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소속감 느끼며 주도적으로 찾아서 일해요”

2021.06.21 최신호 보기
▶도로교통공단 노사가 2020년 3월 18일 (재)공공상생연대기금에 약 6억 5000만원을 출연했다. 공단 노동자들이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통해 받은 성과급 일부를 자발적으로 출연해 조성했다.│도로교통공단

국민연금공단·도로교통공단 사례로 본 정규직 전환
박선영(57) 씨는 2012년 2월 살림에 보탬이 될 생각으로 국민연금공단 상담원으로 취직했다. 직장을 얻었다는 행복을 느꼈지만 곧 자신 앞에 놓인 장벽에 속앓이를 해야 했다. 기간제 노동자여서 열심히 일해도 계약 기간이 끝나면 떠나야 했다. 다음 해 기간제 노동자 채용에 지원해 10개월 더 근무하는 식으로 다섯 번이나 시험을 치렀다. 그즈음 남편이 암 판정을 받아 남편의 병간호와 두 딸의 뒷바라지를 해야 했다.
2019년 국민연금공단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박 씨는 오랜 속앓이에서 해방됐다. 박 씨가 말했다.
“정규직으로 출근하고 두 달 뒤 암 투병 중이던 남편이 하늘로 떠났다. 남편이 지인에게 ‘아내와 두 딸 걱정에 편히 눈을 감지 못할 것 같았는데 아내가 정규직이 됐으니 한시름 덜고 갈 수 있겠다’고 말했다는 걸 뒤늦게 듣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두루누리 지원사업 상담 주임인 박 씨는 ‘여사님’이라는 호칭 대신 ‘주임’으로 불리며 일한다. 박 씨는 “국민연금공단의 훌륭한 구성원으로서 정년까지 최선을 다해 업무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2021년 1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민간근로자 정규직 전환 기념행사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겨레

노사 충분한 논의 거쳐 신뢰 쌓고 합의
국민연금공단은 2019년 2월 17개 직종 1231명의 정규직 전환을 완료했다. 앞서 기간제 노동자 404명이 1월 1일자로 정규직으로 전환됐고 용역 노동자 827명이 2월 11일부로 전환 완료됐다. 모두 직접고용 형태로 전환됐으며 공정한 채용을 위해 직종·직군을 세분화하고 공개 경쟁·전환 채용·제한 경쟁 등으로 채용 방식에 차등을 두었다.
국민연금공단은 유연한 협의체 구성과 75차례 이상 협의회·간담회 개최로 노사가 충분한 논의를 통해 신뢰를 쌓고 의견 합치를 이룬 점을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 국민연금공단은 “권역별 세부 간담회, 용역 업체 대표 만남과 비공식 협의까지 포함하면 최종 합의까지 100회 이상 협의했다”며 “정년 연장, 신규 입사자의 채용 비율, 성과급 평가 방식 등 직종별로 관심사가 전부 달랐지만 모두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을 세우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협의 과정에서 첨예하게 대립했던 사안은 콜센터 상담원의 성과급 지급 문제였다. 상담원 전담 협의 조직에서 28회 협의를 해 월 성과급을 유지하되 평가 방식을 ‘개인과 조직의 복수평가’에서 ‘조직평가’로 변경해 노동자의 심리 부담을 줄이는 절충안에 합의했다. 정년 문제도 고령친화 직종은 정년을 최대 67세까지 연장하되 안전 관리가 필요한 시설직은 60세 정년을 유지하는 등 같은 직종도 업무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국민연금공단 협상 실무자들은 사전 노사협의회를 적극 활용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직종이 다양할 땐 직종별 맞춤형 협의 테이블을 마련할 것을 조언했다. 사소한 정보 부재도 불만의 싹이 될 수 있는 만큼 수시로 알리려는 노력이 진정성을 보이는 지름길이라고 전했다.

▶2017년 5월 12일 대통령 취임 뒤 첫 민생 행보로 인천국제공항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zero)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청와대사진기자단

