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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두 차례의 칼럼에서 우리는 글쓰기 능력이 왜 콘텐츠의 핵심인지, 글쓰기를 잘하면 도대체 무엇이 좋은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오늘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어떤 글이 좋은 글인지부터 얘기해볼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좋은 글은 읽는 사람이 글에 담긴 내용이나 주장, 의견, 생각 등을 잘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쓴 글이겠죠. 어떻게 써야 그렇게 쓸 수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글이 쉽고 명확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내용과 생각이 담겨 있다고 해도 글을 읽는 사람이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이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한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대표 사례가 엉터리 번역서죠. 전문 분야 외국 번역서 가운데 일부는 분명히 한글인데 아무리 읽어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문장투성이인 경우가 있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철학, 미술, 사회학 분야에 이런 번역서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입니다.
제작자의 메시지를 수용자에게 전달하는 통로 역할로 규정지어졌던 매체에 디지털 기술이 합쳐지면서 수용자는 매체로부터 수동적 메시지를 전달받기만 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수용자의 의사를 매체에 전달하는 적극성을 부여받게 되었고 이를 통하여 수용자와 매체는 서로 의사를 전달하고 전달받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게 되는 상황이 도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글을 만나면 한숨이 나오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문장이 어렵고 모호하기 때문이죠. 길기도 하고요. 저는 신문기자와 방송국 프로듀서(PD)로 일하면서 많은 글을 쓰고 고치고 가다듬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더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항상 고민했고요. 그렇게 오랜 시간 고민해 얻은 결론을 얼마 전 ‘글쓰기 5대 비법’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했습니다.
그 5대 비법은 ①문장은 최대한 짧게 써라 ②무조건 쉽게 써라 ③수동형 표현은 절대 쓰지 마라 ④수식어를 최소화 해라 ⑤줄일 수 있는 건 모두 줄여라입니다. 너무 뻔한가요? 어떻게 보면 추가로 설명할 필요도 없이 누구나 아는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제 모든 문장을 쓸 때 적용하는 건 좀 다른 이야기입니다. 테니스나 골프, 당구 같은 스포츠 교본을 아무리 이론적으로 습득한다고 해도 갑자기 테니스나 골프, 당구를 잘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끊임없는 노력과 반복 연습으로 이론이 몸에 익어야 실력으로 나오기 때문이죠. 글쓰기도 운동과 똑같습니다. 그럼 5대 비법을 하나씩 살펴볼까요?
문장은 최대한 짧게 무조건 쉽게
첫 번째 비법은 ‘문장은 최대한 짧게 써라’입니다. 말 그대로입니다. 글쓰기를 할 때 한 문장 한 문장은 최대한 짧게 쓰는 게 바람직합니다. 글이 길어지고 복잡해지면 글쓰기 본연의 목적을 이루기 어려워집니다. 독자가 글을 이해하지 못하면 내용 전달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죠.
두 번째 비법은 ‘무조건 쉽게 써라’입니다. 좋은 글은 쉬운 글입니다. 쉽게 쓰는 것과 어렵게 쓰는 것. 뭐가 더 어려울까요? 네, 맞습니다. 쉽게 쓰는 게 훨씬 어렵습니다. 쉽게 쓴다는 건 자신이 쓰고 있는 글의 내용을 정확하게 알고 이해했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어렵게 쓴다는 건, 글을 쓰는 사람이 자기가 전달하려고 하는 내용이 뭔지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아무리 복잡한 사안이라고 해도 핵심을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쉽고 간결하게 설명하고 글로 쓸 수 있습니다. 어떤 사안에 대해 쉽게 글로 풀어내는 사람은 그 사안을 누구보다 잘 알고 이해하고 표현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말로도 잘 설명할 수 있겠죠. 그래서 쉽게 쓰려면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세 번째는 ‘수동형 표현은 절대 쓰지 마라’입니다. 사실 한글에는 수동형이 없습니다. 수동형은 영어 표현에서 왔죠. 그래서 우리말을 수동형으로 쓰거나 말하는 건 그 자체로 어색한 표현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수동형 표현을 정말 많이 습관적으로 사용합니다. 수동형만 쓰지 않아도 글쓰기 능력이 크게 좋아집니다.
네 번째 수식어를 최소화하라는 건 부사, 형용사를 가능한 줄이라는 겁니다. 강한 강조는 오히려 읽는 사람에게 반감을 줍니다. 마지막 비법은 축약입니다. ‘줄일 수 있는 건 모두 줄여’야 합니다. ‘하였다’는 ‘했다’로, ‘되었다’는 ‘됐다’로 줄이는 식이죠.
노력과 훈련, 인내와 반복 필요
글쓰기 능력은 절대 하루아침에 가질 수 없습니다. 공부나 운동처럼 양질 변화의 과정을 거쳐야만 얻을 수 있죠. 그래서 노력과 훈련, 인내와 반복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런 노력을 거쳐 글쓰기 능력을 갖추면 모든 면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를 이끌어 가는 콘텐츠 창작자에도 한층 가까워질 수 있죠.
단군신화에서 곰과 호랑이가 사람이 되기 위해 동굴 속에서 쑥과 마늘만 먹으며 버티는 장면이 나오죠. ‘글쓰기 동굴’ 속에서 쑥과 마늘(노력과 훈련)을 먹으며 참아낼 가치가 있을까요? 전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답합니다. 글쓰기 능력은 모든 면에서 중요합니다. 누구에게든 그렇습니다.
이상록 국민권익위원회 홍보담당관_ 동아일보, 한겨레 등에서 기자로 일했고, tvN에서 책임프로듀서(CP)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었다. <언론분쟁 뛰어넘기>(2011), <누구나 알지만 아무나 못 하는, 글쓰기 비법>(2020) 등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