 정부는 보호종료아동 나이를 현행 만 18세에서 본인 의사에 따라 만 24세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기로 했다. 또한 자립수당 지급 대상도 현행 보호종료 3년 이내 아동에서 5년 이내 아동으로 확대했다. 주거 안전망 강화 차원에서 LH 임대주택 공급도 늘리기로 했다.

“소득·주거 지원 강화 반갑고 기쁜 일”
“전보다 지원이 강화됐다는 점에서 반갑고 기쁜 일입니다.”
‘열여덟어른’ 활동가 신 선(27) 씨는 최근 발표된 지원 강화 방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2016년 8월 시설에서 퇴소한 그는 2021년 9월에 보호종료 6년 차가 된다. 그의 경우 ‘보호 연장’을 통해 24세까지 시설에 거주하다 자립했다. 당시 보호종료 후 받은 지원은 자립정착금과 디딤씨앗통장,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거 지원 등이 있었다. 디딤씨앗통장이란 아동이 후원 등으로 일정 금액 저축 시 해당 저축액과 동일한 금액을 정부가 일정 한도와 비율로 매칭해 적립해주는 계좌를 뜻한다.
또래 다른 청년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지만 함께 살아갈 가족도 없고 경제 형편이 상대적으로 넉넉지 못했던 상황에서 그에게 LH 주거 지원은 큰 도움이 됐다. 또한 교원임용시험 등을 준비하던 상황에서 받은 기초생활수급비는 단비와 같았다. “주거 지원은 자립 생활의 기반이 됐죠. 당시 공무원시험이나 교원임용시험 준비생들에게 기초생활수급 지원 종료를 유예해준다고 해서 신청했는데 덕분에 공부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교사가 된 건 아니지만 이런 지원이 없었다면 진즉에 꿈을 포기하고 생계를 위해 취업했을 겁니다.”

▶한겨레

만족도 높은 ‘사례 관리’ 확대 반가워
제도의 아쉬움도 없진 않았다. 자립정착금은 지자체별로 지원금 액수가 달랐다. 게다가 그와 달리 보호종료 연장 없이 바로 퇴소한 사람의 경우 LH 주거 지원 등 정보를 얻지 못해 신청조차 못 한 경우도 많았다. 2019년부터 정부 지원은 눈에 띄게 늘었다. 당시 신 씨는 지원 대상이 아니었지만 기존에 없던 지원이 새로 생겨 동생들이 혜택 받을 수 있어 기뻤다.
“저는 자립정착금 500만 원, 디딤씨앗통장 300만 원으로 자립했는데 보증금, 가구와 집기류 등을 장만하면 돈이 턱없이 부족해요. 현재 보호종료아동들은 자립수당이 있어 저축도 하고 기본적인 문화생활도 즐기는 등 조금 여유가 생긴 거 같아 좋습니다. 이번 지원 강화 방안에서 자립수당 지급 대상을 확대한 점은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지원 강화 방안에 따라 주거비 지원과 주거지원통합서비스 사례 관리가 확대된 점도 희소식이다. 주변 보호종료아동들에게 만족한다는 반응을 많이 들었다.
“퇴소하면 그곳에 대한 어색함, 반발심으로 시설과 연락을 끊어버리는 친구들도 있어요. 자립하는 과정에서 현재 고민은 뭔지 어떤 준비를 할 건지 어떤 꿈이 있는지 등 이야기를 나눌 어른을 만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죠. 사례관리사와 소통하며 자립 준비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지원이라고 봅니다. 더불어 자립 전담 기관이 늘고 전담 인력 등이 배치된다는 점도 고마운 일이죠.”