기간제 노동자 42명 교통직 직접고용
도로교통공단은 직접고용뿐 아니라 자회사 고용을 병행해 2017년 7월~2019년 12월 기간제 노동자 42명, 용역 노동자 458명을 순차적으로 정규직 전환했다.
도로교통공단은 전환 대상 노동자들이 전국 57개 본부와 지방 조직에 흩어져 있었다. 또 용역 노동자의 경우 458명이 83개 업체와 계약을 한 상태여서 소속, 급여 수준, 계약 시기 등이 달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전환 방식과 임금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이자 쟁점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모두 만족하는 해법을 찾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더디 가더라도 듣고 기다리고 반복하다 보니 결국 합치를 보는 날이 왔다”고 말했다.
도로교통공단은 2017년 7월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기간제 노동자 42명을 교통직으로 직접고용했다. 용역 노동자의 경우 전환 방식과 임금에 대해 사측 4명, 외부 전문가 2명, 근로자 대표 6명으로 구성된 노사전문가협의체를 꾸려 논의했다. 합리적인 전환 방식과 임금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연구 용역을 진행한 점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연구 용역을 통해 직무별 현황을 파악하고 설문·방문조사로 용역 노동자들의 관심사를 확인했다. 직접고용과 자회사 전환 방식 선택 시 임금체계 설계 방안과 비용 조달 방향 등 재무 컨설팅도 진행했다.
총 10차례 노사전문가협의체 논의와 연구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경비직과 시설물 청소원·관리원 3개 직종은 직접고용하고 시험차량유도원 등 운전면허시험장 관련직, 전화상담원은 자회사를 설립해 고용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도로교통공단 실무자들은 관련 정보를 아낌없이 공개하고 인내심을 갖고 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용역 노동자들은 도로교통공단 자회사로 출범한 도로교통안전관리㈜의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2019년 1월 자회사 법인등기를 마친 뒤 그해 7월 정규직 전환 대상자 151명이 서류·면접전형을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 채용됐고 9명을 신규 채용했다.
남소영(44) 도로교통안전관리 운영팀장은 2016년 용역업체 소속 콜센터 직원으로 입사해 2017년 7월 1일자로 정규 직원이 됐다. 남소영 팀장은 “2021년 처음 성과급을 받았다. 공단 직원 전용 복지몰을 이용하고 공단 직원들에게만 허용했던 교육 사이트도 접속할 수 있게 됐다”며 “예전에는 일하면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은 주도적으로 일을 찾아서 한다”고 말했다.

▶도로교통공단은 2019년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유공 고용노동부장관 표창을 받았다.│도로교통공단

1단계 19만 2698명 정규직 전환 완료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7년 7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공공부문 1단계 853개 기관에서 19만 9538명을 정규직으로 전환 결정했고 이 가운데 19만 2698명은 채용 절차 등을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 완료됐다. 공공부문 1단계는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교육기관 등이 대상이다.
개별 기관의 전환 목표 인원(17만 4935명)은 초과 달성했고 추가 전환 여지가 있는 3만 명을 포함한 정책 목표(20만 4935명)를 기준으로 하면 97.3%를 달성했다. 정규직 전환 인원 중 14만 1222명(73.3%)은 직접고용했고 4만 9709명(25.8%)은 자회사 방식으로 1767명(0.9%)은 사회적기업 등 제3섹터 방식으로 전환됐다.
고용부 정책 담당자는 “2021년 안에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은 용역 노동자, 민간 위탁 종사 노동자의 근로 조건 보호를 위한 노력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찬영 기자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마련 상시·지속 업무 판단 기준 크게 완화
정부는 2017년 7월 20일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상시·지속 업무에 종사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고용노동부는 “우리나라는 비정규직 규모와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사회 양극화로 사회 통합이 저해돼 최대 사용자인 공공부문이 모범 사용자로서 선도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가이드라인 제정 배경을 밝혔다.
상시·지속 업무를 다루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직접고용과 간접고용을 막론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되 해당 기관 안에서 노사 협의를 거쳐 자율적으로 추진하도록 했다. 특히 국민의 생명·안전과 밀접한 업무는 기관의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규직 전환 대상에는 기간제 노동자 외에 청소·경비업무 등에 종사하는 파견·용역 노동자도 포함시켰고 무기계약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도 함께 추진됐다.
상시·지속 업무 판단 기준이 대폭 완화됐다. 이전까지 과거 2년 이상 지속해왔고 향후 2년 이상 지속할 것으로 보이는 업무를 상시·지속 업무로 판단했는데 새 가이드라인에서는 과거 2년 조건이 빠졌고 해당 업무를 연중 10~11개월 지속할 경우 연중 9개월 이상으로 단축됐다. 다만 3년 프로젝트 사업 등 사업 완료 또는 기관의 존속 기간이 명확한 경우 전환 대상이 아니다.
고용부는 공공부문 정규직화와 관련해 다섯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상시·지속적 업무는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충분한 노사 협의로 자율적으로 진행하며 고용안정·차별개선·일자리 질 개선을 단계적 추진해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정규직과 연대를 추진하고 국민 공감대 형성이 지속 가능한 방향이 되도록 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중앙정부·자치단체·공공기관·지방공기업·국공립 교육기관 853개 기관을 대상으로 1단계 추진하고 있으며 자치단체 출연·출자기관,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 자회사(2단계)와 일부 민간 위탁기관(3단계) 등은 추가 실태 조사를 거쳐 추진할 예정이다.
페이지 맨위로 이동