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직 전환은 더 안전한 나라 밑거름

2021.08.30 최신호 보기

2019년 4월 역대 최악의 강원도 산불이 발생했다. 단일 화재 역사상 가장 많은 소방차가 출동해 화재 진압에 애썼다. 2017년 7월 독립된 소방청의 활약이 빛났다. 최고 수준의 경보인 화재 대응 3단계를 발령해 전국에 소방차 출동을 지시했다. 산불을 진압하기 위해 전국 872대의 소방차가 밤새 어둠을 뚫고 고성으로 달렸다. 산불은 1757헥타르(ha)에 달하는 산림과 주택, 시설물 총 916곳을 불태우고 진화됐다.
2020년 5월 강원도 고성 지역에서 또다시 산불이 났다. 최초 발화지로 밝혀진 곳은 고성군 토성면 도원리의 한 주택이다. 그곳에서 일어난 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인근 야산으로 옮겨 붙었다. 1년 전 악몽이 재현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지만 소방청의 대처는 1년 전과 달랐다. 2020년 5월 고성 산불은 하루 만에 조기 진압됐다. 산림 85ha와 건물 여섯 동을 태웠으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
이에 대해 소방청은 “2020년 고성 산불은 진화가 빨리 됐는데 이는 타 지역에서 지원이 매우 잘됐고 빠른 대처가 큰 몫을 했다”며 여기에는 “국가직 전환 이후 화재 진압을 위해 집결할 때 행정·절차상 간소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이 공감한 소방공무원 국가직화
2020년 4월 1일부터 소방관은 모두 국가 공무원이 됐다. 정확히 전체 소방관 5만 6674명 중 지방직 5만 5964명(98.8%)이 모두 국가직으로 전환됐다. 1973년 2월 8일 지방소방공무원법이 제정된 이래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이원화됐던 소방공무원 신분이 국가직으로 일원화된 것이다. 일원화로 소방관의 처우를 개선하고 소방 서비스의 지역 격차를 해소하자는 취지다.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은 국민이 한마음으로 응답한 커다란 결실이다.
2019년 강원도 산불 사태와 함께 재점화된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필요성을 두고 국민의 응원이 이어졌다. 산불 직후인 4월 5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소통 광장에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소방 인력은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나눠져 인력과 장비 규모가 달랐다. 이로써 국민 안전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소식이 많은 국민에게 공감을 줬다. 청원 서명은 나흘 만에 20만 명을 넘어섰고 최종 약 38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 국민의 힘으로 소방공무원 국가직화가 국회 벽을 넘었다.
그로부터 1년 5개월이 흘렀다. 소방공무원의 역할은 똑같지만 큰 변화가 생겼다.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된 후 어떤 점이 바뀌었을까?
신열우 소방청장은 울산의 33층 주상복합건물 대형 화재와 코로나19 구급차 동원 예를 들어 이야기했다. 이는 소방청장이 시·도 소방본부장과 소방서장을 지휘·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아 광역을 초월한 국가 대응에 나선 대표 사례다. 울산 화재 당시 전국 6개 소방본부의 헬기와 특수 차량 89대를 투입하는 ‘특수소방장비 동원령’을 내려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에 나섰다. 그 덕분에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코로나19 환자가 폭증했던 대구·경북(2월)과 수도권(12월)엔 전국의 소방력을 최대 22%까지 동원해 환자와 검체 이송을 도운 바 있다. 지방자치단체별 재정 여건이나 지자체장의 관심도에 따라 천차만별이던 소방 인력과 시설·장비, 처우 수준도 동등하게 정리하는 추세다. 소방관의 개인 장비 보유율은 100% 달성했고 장비 노후율은 3% 수준으로 낮췄다.

