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재밌으면 ‘문제아’가 없어진다

2021.06.14 최신호 보기
▶학예회 풍경인가 싶은 이 재기 발랄한 사진은 다큐 <스쿨 오브 락(樂)>의 한 장면이다. 이 다큐는 행복한 교육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주) 콘텐츠나무

다큐 <스쿨 오브 락(樂)> 괴짜 교장쌤의 도전
동물의 탈을 쓴 채 학생들과 하이파이브 하는 쌤, 담배 냄새 나는 화장실 앞에서 무지갯빛 가발을 쓰고 기타를 메고 금연송을 부르는 쌤, 가수라고 적힌 명함을 돌리며 학생들에게 환심을 사는 쌤. 쌤의 방은 간식도 먹고 음료도 마시고 놀이도 하고 노래도 부르는 학생들로 연일 조용할 날이 없다.
이 요상하고 웃긴 쌤은 교장 선생님이다. 괴짜 교장 선생님이 있는 학교엔 심지어 노래방과 피시(PC)방도 있다. 이쯤 되면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상상 속의 학교 같다. 절반은 맞다. 다큐멘터리 영화 <스쿨 오브 락(樂)>에 등장하는 학교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등교수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이 별난 학교는 실제로 우리나라에 있다. 서울 마포구에 자리한 아현산업정보학교다. 3학년에 올라가는 서울 시내 인문계 고교생을 위탁 받아 1년간 직업교육을 한다. 학생들 사이에서 일명 잡스쿨(Job School)로 불린다.
<스쿨 오브 락(樂)>은 노래하는 교장 선생님과 아현산업정보학교 학생들의 실제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코로나19로 학생들이 학교생활에서 느끼는 행복도가 낮아지고 있다. 그러나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부족한 학생이 다수인 이 학교에 놀라운 변화가 찾아온다. 영화는 탈을 쓰고 노래하는 괴짜 교장 선생님의 모험이 학생들에게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 관찰했다.
5월 13일 열린 시사회장에서 영화 주인공인 방승호(60) 선생님을 만났다. 그 자리엔 실용음악을 전공하는 한재연(21)과 영화를 전공하는 전은찬(20), 두 제자가 뒤늦게 함께했다. 둘 다 아현산업정보학교에서 찾은 꿈을 대학에서 키워나가고 있었다.
방승호 선생님에게는 모험 상담가, 가수 외에 교육연구관이란 타이틀이 하나 더 생겼다. 아현산업정보학교 교장 임기를 마치고 2020년 3월 1일부터 경기도 가평에 있는 서울시교육청 산하 학생교육원이 그의 일터가 됐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그를 교장쌤이라 부른다.

코로나 시대, 우리 아이 학교는 즐거운가요?
다큐 속으로 먼저 들어가보자. 제목이 올라가고 교장쌤이 부르는 노래 ‘배워서 남주나’가 흘러나온다. “배워서 남 준 다너냐/ 엄마가 그러시더냐/ 내 한 몸 챙기기도 버거운 세상인데/ 남 주려 배운다더냐/ 세종대왕 이순신도 5000년에 한두 명, 네가 할 일 따로 있단다.” 가사가 꽤 의미심장하다.
아현산업정보학교에는 공부와 담을 싼, 소위 말하는 문제아들이 들어온다. 첫인상을 물었다. “십여 년 전 교감으로 왔을 땐 정말 꼴통이 많았죠. 책가방 든 놈 하나 없고 같은 교복을 입은 놈 하나 없고 머리 색깔도 다 다르고 여기저기서 욕이 들리고 날마다 약 100명이 지각해요.”
교장쌤은 문제 학생들에게 어떻게 노래를 불러주게 된 걸까? 공부가 아닌 다른 능력을 찾아줄 수 있었을까?
“먼저 아이들이 왜 공부를 포기했을까 궁금했어요. 전교생을 직접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기존 상담 방식으로는 아이들에게 한 발짝도 가까지 가지 못하겠더라고요.”
교장쌤이 호랑이 탈을 쓴 배경이다. 그는 장학관 출신의 인문계고 교장 선생님이 가진 근엄함을 벗어버린 지 오래됐다. “탈을 쓰고 운동장에 나갔더니 난리가 났어요. 아이들이 쫓아와 때리며 장난치고 사진도 찍고요.” 교장의 상징성이 탈 하나로 붕괴되는 신기한 순간을 경험했다.
그렇게 벽이 허물어진 아이들에게 교장실은 놀이터가 됐다. 하루에 100명이 교장실에 드나들며 초코파이를 먹고 놀고 노래하고 대화한다. “아이들은 놀이로 무장해제돼요. 이때 듣고 싶은 말이 뭔지 꿈이 무엇인지 뭘 하고 싶은지 물어요.” 이것이 방 선생님의 교육법인 모험 놀이다. 이 방식으로 교장쌤은 전교생을 만났다. 단순해 보여도 결코 사소하지 않다.
“평소에 ‘잘했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합니다. 아이들이 칭찬에 목말라 있는 거죠.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도 속에선 하고 싶은 게 들끓어요. 아이들에게 살면서 가장 좋았던 기억 세 가지를 써보라고 했습니다. 그다음엔 나빴던 것 세 가지를 쓰고요. 나쁜 기억은 대여섯 번 소리 내어 같이 읽으면서 응어리를 풀어요. 제일 중요한 게 목표를 심어주는 것입니다. 이 학교에서 뭘 이뤘으면 좋겠는지 쓰게 합니다. 까불이 같은 애들도 써 놓은 거 보면 울컥합니다. 그런 다음 말해줍니다. ‘잘했다!’고.”
입시 공부에서 밀려난 아이들, 가정과 학교에서 상처 받은 아이들은 몇 개월이 지난 후 스스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영화 <스쿨 오브 락(樂)>의 주인공 방승호 교장(맨 왼쪽). 그의 두 제자 , 전은찬 학생과 한재연 학생이 교장쌤을 응원하러 동행했다.

