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050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인류사회의 목표가 됐다. 2015년 파리협정을 통해 국제사회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의 온도 상승을 2℃보다 훨씬 아래로 유지하고 더 나아가 온도 상승 폭이 1.5℃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자고 합의했다. 하지만 이제 누구도 2℃ 목표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2018년 10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in Climate Change, IPCC)가 제48차 총회에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한 이후 1.5℃가 국제사회의 목표가 됐다.
IPCC는 1.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더 가깝게 2030년까지는 2010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45% 감축을 권고했다. 이후 세계 각국은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하기 시작해 지난 4월 지구의 날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개최한 세계기후정상회의 때까지 세계 총 배출량의 73%를 차지하는 전 세계 131개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그 결과 파리협정 당시의 선언과 목표 달성 시 지구의 평균 온도가 2.6℃가량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으나 이제 유엔 기후변화협약에 제출된 2030년 감축 목표를 반영하면 2.4℃ 상승으로 낮아지게 됐으며 탄소중립을 선언한 국가들이 이를 충실히 이행한다는 낙관적 가정을 한다면 세기 말까지 2.0℃ 상승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아직도 1.5℃ 목표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2020년 10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서 가진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다. 그 이전인 6월에 전국 기초지방정부가 기후위기비상선언에 나섰고 7월에는 광역지자체들이 탄소중립을 선언했으며 9월에는 국회에서 기후위기 비상대응 촉구 결의안이 의결된 상황에서 대통령이 2050 탄소중립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그리고 제2차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서울 정상회의가 5월 30~31일 서울에서 열린다. 정부는 이번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를 통해 국제사회의 기후대응 논의를 선도하고 더 많은 국가들의 탄소중립 참여를 유도하는 등 유엔 기후변화협약총회(COP26)의 디딤돌 역할을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파리협정에 기초 신기후체제로 진입
사실 2050년 탄소중립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채 10년도 남지 않은 2030년 목표다. 4월 열린 세계기후정상회의에서 세계 여러 정상들은 이전보다 더 상향된 2030년 목표를 천명했다. 미국은 2005년 배출량 대비 50~52% 감축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제시한 2025년 목표인 2005년 대비 26~28% 감축보다 상향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7년 배출량 대비 24.4% 감축이라는 현재의 2030년 목표를 연말까지 상향해서 제출하기로 약속했다. 지금 목표는 2010년 배출량 대비 18% 감축하는 정도여서 국제사회에서 불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해외 석탄발전 수출에 대한 공적 금융 지원을 중단하는 ‘탈석탄금융’을 선언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2021년 세계는 이제 파리협정에 기초해서 신기후체제로 진입했다. 앞으로 국가별 감축 목표를 5년에 한 번씩 상향해서 제출해야 하고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탄소중립은 이제 움직일 수 없는 목표가 됐다. 어떻게 이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 인류 역사상 물질적으로 가장 풍요로운 삶을 가능하게 한 탄소문명은 기후위기로 인해 이제 더 이상 지탱하기 어려워졌다. 탄소중립은 탈탄소 문명으로 전환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기후위기를 야기한 최대 원인이 화석연료의 연소에 있기에 탈탄소 에너지 전환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에너지원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에너지 사용을 둘러싼 모든 사회제도와 경제구조, 생활양식, 나아가 우리의 인식을 전환해야 하는 실로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다. 탄소문명을 지탱하기 위해 존재했던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 대전환이 필요하다.
탄소중립이란 시대적 과제로 인해 시장의 규칙과 질서가 바뀌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그린 뉴딜을 추진하면서 탄소국경조정제를 시행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제 온실가스 배출규제 여부와 대응 노력이 상품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은 기후위기가 곧 투자위기라 말하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중심의 지속가능투자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나섰다. 기후위기가 투자의 방향 또한 바꾸고 있다.
상향된 2030년 감축 목표 재설정
5월에 탄소중립을 위한 최상위 협치 기구로 ‘탄소중립위원회’가 출범한다. 상향된 2030년 감축 목표 재설정은 탄소중립위원회가 다뤄야 할 주요 당면과제가 될 전망이다. 그리고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완성해야 할 것이다. 2009년, 우리는 2020년 감축 목표를 선언했지만 지키지 못했다. 이제 다시는 그런 상황이 반복돼서는 곤란하다. 목표의 선언을 넘어 온전한 이행이 필수다. 이를 위해서는 제대로 된 감축 계획과 이행 점검, 이행의 강제가 가능해야 한다.
또한 변화되는 기후체계에 대한 적응방안 마련과 이행도 소홀히 할 수 없다. 현재 우리가 가진 발전시설이나 건물, 수송체계 등 물리적 기반만이 아니라 법, 제도, 정책, 행정, 세제, 금융, 시장 규칙은 물론 우리의 생활양식과 인식 등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 탄소를 제한 없이 배출하던 사회와 배출과 흡수 총량을 ‘0’으로 하는 사회는 본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고 달라야 한다. 그야말로 문명의 대전환기다. 폭넓은 사회적 대화와 소통을 통해 우리가 현재 어떤 모습이며 어디를 향해 가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공감대가 확장돼 모두가 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데 함께해야 할 것이다. 탄소중립, 우리가 반드시 이뤄야 할 목표로 이를 중심으로 사회는 재편돼야만 한다.
자료: 정책브리핑
윤순진 정책기획위원회 지속가능사회분과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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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