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말 국제사회는 기후변화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다. 벌써 스물다섯 차례나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에서는 전 세계 197개 회원국이 모여 파리협정 목표(21세기 말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를 달성하기 위한 그간의 노력을 점검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합의를 만들어낸다.
흥미로운 사실은 파리협정의 목표 온도를 달성하기 위해 수십 가지가 넘는 다양한 의제로 세분화해 논의를 진행한다는 점이다. 기후변화, 즉 지구의 온도를 지키는 일은 국경을 초월한 전 지구적 문제며 대응을 위해 모든 사회·경제 구조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가급적 모든 분야에 전방위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세분화된 논의는 거시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친환경이면서 친 기후적 해결책 필요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가 5월 30일부터 이틀간 열렸다. 총 60여 명의 국가 정상 및 국제기구 수장이 참석해 국제사회의 ‘포용적 녹색 회복을 통한 탄소중립 비전 실현’을 주제로 넓은 차원에서 총론적 성격의 논의가 이뤄졌다.
아울러 미시적 차원에서 실천 분야를 중시한 총 15개의 세부 주제별 세션이 5월 24일부터 열렸다. 주제별 세션에서는 정부는 물론 국제기구, 기업, 시민사회, 학계 전문가들이 모여 탄소중립 비전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했다. 탄소중립이라는 큰 그림을 얼마나 세밀한 붓 터치로 채워나갈 것인지도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다.
15개 주제의 의미를 간단히 살펴보자. 먼저 물, 에너지, 식량·농업, 순환경제, 도시 5개 주제는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중 기후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된 분야로 P4G 파트너십의 중점 분야다. 이 중 특히 에너지는 인류가 배출하고 있는 온실가스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친환경 친 기후적 해결책이 반드시 필요한 분야다.
또한 이번 정상회의에서 기후·환경 관련 국제사회의 논의 흐름 등을 고려해 특별히 기획한 주제별 세션은 산림, 해양, 생물다양성, 녹색금융, 그린 뉴딜, 비즈니스 포럼, 녹색기술, 미래세대, 시민사회, 탄소중립 실천 등 총 10개다.
온실가스는 인류의 거의 모든 생활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2050년까지 배출 자체를 ‘0’으로 만드는 목표는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해양수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배출량을 최소화하는 것(해양)과 이미 배출된 탄소의 흡수원(sink)으로서 전략적 산림 관리(산림)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있어 필수적이다.
자치단체의 탄소중립 실천이 필수
탄소중립이라는 사회·경제적 대전환을 하기 위해 금융 흐름을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노력도 필요하다. 실질적인 투자를 이끌어내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비즈니스포럼)는 물론, 금융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금융감독 기관들의 역할(녹색금융) 및 정책 차원에서의 정부의 역할(그린 뉴딜)도 중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앞당기기 위한 기술의 역할(녹색기술)도 중점 논의돼야 한다.
참여 주체를 확장시키는 차원에서 보면 기후변화로 피해를 고스란히 받게 될 미래세대와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줄 시민사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각국 중앙정부의 탄소중립 정책 방향성을 실질적으로 이행해나갈 각 자치단체의 참여(탄소중립 실천) 역시 필수적이다.
P4G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한다(No one left behind)’라는 포용성(inclusiveness)에 기반을 두고 있다. 포용성은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모든 취약계층을 포함해야 한다는 것과 정부, 기업, 시민사회, 미래세대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모든 분야의 구체적인 노력이 ‘포용적 녹색 회복을 통한 탄소중립 비전 실현’ 논의에 담길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유연철 P4G 정상회의 준비기획단장(기후변화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