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OTT 미디어 넷플릭스 메인화면에 다양한 K–콘텐츠가 배치돼 있다. │ 넷플릭스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 미디어가 새로운 시대의 미디어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OTT 미디어는 전 세계 미디어 콘텐츠 시장의 가장 큰 흐름이었다. 특히 월정액 주문형 비디오(SVOD ·Subscription VOD)라 불리는 구독형 OTT 미디어들은 기존 텔레비전(TV)이나 영화 산업의 지형을 바꿀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이런 흐름은 2020년부터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극에 달했다.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OTT 미디어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점과 함께 다양한 콘텐츠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OTT 미디어를 선택하도록 유인한 배경이다. 실제로 2020년 세계 OTT 시장 규모는 1100억 달러로 2019년 대비 20% 정도 성장했다. 2019년 서비스를 시작한 디즈니 OTT 플랫폼 디즈니 플러스는 5개월 만에 가입자 50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OTT 미디어가 시대의 대세임을 증명했다.
춘추전국시대가 된 SVOD 시장
OTT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참가자들의 경쟁 역시 치열하다. OTT 미디어 중 시장 규모가 가장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SVOD 시장은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다. 현재 상황을 보면 공룡이라 불리는 넷플릭스의 독주 체제에 디즈니 플러스나 애플, 아마존 같은 유수의 글로벌 콘텐츠 및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잇달아 SVOD 시장에 진출했다. 거기에 미국 영화·드라마 전문 유선 방송 〈HBO〉, 영화관 체인 AMC 엔터테인먼트 홀딩스, 미국 케이블 업체 컴캐스트 같은 전통 미디어 콘텐츠 기업들도 시장에 참가하면서 이른바 춘추전국시대가 열린 형국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SVOD 시장의 승자가 다가오는 새로운 미디어·콘텐츠 시장의 승자가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경쟁은 더욱 격화되고 있다.
치열한 OTT·SVOD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는 콘텐츠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유튜브 같은 공개 플랫폼과 달리 매달 비용을 지불하는 유료 구독자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구독자를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장이 점점 포화 상태에 달한 지금 어떻게 하면 구독자를 빼앗아올지가 중요한 전략 목표다. 콘텐츠의 양도 중요하지만 오리지널 콘텐츠로 불리는 독점 콘텐츠에 따라 구독자들이 얼마든지 서비스를 갈아탈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서비스에서 경쟁자와 차별된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글로벌 플랫폼이 잇달아 K-콘텐츠에 관심을 보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OTT 공룡 넷플릭스가 먼저 시작했다. 넷플릭스는 2016~2020년까지 5년간 K-콘텐츠에 7700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했다. 넷플릭스는 드라마와 영화를 포함한 다양한 라이선스와 함께 약 80편에 가까운 콘텐츠들을 제작했다. 2021년 한 해 넷플릭스의 전체 콘텐츠 투자 예상액은 20조 원으로 이 중 6000억 원에서 8000억 원에 가까운 비용을 우리나라에 투자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5년간 투자한 금액을 한 해 다 쏟아부을 계획인 셈이다. 넷플릭스의 과감한 투자는 그동안 K-콘텐츠로 얻은 이익이 만만치 않았다는 배경이 깔려 있다. 2020년과 2021년 상반기만 해도 〈사랑의 불시착〉부터 〈이태원 클라쓰〉 〈스위트 홈〉 〈승리호〉 〈빈센조〉까지 다양한 K-콘텐츠가 아시아 시장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은 것도 이러한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K–콘텐츠 쟁탈전
2020년 넷플릭스의 회원 수는 2억 명을 돌파했다. 아시아 시장의 성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북미 시장에서 디즈니 같은 후발 주자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성장세가 둔화되자 글로벌로 눈을 돌린 것이 성공 요인으로 평가받는다. 넷플릭스의 아시아 시장 확대 전략에서 K-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다. 2021년 2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민영 넷플릭스 아시아태평양지역 콘텐츠 총괄은 “아시아 전체의 성장을 위해 K-콘텐츠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넷플릭스의 움직임은 콘텐츠 강자인 디즈니 플러스 같은 새로운 서비스 경쟁자의 등장과 맞물려 있다. 북미 시장에서 넷플릭스를 위협하고 있는 디즈니 플러스와 애플이 우리나라와 아시아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 시장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선점하겠다는 의도가 강하다.
많은 전문가는 현재 디즈니 플러스의 시장 진출 추세를 감안하면 2026년 넷플릭스가 디즈니 플러스에 1위 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 시장을 잡는 플랫폼이 OTT 전쟁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후발 주자인 디즈니 플러스와 애플이 아시아 시장, 특히 K-콘텐츠에 집중하리라 전망하는 이유다. 후발 주자의 K-콘텐츠 투자액은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넷플릭스 투자액에 준하거나 그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경쟁이 본격화되면 글로벌 미디어·콘텐츠 시장에서 K-콘텐츠의 몸값은 점점 높아질 것이며 한류의 흐름도 거세질 것이다. 글로벌 OTT 플랫폼의 승리의 열쇠가 된 K-콘텐츠. 변화와 경쟁의 시기에는 언제나 기회가 온다. 지금이 바로 그런 시기다.
문동열 콘텐츠산업 칼럼니스트_ 일본 게이오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기업에서 방송, 게임,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 기획과 제작을 해왔다. 현재 콘텐츠 제작자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