제도 안착 이어가도록 사회적 관심 필요
이번 지원 강화 방안을 반기면서도 제안하고 싶은 내용도 있다. 보호종료아동 본인 의사에 따라 만 24세까지 보호를 연장할 수 있지만 시설에서 무시하면 연장할 수 없을까 봐 신 씨는 우려를 표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지원 강화 방안이 잘 안착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계획을 넘어 정착될 수 있도록 당사자, 시민, 정책 결정자들이 지속해서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해요.”
“‘친구들이 돈 걱정을 많이 덜고 살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많이 줄어들 것 같았습니다.”
신 씨처럼 열여덟어른 활동가로 활동 중인 허진이(26) 씨는 지원 방안 강화 소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가 시설에서 나왔던 2015년경엔 기초생활수급 등 경제 지원을 받기 위해선 소득이 없어야 하는 등 제약 조건이 까다로웠다. 2019년에 신설된 자립수당은 별다른 제약 조건이 없다는 점에서 ‘공평한 기회’였다고 평가한다.
“사실 보호종료아동 중에는 아르바이트나 비정규직 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친구들도 많거든요. 그런데 무조건 소득이 있으면 안 된다는 제약 조건이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겠죠. 저는 대상자가 아니었지만 2019년에 나온 자립수당은 보호종료아동에게 예외 없이 기본 생활을 보장해줄 수 있는 지원이라 모두 좋아했어요.”
허 씨도 신 씨와 마찬가지로 사례관리사 확대 등 ‘정성적 지원’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월 1회 정도 방문해서 살펴주기만 해도 친구들 만족도가 올라가더라고요. 아주 사소하게는 ‘빨래는 이렇게 하면 된다’ ‘이럴 땐 이런 물품을 구비해두면 된다’ 등 누군가 내 일상에서 하나하나 조언해주고 살펴주는 것이 좋았다고 말하더군요.”

경제·자립 교육 탄탄하게 이뤄졌으면
허 씨의 경우 퇴소하면서 자립정착금 500만 원, 디딤씨앗통장 400만 원 등 총 900만 원으로 사회에 나왔지만 관리를 잘 못한 탓에 두 달 만에 돈을 모두 써버렸다. 현재는 당사자 커뮤니티를 비롯해 신 씨와 허 씨처럼 당사자 캠페이너 등 조언을 구할 채널이 생겼지만 그가 자립하던 시기만 해도 이런 창구는 없었다. 이번에 정부도 지원 강화 방안으로 체험형 경제 교육 등을 운영할 계획도 밝혔지만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전문적이고 실효성 있는 경제·자립교육이 병행되기를 바란다.
“자립하면 시설에서 지내며 억눌렸던 욕구를 퇴소 후 분출하려는 특성이 있어요. 이 시기를 잘 보낼 수 있는 교육과 제도적 뒷받침이 잘됐으면 합니다. 무조건 스무 살이 됐다고 다 자립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사전에 생활 방식이나 학습 경험을 잘 쌓아야 성공적으로 자립할 수 있죠.”

김청연 기자

자립수당 대상 늘리고 공공임대주택 공급도 확대
정부는 2019년 보호종료아동 자립수당, 주거지원통합서비스 등 자립 지원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마련했다. 그 결과 주거안정률이 2014년 68.8%에서 2020년 78.6%로 자립률은 2014년 76.1%에서 2020년 81.1%로 오르는 등 주요 자립 지표가 상승했다. 그럼에도 보호종료아동이 체감하는 자립 현실은 여전히 열악하고 국가 지원을 강화할 필요성도 지속해서 제기됨에 따라 이번 지원 강화 방안을 마련했다. 지원 강화 방안은 ‘보호종료아동 자립의 길 5년, 따뜻한 포용정책으로 동행’이라는 비전 아래 3개 기본 방향, 6대 주요 과제로 구성됐다.
소득·주거 안전망 강화 부분에선 8월부터 월 30만 원 자립수당 지급대상을 보호종료 3년 이내 아동에서 보호종료 5년 이내 아동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2022년부터 디딤씨앗통장 정부 매칭 비율도 1:1에서 1:2로 확대, 지원 한도는 월 5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늘렸다. 보호종료아동의 초기 정착 지원 강화를 위해 자립정착금 지원도 단계적으로 확대(현재 500만 원 이상 권고)할 계획이다.
한편 2022년까지 공공임대주택 2000호를 지원한다. 자립 지원 전담기관에 사례관리비를 지원해 보호종료아동의 상황과 지역 여건을 고려한 주거비, 심리상담, 취업 등 맞춤형 사례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 2021년 10개 시·도에서 377명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주거비 등 지원 대상은 2022년 전국 17개 시·도, 1000명 이상으로 확대한다.
한편 역세권, 대학가 등에 신축 임대주택공급을 확대하고 공급 주거형태도 다양화할 계획이다. 또한 보호를 연장하는 동안 시설, 위탁가정 밖에서 거주하면서 자립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주택 등 공공주거 지원 대상에 보호연장아동을 포함하는 제도 개선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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