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최일선 간호사께 위로의 그림을 바칩니다”

2021.07.26 최신호 보기
▶‘오늘도 안녕!’ 표지│북센스

컬러링북 <오늘도 안녕>의 허승희 작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사람들이 점점 지쳐가고 있다. 1년이 넘게 지속된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는 사람들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시민들의 우울감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어려움을 딛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간호사들이다. 우리는 다수가 모일 수 없음에 투덜거리고 마스크의 답답함을 참지 못해 벗어버리려 한다. 그렇지만 현장에서 힘들게 바이러스와 길고 긴 싸움을 하는 의료진의 노고를 생각하면 불편함을 참아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현장에서 힘들게 일하는 간호사들을 위한 컬러링북 〈오늘도 안녕!〉이 화제다. 컬러링북은 밑그림에 색을 칠하며 위안을 얻는 책이다. 간호사들의 일상을 숲속 동물에 이입해 보여주는 이 책은 잔잔한 감동을 준다. 〈오늘도 안녕!〉 컬러링북은 현장 간호사들의 마음에 조그마한 위안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작가는 힘든 시기에 자신의 그림으로 누군가에게 휴식이 되고 행복이 된다는 것에 작은 설렘을 느꼈다. 더 많은 사람에게 행복과 위안을 주기 위해 숲속 간호사들의 이야기를 컬러링북에 담았다. 낮에는 아름다운 눈동자를 만드는 렌즈 디자인을 하고 퇴근 후에는 틈틈이 그림을 그리는 허승희 작가를 인터뷰했다.

▶자신이 그린 컬러링북 <오늘도 안녕!>을 바라보는 허승희 작가│허승희

코로나19는 새로운 그림 그리게 된 전환점
코로나19는 허 작가에게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전환점이 됐다. 모두가 힘든 때 네이버 오지큐(OGQ) 마켓에서 진행한 유니세프 공모전에 참여했다.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어린이에게 희망을 전하기 위한 공모전이었다. 당시 허 작가는 공모전에서 <오늘도 안녕!> 컬러링북에 나오는 캐릭터 뚠뚜와 뭉뭉이가 무지개를 바라보는 모습을 그렸다. 그는 “좋아하는 그림으로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작업하는 내내 힘든 줄 모르고 재밌게 마무리했다”며 “나의 그림이 다른 누군가에게 휴식이 되고 행복이 된다는 점이 설레기도 하고 꿈만 같았다. 그런 바람이 닿은 건지 최종 선발돼 좋은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간호사는 아니지만 허 작가도 렌즈 디자인 작업 차원에서 때때로 현장에서 방진복을 입는다. 그는 “일 때문에 방진복을 입으면서 간호사들이 떠올랐다. 방진복을 입으면 화장실에 가기도 어렵고 덥고 답답해서 오래 참기 힘든데 방진복을 입은 상태로 일하는 간호사들의 모습이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렌즈 제작 현장에 들어갈 때 잠깐 입고 벗는 것도 힘든데 긴 시간 방진복을 입은 채 환자들을 보살피느라 많이 힘들고 지칠 거라는 생각에 이른 것이다. ‘간호사들에게 휴식을 드릴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에 컬러링북이 떠올랐다. 허 작가는 간호사들이 일하는 차가운 병원의 이미지보다 귀여운 동물 캐릭터들이 간호사로 등장해 아픈 동물을 치료하는 그림을 그렸다. 이 컬러링북은 일할 때는 누구보다 치열하고 열심히, 놀 때도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삶을 즐기는 간호사들을 형상화한 것이다.
작가는 더불어 지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재미있는 상상 속으로 떠나보기를 권한다.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악어의 이빨을 치료하는 악어새, 목이 길어 높은 나무의 나뭇잎을 먹다가 목을 삐끗한 기린, 수혈하는 박쥐까지 그림 속 동물들을 찾아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처음부터 간호사라는 직업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기사를 통해 간호사의 일상을 제대로 접했다. 스스로 시골의 외딴 집에서 자가 격리를 할 만큼 책임감이 크다는 것, 자긍심과 희생으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런 뉴스를 보면 지금도 눈시울이 붉어질 만큼 간호사들의 삶과 희생이 대단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덧붙였다.

