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수소경제 선도국가에 ‘성큼’

2021.07.05 최신호 보기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의 수소충전소. 수소충전소는 2018년까지만 해도 전국 14기에 불과했으나 2021년 말까지 180기 이상으로 늘어날 예정이다.│문화체육관광부

속도내는 수소경제 어디까지 왔나?
수소경제는 미지의 세계다. 수소경제란 화석연료 대신에 수소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경제·산업구조를 말한다. 수소의 생산과 활용이 산업활동 전반과 시민 일상생활에 변화를 일으키면 미래 경제성장의 패러다임도 바뀔 수 있다. 세계 주요국은 수소경제 패러다임 전환을 경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미지의 세계를 향한 이정표를 약 2년 전에 제시했다. 2019년 1월 정부가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이 그것이다.
청사진(로드맵)은 204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경제 선도국가로 도약’이라는 목표에 따라 추진 일정을 3단계로 나눴다. 수소경제 준비기인 1단계는 2021년까지 마무리해야 한다. 2022년부터 2단계에 들어가 대규모 수요·공급 시스템을 구축해 수소 이용을 비약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2030~2040년
3단계에는 우리 수소 관련 산업이 전 세계 시장에서 주역이 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청사진에 그려진 비전이다.

수소충전소 2022년 310기 구축 목표
수소경제를 준비하는 1단계는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수소 이용·관리에 대한 법과 제도적 기반 마련, 수소 연료전지로 구동하는 자동차(수소차)와 발전·난방용 연료전지를 중심으로 한 수소산업 생태계 조성, 제반 인프라 구축 등이 1단계 주요 과제다.
이에 따라 ‘수소경제 표준화 전략’ ‘수소 인프라·충전소 구축 방안’ ‘수소 기술개발 로드맵’ 등 범정부 차원의 세부 이행계획이 2019년에 확정됐다.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아 8개 관계부처 장관과 산업계·학계·시민단체 등 분야별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수소경제위원회를 2020년 7월에 출범해 국가 지휘본부(컨트롤타워)를 가동했다.
무엇보다 큰 성과는 2020년 1월 제정돼 2021년 2월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 관리법’(수소경제법)이다.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수소경제 활성화와 수소산업 육성·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를 갖추게 된 것이다.
수소 활용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선도국가에 진입했다. 수소차 생산과 수출 실적, 누적 보급 대수, 발전용 수소 연료전지 보급률 등은 2020년 기준 세계 1위다. 수소 생산과 유통 인프라 또한 단위 면적 기준 세계 1위이지만 수소 활용 편의성과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인프라 확충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수소충전소는 2018년까지만 해도 전국 14기에 불과했으나 연말까지 180기 이상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2022년 말에는 누적 310기, 2040년에는 1200기 구축이 목표다. 이는 현재 구축된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와 맞먹는 규모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6월 10일 충남 논산시청에서 열린 ‘수소경제도시 전환 협약식’에 참석해 기념촬영하고 있다.│환경부

