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 이로운 기술’ 무기로 일본에 역수출

2021.08.16 최신호 보기
▶이재복 대표가 경기도 화성시 이랑텍 사옥 2층에 적혀 있는 사훈 ‘진인사대천명’을 설명하고 있다.

2020년 소·부·장 스타트업 100 선정 ‘이랑텍’
중소벤처기업부는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를 선도할 혁신 신생기업(스타트업)을 발굴하는 ‘소재·부품·장비 스타트업 100’(이하 소부장 스타트업 100)을 선정한다.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기술자립도를 높이고 대·중견기업의 수요 소재·부품에 대응하는 혁신적인 신생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자는 취지다. 2020년 시작해 2024년까지 매해 20개사씩 5년간 신생기업 총 100개사를 선정 지원한다.
첫해인 2020년 11월 선정된 신생기업 20개사는 6개월 만에 매출 227억 원, 고용 170명 등 성과를 보였다. 2020년 소부장 스타트업 100 기업 중 하나로 선정된 글로벌 이동통신 사업자용 광통신 부품 제조기업 이랑텍을 찾아가봤다.

▶이랑텍에서 생산된 광통신 부품과 제품들

주파수 필터 개발·제조 사업 활발한 성장
“우리가 사용하는 정수기 안에 필요한 물질은 통과시키고, 유해한 것을 걸러주는 필터가 있죠. 사업자들이 통신서비스를 할 때 사용하는 주파수에도 필터가 있어요. 사용되는 주파수에 등록된 특정 통신사업자는 통과시키고 타사는 걸러주는 필터죠.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사용하는 주파수 필터를 개발·제조하는 회사입니다.”
2021년 8월 5일 경기도 화성시 소재 이랑텍 사옥에서 만난 이재복 대표는 회사를 이렇게 소개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이동통신 분야에서 엔지니어로 활약한 그는 약 20년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2017년 2월 회사를 창업했다. 창업 멤버는 4명이었다. 첫해 매출은 27억 원이었고 4년 차를 맞은 2021년 현재 직원 수 53명, 2021년 상반기에만 벌써 2020년 매출인 60억 원을 달성했다. 그야말로 높은 성장세다.

▶생산조립현장

모두에 이로운 기술… 일본·미국 등 수출도 활발
통신사업자들은 통신 장비를 구축, 개통할 때 통신사 간 주파수 간섭을 우려한다. ‘주파수 간섭 제거 원천 기술이 있다면 통합 장비 한 대로 통신사 간 간섭 걱정 없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텐데….’ 이 대표는 이런 생각으로 상호간섭제거 필터(High PIMD Solution Multiplexer), 5세대(5G)용 무선주파수(RF) 필터 등을 개발하고 상용화했다. 현재 판매하는 제품은 약 80종이다. 1년에 약 50개 제품을 신규 개발한다. 매출 규모는 국내 5G 시장 약 30%, 글로벌 시장 약 70% 정도이며 일본, 미국, 이스라엘, 인도네시아 등지에 수출한다. 무선 주파수 부품을 개발하고 국산화를 주도하면서 2020년 일본 대표 이동통신사에 5G 핵심 부품을 70억 원 규모로 역수출했다.
이랑텍 기술은 통신사업자뿐 아니라 소비자, 건축주 등에게도 고루 이득을 준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통신사업자 입장에선 통신 구축비가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니 좋죠. 이는 자연스럽게 통신료 인하로 이어져 소비자에게도 이롭습니다. 통합 장비 한 대만 설치하면 되니 건축주 입장에서도 화재 위험 등 부담이 크게 줄어들고요.”
여러 주파수 가운데 단 한 채널에서라도 불량이 나올 경우 제품 전체를 버려야 하는 등 개발이 까다롭다. 일본 역수출은 이렇게 다른 곳이 쉽게 접근하지 않는 영역에 용기 있게 도전한 결과다. ‘글로벌 강소기업’ ‘혁신기업 국가대표 1000’ ‘아기 유니콘200’ 선정 등 굵직한 국가 사업에 다수 선정되는 기록도 세웠다.