▶좋아하는 색으로 하얀 종이 위에 그려진 선과 면을 채우면 힘들었던 순간도 슬프고 우울한 감정도 잊게 된다. 이것이 컬러링북의 매력이다.│북센스

간호사들의 일상 숲속 동물들에 이입
〈오늘도 안녕!〉 컬러링북은 동화처럼 간호사들의 일상을 숲속 동물들에 이입해 보여준다. 작가의 숲속에는 남다른 식탐을 가지고 있지만 성격이 좋은 고양이 간호사 뚠뚜와 강아지 간호사인 뭉뭉이, 용감하고 궂은일을 마다않는 마끼, 차분하고 섬세한 아또가 등장한다. 이 숲속 간호사들의 일상을 3장으로 구성해 일과 여행, 힐링을 주제로 꾸몄다.
1장에서 숲속 동물 친구들은 아플 때 어떻게 진료를 받을지 악어와 개구리의 맞춤 입원실은 어디인지 악어의 이빨을 치료해주는 악어새 등 작가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 2장에서는 일처럼 여가를 즐길 때도 열정적인 간호사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캐릭터들이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묘한 만족감까지 느껴진다. 그는 “열심히 일한 간호사 캐릭터들이 각자 원하는 여행을 떠나 스트레스를 풀며 휴식을 취하는 이야기를 그렸다”며 “간호사들이 현재 코로나19로 여행을 가지 못하기 때문에 캐릭터들이 대신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며 지친 일상 속에서 벗어나 조금이나마 즐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3장에서는 힘들고 지칠 때 친구들과 때로는 다양한 방법으로 마음에 안정을 주는 모습이 담겨 있다. 병원의 간호사를 위한 생일파티와 환우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파티도 열린다.
그가 생각하는 컬러링북의 매력은 무엇일까? 허 작가는 “컬러링북은 색칠하기 전에 ‘어떻게 칠해볼까?’라는 떨림과 다 완성하고 나서의 뿌듯함이 매력이다. 색을 칠하면서 코로나19로 지쳤던 몸과 마음에 위안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안에 색을 넣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만 색을 칠하는 데 무슨 기교가 필요할까? 예쁘게 색칠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마음 가는 대로 내가 좋아하는 색감으로 하얀 종이 위에 그려진 선을 채워나가면 그만이다. 그렇게 하나하나 채우며 몰입하면 힘들었던 순간도 슬프고 우울한 감정도 잊을 수 있다.
작가는 그림을 그릴 때 많은 상상을 한다. ‘고양이가 네 발로 다니는 모습보다 사람처럼 두 발로 걸어 다니면서 모자를 쓰고 음료수까지 마시면 더 귀엽지 않을까?’ 이렇게 동물을 의인화한 상상을 하는 게 즐겁다. 허 작가는 “악어의 이빨에 있는 찌꺼기를 먹는 악어새도 다르게 보면 악어의 이빨을 치료해주는 악어새 간호사가 될 수 있고 사람들이 흔히 넘어지거나 삐끗해서 다치듯 기린도 나무에 있는 나뭇잎을 먹다가 목이 삐끗해서 병원에 찾아온다고 생각하면 재미있다. 그렇게 한두 장씩 그리면 어느새 그 페이지 안에 이야기가 담긴다”고 설명했다.
우연히 어떤 대상을 보다가 영감을 받아 캐릭터를 만들었다. 인터넷에서 본 뚱뚱한 고양이에서 영감을 받아 먹을 것을 좋아하는 뚠뚜를 그렸다. 허 작가는 “뚱뚱을 반복적으로 말하니 뚠뚠이 되고 뚠뚠을 반복하니 어느새 뚠뚜가 됐다. 뚠뚜는 본인을 대입해 그렸는데 먹는 것을 좋아하고 정이 많은 이미지로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라고 말했다. 뭉뭉이는 시골 강아지를 보고 그렸다. 뭉뭉이의 성격은 소심하지만 시골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그대로 보고 자란 강아지다. 마끼와 아또는 카라멜 마끼아또에서 탄생됐다.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고를 때 카라멜 마끼아또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고 마끼와 아또로 나눠서 시바 강아지 커플을 만들었다.

▶고양이와 강아지 간호사가 아픈 친구들을 돌보는 입원실, 악어와 개구리처럼 물에 사는 친구들을 위한 입원실│북센스

간호사의 감사 메시지에 ‘뿌듯’
발간 이후 그는 간호사들이 누리소통망(SNS)에 올린 감사의 메시지를 접했다. 허 작가는 “주변에 있는 간호사 친구가 이런 뜻깊은 책을 내줘서 고맙고 멋지다고 해준 적이 있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정말 간호사들에게 휴식이 된 것 같아 뿌듯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로 일상이 바뀌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서로 만날 수 없고 마주보고 이야기할 수 없음에 힘들어하는 것 같다. 마스크를 쓴 일상이 이제는 익숙해진 것이 안타깝고 슬프기까지 하다. 하지만 힘들었던 만큼 나중에 반드시 좋은 일도 찾아올 거라는 믿음으로 조금만 더 힘내 주셨으면 좋겠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박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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