탈 쓰고 노래하는 교장쌤
아현산업정보학교에서 만난 술 취한 학생의 속사정은 섣부른 어른들의 시각을 빗댔다.
“행동만 보면 그냥 술 취한 아이였어요. 잠깐 앉히고 물 한잔 주며 얘기를 듣는 순간 아차 싶었습니다. 밤새 일하고 피곤한 몸으로 등교한 아이였거든요. 어려운 집안 형편에 밤샘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고깃집 손님들이 주는 술을 받아 마시고 취한 거였어요.”
다큐멘터리 속 교장쌤은 울먹였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들은 지지 받은 경험이 적어요. 최소한 교장 한 명은 자기편이라는 믿음을 주고 싶습니다. 교육은 자기 안에 묻힌 꿈을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찾도록 용기를 북돋아주는 것 아닐까요?”라고 반문한다.
학생들과 상담하면서 교장쌤에게도 변화가 일어났다. “임용 초기엔 좌우명도 없고 목표도 없었어요. 근데 재미라는 요소가 큰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특별한 교육 철학은 없지만 ‘학교도 재미있고 나도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교장쌤은 가수라는 웅크리고 있던 꿈을 꺼내 실현했다. 최근에 발표한 싱글 ‘미세먼지’까지 벌써 8집 가수다. 그가 부른 노래 대부분은 상담 내용을 토대로  직접 가사를 썼다.
“아이들은 저에게 선물이에요. 팔자를 바꿔줬어요. 제 노래는 선물을 퍼트리는 도구입니다. 저는 그저 아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날날이에요.”
교장쌤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노래의 힘은 진솔한 소통을 만들어내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말한다. 오죽하면 담배 연기 자욱한 화장실 앞에서 노래를 불렀더니 담배 피우지 말라고 하는 말보다 훨씬 효과적이었다고 말할까.
“게임을 하는 아이에게는 닉네임이 무엇인지 노래를 좋아하는 아이에게는 좋아하는 노래가 무엇인지를 물어보면 좋겠어요. 교과 공부가 뒤처진다고 다른 능력까지 부족하다고 판단하지 않는 인식의 전환이 이뤄지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아현산업정보학교에 PC방이 생긴 이유도 아이들 때문이다. 이(e)스포츠학과는 아이들의 아이들에 의한 아이들을 위해 생긴 학과다.
“상담을 해보니 공부를 포기하고 가는 곳이 남학생은 99%가 PC방이었습니다. 그래서 역발상을 했어요. 교내에 e-스포츠학과를 마련한 겁니다. 그러자 실력자들이 생겼고 전국 대회 우승까지 했어요.”





▶다큐 <스쿨 오브 락(樂)>의 한 장면. 방승호 교장은 학교에서 동물 탈과 무지갯빛 가발 등을 쓰고 다닌다. 아이들과 가까워지기 위한 그만의 방식이다.│(주) 콘텐츠나무

모험 놀이는 계속된다
<스쿨 오브 락(樂)>에 등장하는 아현산업정보학교 학생들은 시나리오를 쓸 때 드럼을 칠 때 안무를 익힐 때 반죽을 치댈 때 게임을 할 때 눈이 반짝인다. 게임에 인생을 걸었다는 한 학생은 “19년간 몰랐던 행복을 이곳에서 찾은 것 같다”고 고백한다. 방 선생님은 “부모가 욕심을 걷어내야 아이가 똑바로 보인다”며 “좋아하는 일을 한 달만 해도 애들이 변한다.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은 기다림과 지지”라고 말했다.
다큐 말미에 아이들의 현재 모습이 그 과정을 증명해 보인다. 답안지에 1번만 내리 찍었던 석민은 게임기획자가 되기 위해 대학에 진학했다. 그냥 될 대로 되라 식으로 살았던 은찬은 영화감독이라는 꿈을 찾았다. 안무가가 꿈이었던 햇빛은 대학 실용무용과에 진학했다. 경흠은 게임학과 실습 조교가 됐고 프로게임단 입단 시험을 준비 중이다.
강호준 감독의 말처럼 <스쿨 오브 락(樂)>은 “코로나19 시대에 행복한 교육이 무엇이고 학교와 선생님은 어떠해야 하는지 돌아볼 기회”를 제공했다. 이 다큐는 미래 사회에서 요구되는 창의적인 인재들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 우리 사회에 묻는다.

글 심은하 기자, 사진 곽윤섭 기자

온라인 게임학교에서 놀(LOL)아 봐
지금은 학교 현장을 떠나 교육연구관으로 활동하지만 방승호 선생님의 새로운 도전은 진행 중이다. 그는 “아현산업정보학교에서 거둔 성과를 널리 보급하고 싶었다”며 학생교육원에서 2020년 10월부터 온라인 롤(LoL) 게임 학교를 개강해 운영하고 있다.
“게임에 영어, 인문학, 글쓰기, 노래 수업 등을 곁들인” 온라인 게임학교는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연수와 상담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학교는 코로나19로 온라인 게임 중독에 빠지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게임 과몰입 치유를 추구한다. 학생들이 스스로를 조절하며 건강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것이다. 학교는 “게임하지 마”라는 잔소리 대신 게임을 제대로 이해하고 게임으로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손 내민다.
온라인 게임학교는 서울 시내 초·중·고등학생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네이버 카페 ‘마음방역’(cafe.naver.com/sensec1)에서 학교 개강 일정을 확인하고 안내에 따라 참가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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