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1일 정책형 뉴딜펀드 1호 투자 기업인 바이오코아에서 열린 간담회| 금융위원회
정책형 뉴딜펀드 1호 투자 기업 ‘바이오코아’
정책형 뉴딜펀드 1호 투자 기업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신생기업인 바이오코아가 선정됐다. 정책형 뉴딜펀드는 정부와 정책금융기관 출자를 통해 투자 위험을 분담하는 구조다. 정부는 자펀드 운용사 중 하나로 뉴레이크얼라이언스를 선정했으며 뉴레이크얼라이언스는 정책자금 220억 원과 민간자금 200억 원을 합한 420억 원 규모의 1호 자펀드를 결성했다.
이 자펀드는 다산네트웍스, 솔루에타 등 전략적 투자자(170억 원)와 함께 더헬스케어에 590억 원을 출자했다. 더헬스케어는 2월 26일 바이오코아와 인바이츠헬스케어에 각 420억 원, 170억 원을 투자했다. 바이오코아의 최대 주주인 인바이츠헬스케어는 2020년 SK텔레콤의 헬스케어 사업부를 떼어내 출범한 회사다. 신용규 바이오코아 대표를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 바이오코아 본사에서 만났다.
-바이오코아는 어떤 사업을 하는 회사인가요?
=바이오코아는 크게 두 가지 사업을 합니다. 하나는 임상시험위탁(CRO) 사업이고 또 하나는 유전체 분석을 중심으로 하는 생명공학 사업입니다. 생동성시험(효능시험) 시장점유율 1위로 CRO가 바이오코아의 오늘이라면 바이오코아의 내일은 유전체를 분석하는 생명공학 사업입니다. 벌써 유전체 분석 쪽 매출 비중이 30%를 넘어섰습니다. 앞으로 같은 ‘인바이츠 생태계’에 있는 인바이츠헬스케어나 헬스커넥트, 트랜스글로벌헬스케어와 협업할 계획입니다
인바이츠 생태계는 궁극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를 지향합니다. 보통 디지털 헬스케어 하면 “원격 진료 아니냐?”며 묻습니다. 예 맞습니다. “인공지능(AI) 대량자료(빅데이터) 헬스케어 플랫폼 아니냐? 웨어러블 앱 모바일 아니냐?”라고도 묻습니다. 예 모두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입니다.
의료 시스템, 지원 관리 시스템, 의료 유통 등 의료 연관 산업이 정보통신기술(ICT)를 받아들여 디지털 전환(트랜스포메이션)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축적되는 임상·유전체·생활 데이터들을 융합·분석해서 사업화하는 모든 양태가 디지털 헬스케어입니다. 협의로 보면 원격 진료로 볼 수 있지만 광의로 보면 의료산업이 모두 디지털 헬스케어입니다.
-정책자금 220억 원이 들어간 정책형 뉴딜펀드의 1호 투자 기업이라 책임감이 클 것 같습니다.
=투자 구조를 상당히 안정적으로 설계해서 정책자금은 메자닌(Mezzanine, 채권과 주식의 중간 위험단계에 있는 CB(전환사채), BW(신주인수권부사채), RCPS(상환전환우선주)와 같은 복합금융상품)으로 들어옵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바이오코아 전체 가치의 70%가 날아가도 정책자금은 안 다친다는 뜻입니다.
정부는 정책 목표를 두 가지 수단으로 구현할 수 있어요. 하나는 예산입니다. 한 번 쓰면 사라집니다. 도로를 건설하면 물적 자산으로 남지 그 돈이 회수되진 않잖아요. 또 하나는 펀드 같은 사업 수단이 있어요. 펀드의 장점은 수익이 나면 자본 시장을 통해 회수되기에 정부 재정 균형에 상당히 유용할 수 있습니다.
정책 목표를 사업 수단으로 달성하는 틀은 해외에도 많습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이 유럽 중앙은행들과 조성한 유럽투자기금(EIF)도 펀드예요. EU가 통합이 잘되려면 회원국의 경제 수준이 비슷해야 합니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해 그 격차를 줄이는 지역 개발 투자에 민간 자금과 잘 맞춰서 들어가야 합니다.
우리는 정책자금?을 운전자금이 아니라 디지털 헬스케어 쪽 기술 자산 축적과 해외 영업망 구축, 훌륭한 인재를 모으는 데 사용할 겁니다. 전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 K-메디컬 점유율을 높인다면 정책형 뉴딜펀드의 출자자인 정부의 정책 목표도 달성되는 거죠.
▶바이오코아 신용규 대표
-그런 관점에서 정부도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는 것 같습니다.
=여러 경제 이슈를 돌파할 하나의 방안으로 한국판 유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자본이 많이 축적돼 있습니다. 시중에 유동성이 어마어마해요. 지금 부동산이나 주식 시장이 불안한 이유가 시중 유동 자금인데 어떻게 보면 한국판 뉴딜이 그걸 흡수하는 것이거든요. 영화 〈국제시장〉 보셨나요? 1960년대 광부하고 간호사를 독일에 보냈습니다. 인력의 이동이죠. 그런데 우리가 그 병원과 광산을 소유하고 있다면 간호사뿐 아니라 병원장, 의사 다 보낼 수 있죠. 인력과 자본의 이동입니다.
