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 태극기
광복절을 앞두고 항일 독립운동의 의지와 피, 땀이 서린 태극기 세 점이 국가 보물로 예고됐다. 태극기는 고종 20년(1883) 조선의 국기로 1949년부터는 대한민국 국기로 공식 채택되면서 망국의 아픔과 건국의 영광을 함께해 왔지만 국가 보물로 지정된 적은 없다.
문화재청은 8월 12일 ‘데니 태극기’와 ‘김구 서명문 태극기’ ‘서울 진관사 태극기’를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예고된 세 점은 30일의 예고 기간 동안 각계의 의견 수렴을 거친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보물로 지정된다.
▶김구 서명문 태극기
미국 외교관 소장 가장 오래된 태극기
‘데니 태극기’는 세로 182.5cm, 가로 262cm로 옛 태극기 가운데 가장 크고 국기 제정의 초창기 역사를 보여주는 가장 오래된 태극기다. 제작추정시기는 늦어도 1890년이다. 우리가 국기를 처음 만들어 사용한 시기는 1882년 9월이었다. 조선이 국가를 상징하는 국기를 처음 만들어 사용한 시기는 1882년 9월이었고 1883년 3월 6일 고종은 전국에 사용토록 공식적으로 선포했다. 이후 태극기의 모습을 그리거나 기록한 자료들은 일부 남아 있지만 실물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데니 태극기’는 우리나라 국기 변천사를 연구하는데 매우 귀중한 자료다.
데니 태극기는 고종의 외교 고문으로 활동한 미국인 오웬 니커슨 데니(Denny, 1838~1900)가 소장했던 것으로 1891년 1월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가지고 간 것을 1981년 그의 후손이 우리나라에 기증해 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김구 서명문 태극기는 1941년 3월 16일 대한민국임시정부 국무위원회 김구(1876~1949) 주석이 독립의지를 담은 글귀를 적어 친분이 있던 벨기에 신부 매우사(본명 샤를 메우스)에게 준 것이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간 매우사 신부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부인 이혜련 여사에게 이 태극기를 전했고 후손들이 보관하다가 1985년 3월 11일 독립기념관에 기증했다.
이 태극기에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의 활동과 광복에 대한 염원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서명문에서 김구는 광복군을 도와달라고 매우사 신부에게 강하게 호소했다. “당신은 우리의 강복 운동을 성심으로 돕는 터이니 이번 행차의 어느 곳에서나 우리 한인을 만나는 대로 이 의구(義句, 올바른 글)의 말을 전하여 주시오. 지국(止國, 망국)의 설움을 면하려거든 자유와 행복을 누리려거든 정력·인력·물력을 광복군에게 바쳐 강노말세(强弩末勢, 힘을 가진 세상의 나쁜 무리)인 원수 일본을 타도하고 조국의 독립을 완성하자.”
서울 진관사 태극기는 3·1만세운동이 일어나고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 즈음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2009년 5월 26일 서울시 은평구 진관사의 부속건물인 칠성각을 해체 및 복원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태극기를 보자기처럼 이용해 싼 독립신문류 19점이 함께 발견된 게 특징이다.
▶서울 진관사 태극기
광복군 관련 유물 네 건은 문화재로
서울 진관사 태극기는 태극기를 숨긴 인물이 진관사 승려였던 백초월(白初月)이나 그와 밀접한 관련을 맺은 승려로 추정된다. 백초월은 3·1운동 직후 비밀 지하신문인 혁신공보를 발간해 독립의식을 고취시켰고 불교계의 자금을 모아 임시정부와 만주지역의 독립군 부대에 제공하는 등 국내 불교계의 독립운동을 실질적으로 총괄한 인물이다. 진관사 태극기의 가장 큰 특징은 일장기 위에 태극과 4괘의 형상을 먹으로 덧칠해 항일 의지를 극대화했다는 점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번 태극기 보물 지정 예고를 계기로 역사·학술적 중요성이 널리 인정된 국가등록문화재 등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재평가하여 이를 국보·보물 지정 대상에 포함시켜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제도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와 별도로 이날 문화재청은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성립 전례식 서명문 및 축하문’ ‘한국광복군 기관지 광복’ 등 네 건을 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
글 이찬영 기자, 사진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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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