떨어진 경험 쌓이며 주요 사업 속속 선정
2020년 소부장 스타트업 100은 경쟁률이 34:1에 달하는 등 치열했다.
 “부품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선정됐어요. 신생기업 4년 차인 저희 기술을 선입견 없이 살펴봐줬다는 점에 감사하죠. 통신 장비 세 대를 한 대로 줄이는 기술을 ‘공용화망’이라고 합니다. 이는 통신 간섭에 대한 염려가 큰 이동통신 사업자들에겐 숙원 사업이죠. 공용화망에 필요한 핵심 부품 기술이 인정받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기록을 하루아침에 쌓을 수 있었던 건 아니다. 이 대표는 무수히 많은 지원 사업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실패했다고 말한다.
“‘왜 떨어졌을까?’ 자문해보고 고민하고 피드백을 받아 보완하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했어요. 이 시간이 성장의 큰 자양분이 됐죠. 투자를 유치하며 받았던 수많은 질문도 빠짐없이 데이터로 구축해놨어요. 이 자료를 보내면 추가 질문이 안 옵니다. 계속 도전하고 실패하고 보완하고 데이터를 쌓으니 귀중한 자산이 되더군요.”
2020년 소부장 스타트업 100으로 선정된 기업들은 사업화 지원, 정책자금과 기술개발(R&D)사업 가점 등을 지원받는다.
“지원금도 큰 의미이지만 구성원들 자존감도 높아졌어요. 우리가 하는 일이 개인적인 실현을 넘어 국익에 기여한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싹틉니다. 선정 기업에 주는 멘토링으로 더 성장할 기회도 얻었고요.”
최근엔 고용 창출 면에서도 성장세가 뚜렷하다. “2020~2021년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직원도 채용했어요. 신입직원 채용은 상징적인 의미가 큽니다. 인적 투자가 없는 기업은 윤리적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인력에 계속해서 투자해야죠.”

▶연구원이 기술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생산 공정서 난관 겪으며 성장통 경험도
자리를 잡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창업 초기 조직원 전체를 설득하고 합의를 끌어내는 등 일련의 과정이 쉽지 않았다. 차분히 구성원의 의견을 듣고 대화를 나누고 회사 방향성에 대해 공감과 협의를 끌어내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전문 연구개발자로 일했던 이 대표는 생산 분야에서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힌 적도 있다.
“샘플과 시제품 제작에 정말 자신 있었는데 이를 생산까지 완벽히 나오게 하는 일은 정말 어렵더군요. 창업한 해인 2017년 8월 한 고객사에서 제품 불량 불만사항이 접수된 적이 있어요. 한 달 줄 테니 해결하라 하더군요. 생산 공정을 매일매일 확인하면서 공부하고 점검하고 문제가 생기면 원인을 찾는 데 매진했죠. 딱 한 달 후 그 고객사에서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호된 성장통을 겪은 셈이죠. 이를 극복하며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향후 이 대표가 바라보는 주요 사업 지역은 유럽 시장이다. 국경이 인접해 국가들끼리 통신 간섭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유럽은 굉장한 시장입니다. 그 시장에서 승리하기 위해 그쪽 회사들의 무선주파수 규격 등을 면밀하게 분석했죠. 현재 영국 지하철 공용화망 프로젝트에 저희 제품이 나가는데 이 역시 사전에 철저히 연구했기 때문에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이재복 대표가 생산기술팀장과 무선주파수(RF) 특성 중점 요소 도출을 점검하고 있다.