이번 코로나19 때 봉쇄하지 않고 관리했기에 우리나라 브랜드 이미지가 되게 좋아요. K-팝이나 K-드라마에 이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영역이 K-메디컬입니다. K-방역으로 진단키트와 마스크만 팔고 있습니다. 제품만 수출하는 셈이죠. 도시 인프라 같은 시스템을 파는 게 훨씬 고부가가치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국내에서 실증하고 해외에서 비즈니스를 하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 중소기업 하나가 아니라 인적 자산, 역량, 기술 심지어 해외 마케팅 역량까지 총합한 생태계가 필요합니다. 인바이츠 생태계를 만든 이유입니다.
-인바이츠 생태계는 구체적으로 어떤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하고 있나요?
=서울대병원과 합작기업(조인트벤처)인 헬스커넥트는 서울대병원의 비대면 의료 진료 기술을 축적·상용화해 스마트 의료와 디지털 지원관리 시스템 쪽을 주로 하는데 코로나19로 빛을 봤어요. 코로나19가 호흡기 질환이잖습니까. 헬스커넥트는 호흡기·당뇨·심혈관 쪽에 서울대병원과 공동 연구한 기술이 있습니다. 인바이츠 생태계는 보건복지부 요청에 따라 경상북도 문경에 코로나19 경증 환자들을 위한 대구·경북 제3생활치료센터를 운영했어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많았는데 들어오실 때 패치를 붙여드려요. 그 순간 서울대병원 본원 모니터링 시스템에 그분들의 산소포화도 등 건강 상태가 전송됩니다. 기침도 열도 없다가 밤에 본인도 모르게 중증으로 발전될 때 음압 병실이 있는 집중치료센터로 바로 이송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지역에서 돌아가신 분들이 그런 경우입니다. 집중치료센터로 도착하기 전에 환자 상태에 대한 정보가 이미 전송돼 있고요. 그렇게 해서 다행히 150분 가운데 한 분도 돌아가지 않으셨어요.
-보람을 많이 느꼈겠네요.
=두 가지를 배웠어요. 하나는 코로나19가 사람을 골라 가면서 희생시키는구나. 고령자면서 기저질환자나 특수질환자. 대부분 소득이 없는 사회적 취약계층이더라고요. (비대면 의료 인프라가) 사회 안전망이 사회기반시설(소셜 인프라)이 돼야겠구나. 도로나 상하수도, 발전소가 없으면 불편하지만 이게 없으면 목숨이 위험할 수 있어요. 또 하나는 상시 관리 시스템으로 진화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평상시에는 만성질환을 관리하다가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이 돌면 국가 광역 시스템과 자동으로 연계해 선제 대응해야 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다행히 2020년 우리가 참여한 연합체(컨소시엄)가 세종 스마트시티 시범사업을 따내 한 번 더 실증하게 됐습니다. ‘도시 헬스케어 모니터링 센터’를 운영하는데 거기에는 원격 모니터링이나 원격 진료 요소들이 있어요. 많은 사람이 “한국에선 그거 안 되는데”라고 우려하는데 우리는 한국 시장만 보지 않습니다.
삼성전자나 방탄소년단(BTS)이 한국에서 장사해서 그렇게 됐나요? 우리나라가 컬러텔레비전(TV) 방송을 처음 시작한 게 1980년이었는데 1977년에 컬러TV 세계 3위 생산국이었다는 거 아세요? 아남전자, 럭키금성, 삼성 등이 방송 전부터 해외에 팔고 있었던 거죠.
1960년대부터 우리 사회가 당면한 자본 축적과 경제 수준 향상 문제를 대부분 수출로 해외에서 해결했는데 왜 국내 얘기만 하고 있죠? 왜 대외 무역 의존도가 80%나 되는 나라에서 문제 해결을 국내에서만 하려고 하나요? 해외는 원격 진료가 허용된 나라가 많습니다. K-메디컬을 원해요.
▶바이오코아 누리집 화면 갈무리
-어떤 나라에서 K-메디컬을 원하나요?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주한 인도대사가 와서 인도에서 디지털 헬스케어를 하자는 거예요. 미국이나 유럽 병원이 더 발전해 있다니까 지금 거기서 수입한다고 하면 돌 맞는다는 겁니다. 미국 봐라. 수십만 명이 죽고 있다. 유럽 봐라. 통제도 못 하는데 왜 유럽 제품을 수입하느냐고 할 거라는 거예요. 도시를 완전 봉쇄하지 않고 열어 두고 코로나19를 관리한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무이합니다. 정부도 잘했지만 우리나라 의료산업이 발전했기 때문에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병원·의료 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의 결합이에요. 둘 다 발전한 나라가 몇 개나 될까요? 중국은 ICT는 발전했지만 병원 산업이 아직 어렵고요. 유럽은 병원 산업은 발전했지만 5세대 이동통신(5G)은커녕 롱텀에볼루션(LTE)도 안 깔려 있어요. 일본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고 우리나라, 미국 정도밖에 없어요.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어마어마한 시장은 본원적으로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 경제 역사상 이렇게 탄탄한 서브(하위) 산업을 갖고 해외에 나가본 적이 없습니다. 아무것도 없던 1970년대에도 컬러TV를 그렇게 팔았는데 국가 브랜드까지 뒷받침하는 지금 우리가 가진 자산을 잘 보고 어떻게 융합시킬지 고민해야 합니다.
글·사진 원낙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