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은 이제 잊어라!

2021.09.06 최신호 보기


금리 인상과 슬기로운 금융생활
한국은행(한은)이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올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사상 최저 수준인 0.5%까지 낮췄던 기준금리를 8월 26일 0.25%포인트 높인 0.75%로 결정했다.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돈을 풀기 위해 1년 반 동안 지속된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린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를 올리면 경제 주체들의 차입 비용이 높아지고 위험 선호 성향을 낮추기 때문에 가계부채 증가세나 주택가격 오름세를 둔화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번 조처에도 여전히 중립금리(경기를 확장 또는 위축시키지 않는 적정 금리)에 못 미치고 있다”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내비쳤다.
기준금리는 한은이 시중 은행에 돈을 빌려줄 때 적용되는 금리다. 실제 자금 시장에서 거래되는 시장금리와는 다르다. 기준금리가 중요한 이유는 시장금리가 기준금리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발표하면 시중 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들은 이를 기준으로 각자 나름의 금리를 책정한다. 따라서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장금리도 상승하고 기준금리를 낮추면 시장금리도 떨어진다.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
서민들의 관심은 은행 대출금리에 모아진다. 대출금리는 기준이 되는 시장금리에 은행이 정한 가산금리를 더해 정한다. 앞서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신호를 여러 차례 보내서 시장금리가 이미 상당 부분 올랐기 때문에 대출금리가 당장 크게 움직이지는 않을 거란 분석이 많다. 하지만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만큼 기준금리 인상이 결국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부동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은 더욱 힘들어졌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운용하는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 금리가 9월 1일부터 전월 대비 0.10%포인트 오른다. 그동안 대출을 조여 온 시중 은행들도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조만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주식 시장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기준금리 인상은 예상됐던 수순인 만큼 증시에 크게 영향을 미칠 요인은 아니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과거에도 국내 금리 인상이 주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미국 금리 인상 움직임이 보다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시점과 규모가 구체화되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정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금리 인상이 예상됐다 하더라도 시장에 모두 반영됐다고 보기 어렵고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개인 주식 투자자들은 금리 인상으로 신용융자 거래 부담이 커졌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영끌’이란 말은 아예 머릿속에서 지우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단기 차익에 매몰되지 말고 기업의 실적과 잠재력을 보고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앙은행 독립성이 중요한 이유
금리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핵심 기능이다. 이 기능이 고장나면 수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거나 기업이 도산한다. 금리가 너무 낮아서 물가가 크게 오르는 인플레이션과 그 반대인 디플레이션은 모두 위험하다. 금리 인상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인플레이션이, 어떤 사람에게는 디플레이션이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정된 명목소득으로 사는 연금생활자 같은 사람은 물가가 하락할 경우(디플레이션) 가지고 있는 돈으로 더 많은 것을 살 수 있다. 1년에 물가가 10%씩 떨어진다면 그가 받는 연금의 가치는 1년에 10%씩 상승하는 것이다. 또 대출받은 사람들이 계속 돈을 갚을 수 있다고 가정하면 돈을 대출해 준 쪽(은행 등)도 디플레이션이 유리하다(금리 인상 수혜주로 은행, 보험 등 금융업종이 추천되는 이유다).
반면 돈을 빌린 사람들은 인플레이션을 선호한다. 물가가 오르면 자기가 빌린 돈의 실제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의 결과는 이처럼 차별적이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그래서 중요하다.

이춘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관련기사

페이지 맨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