소방관 1명 담당 인구 선진국 수준으로
또한 2만 명 충원을 차질 없이 진행해 소방관 1명이 담당하는 평균 인구가 줄어 선진국 수준에 가까워졌다. 소방관 1명당 담당 인구는 2016년 1186명에서 2020년 859명으로 27.6% 줄었다. 구급대원의 경우 1인당 5637명을 담당해야 할 정도로 매우 높았지만 국가직화 이후 3957명으로 29.8% 낮아졌다. 현재 일본의 소방관 1명당 담당 인구는 779명, 미국은 911명이다.
이런 변화는 국민의 생명 보호 강화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화재 신고를 받은 뒤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골든타임 7분 이내 도착률이 2.9%(2016년 63.1%→2020년 65.7%), 인명 구조 실적은 16.2%(2016년 1990명→2020년 2312명)로 증가했다.
신 청장은 “국가직 전환의 주된 목적은 국민 안전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라며 “국민 입장에서 전국 어디서나 더 나은 소방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대형 재난 시 지역 관할이 아닌 전국 소방력이 신속하게 총력 대응하는 것도 국민이 안전망을 더욱 견고하게 한 변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소방 정책의 우선순위는 국민의 안전”이라며 “정책의 수혜가 온전히 국민에 체감되고 그로써 안전한 국가가 완성될 수 있도록 국가직 전환에 따른 중장기 계획을 착실히 수행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은 좀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한 밑거름이 됐다.

심은하 기자



국민이 세상을 바꿔온 ‘국민청원’입니다
문재인정부의 대표 국민소통 플랫폼인 청와대 ‘국민청원’이 8월 19일 문을 연 지 4년이 됐다. 청와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8월 19일부터 7월 31일까지 국민청원에 올라온 게시글은 104만 5810건, 누적 방문자는 4억 7594만 372명, 누적 동의자는 2억 932만 4050명에 이른다.
소방공무원 국가진 전환 관련 청원부터 온라인 성폭력의 심각성을 알린 ‘텔레그램 n번방’ 사건과 같은 범죄 관련 청원 등이 지난 4년간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랐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하루 평균 725건의 글이 올랐다.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33만 55명이고 이 중 14만 5162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그동안 올라온 청원을 분야별로 보면 정치 개혁 관련 청원이 전체의 16.6%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보건복지(9.1%), 인권·성평등(8.4%), 안전·환경(7.4%), 교통·건축·국토(6.1%) 순이었다.
동의자 수를 기준으로 보면 인권·성평등(18.4%) 분야 청원에 동의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답변 기준인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은 257건에 달했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121건은 교통사고나 성 범죄 등 사건 사고의 피해자 보호·가해자 처벌·진상규명 요구 청원이었다. 63건은 정부정책·사회제도 관련, 40건은 정치 관련, 15건은 방송·언론 관련, 10건은 동물보호 요구 청원이었다.
가장 많은 동의를 얻은 청원은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2020년 3월)로 271만 5626명이 동의했다. 이 사건과 관련한 청원만 해도 총 9건이며 이들 청원에 744만 명이 동의했다.

‘n번방 방지법’ ‘윤창호법’ 이끌어
국민적 공감대가 정책 변화를 이끌어 높은 관심도를 보인 국민청원은 구체적인 정책으로 실행됐다. ‘n번방 사건’이 대표적으로 인터넷 사업자에 디지털 성범죄물 삭제 의무를 지우는 이른바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만들어졌다.
만취 운전자 차량에 치여 뇌사 상태에 빠진 윤창호 씨 친구들이 올린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친구 인생이 박살 났습니다’ 등의 청원은 40만 6000명의 동의를 받았다. 이는 음주운전에 따른 사망사고 시 처벌을 강화하는 일명 ‘윤창호법’ 통과로 이어졌다.
2019년 4월 게시된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해주세요’ 청원은 사흘 만에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고 1년 후인 2020년 4월 5만 2516명의 소방공무원이 모두 국가직으로 전환됐다.
경비원·청소노동자 노동환경 개선, 일본산 수산물 검사 강화, 권역외상센터 확충,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 표시제도 개선 논의, 체육계 폭력 근절대책 마련, 한부모가정 지원 확대, 낙태죄 폐지 등도 국민적 공감대가 정책 변화로 이어진 사례다.
한편 한국리서치가 8월 6∼9일 전국 18세 이상 129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식조사 결과 응답자 10명 중 6명이 국민청원에 참여한 적이 있으며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국정에 대한 시민의 관심을 이끌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잇따랐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국민청원에서 코로나19 방역 등 정책 사안에 정책태그를 도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사람들이 많이 올리지만 20만 명 동의를 받지 못하는 정책이나 개인 문제 등이 국민청원에 보여질 수 있도록 정책태그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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