제2 창업 선포, 앞으로 기업공개가 목표
이 대표는 2021년 4월 경기도 화성시 동탄 하나1길 사옥을 신축하고 입주하면서 ‘이전식’이 아닌 ‘제2 창업 선포식’이라 이름 붙였다. 그는 선포식에서 “지난 4년의 노력은 이 건물로 완성됐고 앞으로 4년은 기업공개(IPO)로 완성하겠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제2 창업 원년 멤버다”라고 말했다.
“창업 이후 늘 외쳤던 세 가지가 국가 지원 사업 발굴, 투자 유치, 기업공개였거든요. 앞의 두 가지는 달성했고요. 앞으로 남은 한 가지가 기업공개입니다. 우리나라 25년 통신 분야 역사에서 상장사는 초창기 단 두 곳뿐이었고 이후 약 20년간 더 없었어요. 큰 공백이죠.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은 아니지만 20년 만에 이랑텍의 성공으로 ‘이곳은 아직 기회가 있는 분야’라는 걸 선후배들에게 증명하고 싶어요. 그것을 위한 상징적인 방법이 기업공개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론 이 분야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역할을 이랑텍이 맡아야 한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랑텍 건물 2층 카페테리아 한쪽 벽에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사훈이 적혀 있다.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나서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이 말을 강조한 이유를 묻자 이 대표는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가 가진 기술 하나로만 만족하면 안 됩니다. 중소기업들은 남들이 잘 안 하려고 하는 분야, 불편해하고 꺼리는 것을 연구하고 새로운 도전을 계속해야 동력이 멈추지 않죠.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만 오니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 하자는 의미입니다.”

글 김청연 기자, 사진 곽윤섭 기자

‘소부장 창업기업 100’ 5년 간 매해 20개 씩 선정
중소벤처기업부는 7월 26일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를 선도할 혁신 신생기업(스타트업)을 발굴하는 ’소·부·장 스타트업 100‘의 평가를 통과한 40개의 후보기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소·부·장 스타트업 100’은 대기업과 협업을 통해 신생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대기업의 기술 수요에 맞춰 후보기업을 선정하고 대기업과 상호 연결해 약 1개월간 사업 과제를 고도화한 후 최종 선발한다.
‘소·부·장 스타트업 100’은 제조업 경쟁력의 핵심요소인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20년 신설됐으며 2024년까지 매년 20개사씩 5년간 총 100개사를 선정해 지원한다. 2020년 11월에 선정된 신생기업 20개사는 6개월 만에 매출 227억 원, 고용 170명 등의 성과를 달성했다. 이를 통해 ‘소·부·장 스타트업 100’이 잠재력 있는 신생기업을 발굴·육성해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창업을 활성화하고 안정적인 국내 공급망을 구축하는데 기여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2021년은 산·학·연 전문가 회의를 통해 스마트엔지니어링, 복합소재, 융합바이오, 산업용 사물인터넷(IoT), 친환경 등 스타트업에게 강점이 있고 신시장 창출이 필요한 5대 분야를 설정했다.
사업에 대한 국민 관심을 제고하고 역량을 갖춘 유망한 신생기업을 발굴하기 위해 국민추천제를 도입했다. 접수 결과 520개의 신생기업이 지원해 26: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해 2020년에 이어 2021년에도 현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후 2개월에 걸친 1차 서면평가와 2차 대면평가를 통해 기술의 시장성·확장성, 성장 가능성, 사업성 등을 엄격히 심사해 40개의 후보기업을 선정했다. 분야별로는 친환경 10개(25%), 스마트엔지니어링 8개(20%), 산업용 사물인터넷(IoT) 8개(20%), 복합소재 8개(20%), 융합바이오 6개(15%) 순으로 선정됐으며 지역별로는 수도권 20개(50%), 충청권 12개(30%), 영남권 5개(12.5%), 호남권 3개(7.5%) 순으로 선정됐다.
선정된 과제를 살펴보면 증강형 웨어러블 글래스 기기 기반 디지털 트윈 솔루션, 기능성 투시 디스플레이 소재, 고해상도 바이오 디지털 이미지 분석 솔루션, 자율주행차량 및 산업용 4차원(4D) 이미지 레이더,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등 참신하고 실험적인 과제들이 다수 선정됐다. 이번에 선정된 후보기업은 수요를 제기한 대기업 관계자가 포함된 전문가들의 교육과 멘토링을 1개월 동안 받아 전문평가단과 국민심사단이 참여하는 평가(9월)를 거쳐 최종 20개 기업이 ’소·부·장 스타트업 100‘ 지원 기업으로 선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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