국내 첫 분산형 수소생산기지 본격 가동
충전소 확충 일정에 맞춰 2021년부터 수소 생산·출하기지 확충도 본격화한다. 경상남도 창원에서 4월 19일 성주 수소에너지 순환시스템 실증단지 내에 국내 1호 ‘분산형 수소생산기지’가 완공돼 가동을 시작했다. 분산형 수소생산기지는 충전소가 직접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생산하는 시설까지 갖춘 곳이다. 수소를 외부에서 공급받을 때 발생하는 높은 운송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충전 사업의 경제성을 높이고 소비자의 수소 구입 가격을 낮출 여력이 생긴다.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국비(48억 5000만 원) 지원을 받아 완공된 창원 수소생산기지는 연간 수소차 2400대, 수소버스 기준 37대 분량의 수소를 생산한다. 또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₂)는 별도 포집 과정을 거쳐 다양한 산업용 소재로 재활용 할 수 있다. 산업부 지원을 받아 건립되는 분산형 수소생산기지는 창원을 시작으로 평택, 삼천, 부산, 인천, 대전, 춘천 등 모두 8곳이 2022년 말까지 순차적으로 완공된다.
충청남도 당진에서 4월 26일 준공식을 연 ‘하이넷(수소에너지네트워크) 수소공급 출하센터’도 수소 수급 여건을 개선할 모델이다. 출하센터는 인근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생산하는 수소를 저장했다가 튜브트레일러에 고압으로 적재해 필요한 수소충전소에 운송해주는 국내 최초 수소 전용 복합유통 시설이다.
당진 출하센터는 수소차 1만 3000대가 연간 사용할 수 있는 최대 2000톤의 수소를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과 충남 전역, 충북과 전북 일부 지역 충전소에 공급할 예정이다. 수소 공급가격은 기존 1kg당 7000원대에서 5000원대로 20% 이상 낮아진다. 제철소의 쇳물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혼합가스를 버리지 않고 재처리해 순도 높은 수소만 뽑아내고 이를 적기적소에 저장·수송할 시설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면서 가격을 낮출 수 있게 됐다.
현대제철과 당진 출하센터는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수소 공급 능력을 최대 6만 톤까지 확충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당진 수소출하센터가 수소의 안정적 공급과 유통 효율화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하며 다른 지역에도 제2~3의 출하센터 구축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탄소 배출 없는 그린 수소 상용화
수소경제를 활성화하려면 수소의 생산에서부터 유통(저장·수송), 활용(소비)까지 전 단계에 걸쳐 탄탄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수소경제로 이행 준비기인 지금까지 정부가 활용 단계의 시장 창출과 산업 육성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왔다. 모빌리티, 발전, 산업, 가정과 건물 난방 등 여러 분야의 수소 활용 확대를 단기 목표로 설정하고 보다 저렴한 수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게 우선순위였다. 2021년부터 수소 생산과 유통 단계의 산업 기반 강화가 주요 과제다. 청정수소 생산 능력 확보가 정부는 물론 국내 산업계에도 중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수소는 우주 질량의 75%를 차지할 만큼 흔한 원소다. 그러나 독립된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 까다로운 물질이다. 에너지 원료나 전달체로 이용할 수 있는 수소는 생산 방식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석유화학 공정이나 철강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나오는 부생 수소,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을 고온·고압에서 분해해 추출하는 개질 수소, 전기로 물을 분해시키면 나오는 수전해 수소 등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공급량이 가장 많은 수소는 천연가스 개질 수소와 부생 수소다.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값이 저렴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국내 수소 공급원의 99%를 천연가스 개질 수소와 부생 수소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원천적으로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수소로 생산 과정에 이산화탄소 발생을 유발해 ‘그레이 수소’로 불린다.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수소를 얻는 방법은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기를 이용한 수전해 수소뿐이다.
국제적으로도 재생에너지 전기와 연계한 수전해 수소만 완전한 탄소 무배출(CO₂-free)의 ‘그린 수소’로 인정하고 있다. 다만 현재 기술 수준으로 그린 수소의 생산 비용이 너무 높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공급하기 어렵다는 게 한계다. 이에 따라 그린 수소가 상용화 될 때까지 가교 역할을 할 ‘블루 수소’가 한시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블루 수소는 그레이 수소와 생성 원천은 같지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되지 않도록 한다는 점이 다르다. 여기에는 포집·저장 처리(CCS)나 재활용 등 다양한 기술이 적용된다.

수소경제법 개정 청정수소 지원
정부는 수소경제위원회 3차 회의에서 ‘탄소 배출이 없는 수소의 생산 기반 구축’을 민관 공동의 목표로 채택했다. 정부는 당장 그레이 수소 중심의 생산 방식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점차 블루 수소와 그린 수소로 생산 패러다임이 전환되도록 설비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에너지 관련 공기업과 대기업도 청정수소 생산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밝혔다. SK그룹은 한국중부발전과 공동으로 2025년까지 충청남도 보령의 LNG터미털 인근 부지에 연산 25만 톤 규모의 수소 생산기지를 건설하기로 했다. 약 5조 3000억 원 투입되는 생산기지는 수소 추출 설비, 액화 플랜트, 탄소 포집 설비, 수소 연료전지 활용 설비 등을 갖춘다. 산업부는 SK 외에도 포스코, 한화, 효성,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대기업이 청정수소 생산 분야에 확정한 투자 규모가 약 11조 원에 이른 것으로 파악했다.
정부는 민간의 투자 여건 개선을 위해 2021년 안에 수소경제법을 개정해 청정수소의 개념과 지원 근거를 명시할 계획이다. 정부는 법 개정에 앞서 청정수소 인증제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을 실시하기로 했다.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인증제를 도입하면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 제공 근거로 활용하고 수소충전소 등을 대상으로 청정수소 혼합 의무화 등 인증제 활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늘릴 예정이다.
다양한 방식의 수전해 생산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과 생산 실증 지원 사업도 강화한다. 정부는 생산 설비의 확충과 함께 관련 기술을 고도화하면 청정수소의 상업성도 조기에 확보할 것으로 기대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전기로 생산한 수전해 수소는 2020년 기준 생산단가가 1kg당 1만 1895원으로 천연가스 추출 수소보다 약 다섯 배 비싸다. 정부는 2030년까지 1kg당 3500원을 상업성 확보 문턱으로 보고 있다.
수소경제로 이행은 전 세계 어느 국가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그러나 수소경제 선도국가로 도약하려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는 선택이 아닌 생존이 걸린 문제다. 단기적 성과보다 예측 가능한 일관된 정책 추진으로 국민 공감대가 쌓이면 수소경제 이행 동력은 점점 커진다.

박순빈 기자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페이지 맨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