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시흥 3기 신도시 예정지인 경기 시흥시 과림동 일대를 가로지르는 제 2경인고속도로 위로 차량들이 달리고 있다.│한겨레
‘여러분, 주목하세요. 위치, 위치, 위치가 생명입니다. 로저스 공원 근처에요.’ 지금으로부터 95년 전인 1926년 미국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에 실린 부동산 광고다. 부동산 가치가 위치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상식이었음을 알 수 있다. 미국 사회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이 고안한 지위재(Positional Goods) 개념으로도 설명된다. 사람들이 좋은 위치에 있는 땅(주택)을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데 이용한다는 것이다.
서울의 고가 아파트가 좋은 사례다. 통신기술의 발달은 글로벌 경제와 가장 잘 연결되고 디지털경제의 지식노동자와 금융인, 사업가들에게 최고의 편의시설을 제공하는 도시에 경제적 우위를 몰아줬다. 이런 ‘위치의 희소성’을 무시한 도시개발은 그 효과가 반감된다.
1, 2기에 비해 서울과 가까운 3기 신도시
정부가 7월 16일 사전청약 공고를 시작한 3기 신도시 사업은 이 상식을 충실히 따른 것으로 보인다. 1, 2기 신도시보다 서울과 거리가 가깝고 교통망 구축도 양호하다. 2기 신도시는 상당수가 서울에서 30km 이상 떨어져 있지만 3기는 서울 경계에서 평균 거리가 1.3km에 불과하다.
서울~부천~인천을 잇는 인천계양 지구는 여의도공원 4배 규모의 공원과 녹지, 일자리 공간 등으로 구성된다. 김포공항역~계양지구~대장지구~부천종합운동장을 잇는 S-BRT(간선급행버스체계)를 구축해 주변 철도노선(서울지하철 5·7·9호선, 공항철도, GTX-B)과 연결된다. 남양주진접2 지구는 별내신도시·왕숙신도시와 생활권을 공유한다.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세종포천고속도로 등 광역 교통망이 갖춰져 있고 4호선 연장(풍양역)이 예정돼 있다.
의왕청계2 지구는 신설 예정인 월곶판교선 청계역을 중심으로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과천봉담간 고속화도로, 안양판교로 등과 인접해 서울과 과천, 성남(판교)으로 접근성이 우수하다. 성남복정1 지구는 신설 예정인 남위례역이 8호선과 위례선으로 연결된다.
7월 28일부터 인천 계양을 시작으로 청약 접수가 시작되는 3기 신도시는 1차 물량 4333가구를 시작으로 2022년까지 6만 2000가구 공급이 예정돼 있다. 공공분양주택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주변 시세에 견줘 60~80% 수준으로 분양된다.
2021년 사전청약 공급물량 중 절반가량인 1만 4000가구가 신혼희망타운이다. 나머지
1만 6200가구 중 30%도 신혼부부 특별공급이다. 자녀가 어린 젊은층은 노려볼 만하다. 대상은 혼인 기간이 7년 이내 또는 6세 이하의 자녀가 있는 무주택세대구성원(신혼부부) 혼인을 계획 중이며 모집공고일로부터 1년 이내에 혼인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무주택세대구성원(예비신혼부부), 6세 이하의 자녀가 있는 한 부모 무주택세대구성원(한부모 가족) 등이다.
전체 물량의 15%는 일반 공급된다. 일반공급 자격은 무주택자, 서울·경기·인천 거주라는 조건을 충족하면서 국민주택(전용 85㎡이하)을 청약할 수 있는 청약통장이 있어야 한다. 사전청약에 당첨됐더라도 본 청약 전까지 무주택 요건을 유지해야 하고 해당 지역 의무거주 기간도 채워야 한다.
적은 비용으로 양질의 주거 단지를
신도시 정책은 나라가 국민에게 적은 비용으로 양질의 주거 단지를 제공하기 위한 정책이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영국 정부가 전쟁 기간에 가해진 폭격 때문에 집을 잃은 시민들과 귀환한 병사들에게 주택을 제공하기 위해 도입한 게 현대적 의미의 신도시 정책이다.
영국 정부는 땅 주인들이 개발이익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강제수용 제도를 도입했다. 땅 주인들의 강력한 반발이 있었지만 신도시개발공사들은 땅을 강제수용하고 종합적인 개발계획을 세웠으며 필요한 기반시설 자금을 재무부 장기채권으로 마련했다. 개발계획 중 상당수를 민간 건축업자들에게 팔아 거기서 생긴 이득을 재무부 채권 상환에 썼다. 1946년~1970년에 건설된 32개 신도시에 영국 총가구의 4.3%에 해당하는 276만 명 이상이 살고 있을 정도로 영국 신도시 정책은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나라는 1980년 제정된 택지개발촉진법에 따라 일산, 분당 등에 첫 신도시가 건설됐고 판교·동탄·김포·파주 등의 2기 신도시로 이어졌다. 집값 안정과 주택보급률을 높인 효과가 있었지만 교통망 미비와 일자리 부족으로 주거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지적도 받은만큼 3기 신도시는 부동산 시장 안정과 서민들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더 넓혀주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춘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